2014-2015 유럽 축구 시즌이 막을 내렸다. 한 시즌 동안 정신없이 달려온 한국인 유럽파들도 잠시 숨을 돌리고 재정비의 시간을 맞게 됐다.

올해 한국인 유럽파 중 가장 빛나는 선수는 기성용(스완지시티)과 손흥민(레버쿠젠)이다.두 선수는 유럽 최고의 빅리그로 꼽히는 잉글랜드와 독일에서도 인정받는 정상급 선수로 올라섰다.

성숙한 기성용, 기량 만개

슈틸리케 감독 '주장, 잘부탁해!' 10일 호주 캔버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AFC 호주 아시안컵 조별리그 A조 1차전 한국 대 오만 경기. 슈틸리케 감독이 경기시작전 입장하는 주장 기성용을 격려하고 있다.

지난 1월 10일 호주 캔버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AFC 호주 아시안컵 조별리그 A조 1차전 한국 대 오만 경기. 슈틸리케 감독이 경기시작전 입장하는 주장 기성용을 격려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국가대표 주장이기도 한 기성용은 이번 시즌 스완지시티 중원의 핵으로 자리잡으며 리그 30경기(27경기 선발)에 나서 8골을 기록했다. 기성용의 주 포지션이 중앙 미드필더임을 감안하면 놀라운 기록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활약했던 박지성이 2011년 기록했던 한국인 프리미어리거 한 시즌 최다골(정규리그 5골·리그컵 2골·챔피언스리그 1골)과 타이 기록이기도 하다. 순수하게 정규리그 골만 놓고보면 기성용의 기록이 앞선다.

프리미어리그(EPL) 3년 차였던 기성용은 수비형 미드필더지만 선덜랜드 임대 시절부터 공격적 재능을 만개하기 시작했다. 아시아 선수로는 드물게 기술과 체격을 두루 갖춰, 거칠기로 소문난 EPL의 몸싸움에도 밀리지 않았다.

그는 날카로운 패스와 경기조율 능력 바탕으로 딥 라잉플레이메이커와 공격형 미드필더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과거에 부정적인 이슈로 종종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지만 아시안컵 대표팀 주장을 거치면서 정신적으로 한층 성숙했다는 평가다.

기복 논란 있지만, 앞날 기대되는 손흥민

 31일 호주 시드니의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2015 AFC 아시안컵 결승전 대한민국 대 호주 경기. 손흥민이 종료 직전 극적인 동점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지난 1월 31일 호주 시드니의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2015 AFC 아시안컵 결승전 대한민국 대 호주 경기. 손흥민이 종료 직전 극적인 동점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활약 중인 손흥민은 이번 시즌 정규리그 11골, 독일축구협회(DFB) 포칼 1골,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플레이오프 2골·본선 3골)를 합쳐 총 17골을 터뜨렸다. 자신의 프로 데뷔 한 시즌 최다골이자 2012-2013 시즌부터 3년 연속 두 자릿수 득점에 성공했다. 리그 11골은 분데스리가 득점랭킹 6위이자. 팀 내에서는 카림 벨라라비(12골)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아쉬운 점은 막판 득점포 침묵으로 차범근 전 감독이 가지고 있던 분데스리가 역대 한국인 한 시즌 최다골(19골) 기록 경신에는 실패한 것.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아틀레티코에 막혀 2년 연속 16강의 벽을 넘지 못했다. 그러나 아직도 한창 성장할 나이인 데다 소속팀 레버쿠젠이 다음 시즌도 챔피언스리그 무대를 밟게 됨에 따라 손흥민의 기량과 주가는 날로 높아질 전망이다.

다만 예년보다는 많이 발전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따라붙는 기복 논란은 아직 보완이 필요한 부분.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나란히 부동의 주전으로 활약하며 경기 출전수가 늘어나면서 체력적 부담은 시즌 후반기 손흥민의 득점포가 침묵하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지난해 아시안게임 출전이 불발되면서 병역문제를 해결할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도 손흥민에게는 못내 아쉬울 듯하다.

아쉬운 지동원... 다음 시즌 기대되는 이청용

독일 무대에서 활약 중인 박주호(마인츠)와 김진수(호펜하임)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박주호는 왼쪽 풀백과 중앙 미드필더를 오가는 멀티플레이어로 활약하면서 14경기에 나서며 제몫을 다했다. 올해 호펜하임에 입단하며 유럽파의 반열에 올라선 왼쪽 풀백 김진수도 잦은 국가대표 차출로 인한 공백에도 리그 19경기, 포칼컵 2경기에 출전하며 팀의 주축 수비수로 자리잡았다. 지난해 아시안게임 출전으로 인한 병역혜택은 보너스였다.

박주호와 마인츠에서 한솥밥을 먹는 구자철과 홍정호(아우크스부르크)는 초반 부진을 딛고 뒷심을 발휘했다. 구자철은 시즌 중반까지 부상과 슬럼프로 고전했으나 후반기로 갈수록 기량을 회복하며 올시즌 7골을 터뜨리며 자신의 역대 분데스리가 최다골 기록을 경신했다. 홍정호도 전반기에는 주로 벤치에 머물렀으나 주전들의 부상을 틈타 시즌 막판 8경기에서 선발출전해 준수한 활약을 펼치며 팀의 유로파리그 진출에 기여했다.

반면 기대에 못 미친 선수들도 있다.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은 올시즌 전반기에는 도르트문트에서 기회를 얻지 못해 아우크스부르크로 이적했다. 후반기에는 마르쿠스 바인지를 감독의 두터운 신임을 바탕으로 시즌 12경기(7차례 선발)에 나섰지만 정작 단 한 개의 공격포인트도 따내지 못하는 부진을 보였다. 공격수로서 지나치게 소극적인 움직임과 특색없는 멀티플레이어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다.

잉글랜드 무대에서 활약중인 윤석영(퀸즈파크)과 김보경(위건)은 나란히 강등의 고배를 마셨다. 승격팀이었던 퀸스파크 레인저스는 1년 만에 다시 챔피언십(2부리그)으로 떨어졌다. 윤석영은 오랜 벤치 신세를 벗어나 올시즌 주전으로 도약하는 성과도 있었지만 후반기 팀의 수비조직력 붕괴에 있어서 수비수로서 책임을 면하기 어려웠다. 2013년에 이어 같은 팀에서 강등을 두 번 경험한 것은 한국인 유럽파중 윤석영이 역대 최초였다.

지난해 카디프에서 강등의 설움을 맛봤던 김보경은 올 시즌 위건 애슬레틱과 단기 계약을 맺었으나 팀이 리그1(3부리그)로 추락하며 2년 연속 하부리그 강등을 경험하는 웃지 못할 상황에 놓였다.

재도약의 계기를 마련한 선수들도 있다. 이청용(크리스털 팰리스)은 지난 2월 볼턴을 떠나 크리스털 팰리스로 이적하면서 3년 만에 프리미어리그에 복귀했다. 아시안컵에서 당한 부상으로 복귀가 늦어지며 깊은 인상을 남기지는 못했지만, 다음 시즌을 기약하기에는 충분했다. 한동안 '잊힌 장신 공격수'였던 석현준도 올시즌 포르투갈 CD 나시오날과 비토리아에서 활약하며 10골을 성공시켜 유럽무대에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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