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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신라호텔에서 열린 삼성그룹 신임 사장단 만찬 참석을 위해 호텔로 들어서고 있다. 2015.1.19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신라호텔에서 열린 삼성그룹 신임 사장단 만찬 참석을 위해 호텔로 들어서고 있다. 2015.1.19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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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 중심의 삼성이) 완성단계로 접어들고 있다고 봐야지 않을까. 지난번 (삼성문화재단 등) 이사장에 이름 올리는 것도 그렇고..."

26일 오후 삼성 전직 고위인사의 말이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간의 전격적인 합병 소식에 그는 "예정된 수순으로 가고 있는 것같다"고 말했다. 지난 2013년부터 진행된 계열사 간 통폐합부터 이재용의 삼성시대 시나리오가 진행되고 있다고 봤다. 작년 이건희 회장의 갑작스런 건강 악화로 인해 이같은 시나리오가 좀 더 앞당겨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내비쳤다.

그의 말대로 삼성은 최근 2년 사이 계열사끼리 합병과 매각, 상장 등 부침을 겪었다. 그동안 그룹 지주회사 격인 에버랜드가 제일모직의 패션 부문을 인수한 이후, 삼성 에스디아이(SDI)가 제일모직과 합병했다. 이후 삼성 에스디에스와 제일모직이 주식시장에 상장됐고, 삼성테크윈 등 방위산업 계열사 4곳을 한화에 전격 매각했다.

그러더니 그룹 지배구조의 꼭대기에 있던 제일모직(옛 에버랜드)이 삼성물산과 전격 합병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삼성공익재단 이사장 선임에 이어 이재용의 삼성시대가 성큼 다가온 것이다.

전격적인 제일모직의 물산과 합병 선언... "아무도 몰랐다"

26일 이른 아침 제일모직과 삼성그룹에선 언론사에 긴급 보도자료를 뿌렸다. 바로 전날인 25일 제일모직은 경기도 물류창고 화재사건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이날 아침 나온 보도자료 내용은 화재사건과는 전혀 다른 소식을 담고 있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이사회를 열고, 오는 9월1일자로 합병을 결의했다는 것. 오는 7월에 양쪽 회사에서 주총을 열고, 합병을 마무리한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제일모직 고위 인사는 "합병 발표 직전에서야 관련 내용을 들었다"면서 "그룹 차원의 결정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삼성의 창업정신을 이어받는 차원에서 통합 회사 이름은 삼성물산을 따른다"면서 "제일모직이라는 회사 이름을 완전히 버릴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삼성물산은 1938년 그룹의 뿌리가 되는 '삼성상회'에서 출발했다. 이후 1975년 종합상사 1호로 지정됐고, 1995년 삼성건설을 합병했다. 이후 건설과 상사부문을 나뉘어 사업을 해왔다. 제일모직은 1963년에 만들어진 이후 부동산과 테마파크 사업을 해왔고, 건설과 식음료 서비스까지 사업을 확장해왔다. 작년 말에 주식시장에 상장한 후 해외 영업 쪽에 눈을 돌리며 사업 확장을 모색해 왔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이번 합병으로 패션과 건설, 레저, 바이오 사업까지 생활 전반에 걸친 글로벌 서비스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그룹의 새로운 먹거리 사업으로 꼽힌 바이오 부문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은 "물산이 보유한 글로벌 역량과 제일모직의 특화된 사업을 결합해서 기업 경쟁력을 더욱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재용 부회장, 삼성그룹 지배력 더 높였다

최 사장의 발언과는 별도로 이번 합병은 이재용 삼성 부회장에겐 더 큰 선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번 합병의 최대 수혜자는 이재용 부회장"이라며 "과거 순환출자 형태에서 지배구조도 훨씬 단순화됐다"고 평가했다.

실제 그동안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는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전기·삼성SDI→제일모직'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형식을 띠고 있었다. 이번 합병으로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아주 간단해진다. 이 때문에 사실상 계열사가 얽히고 설키는 복잡한 지배구조 이슈가 상당 부분 해소됐다는 평이다.

이 과정에서 이재용 부회장 등 이씨 일가의 지분에도 변화가 생겼다. 이 부회장은 합병 이전 제일모직 지분이 23.2%로 개인 최대주주였다. 이번에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비율은 1 대 0.35 비율이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의 물산 지분은 16.5%로 줄어든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패션 부문 사장의 지분도 합병 전에 7.8%(제일모직)에서 합병 후 삼성물산 5.5%로 바뀐다. 이건희 회장도 제일모직 3.4%, 삼성물산은 2.9%로 바뀐다. 합병 후 삼성물산의 이씨 오너 일가 지분 합계는 모두 30.4%가 된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 지분이 옛 제일모직 당시보다 줄어들긴 하지만, 그룹 지배력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의 개인 최대주주(16.5%)를 유지하면서 그룹의 양대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을 지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은 0.57%에 불과하지만, 이번 합병으로 삼성물산을 통해 우회적으로 전자를 지배하는 효과를 누린 셈이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을 4.06% 갖고 있다. 삼성생명도 마찬가지다. 제일모직은 생명 지분 19.3%를 갖고 있었다. 생명은 또 삼성전자 지분 7.21%를 보유하고 있다. 결국 이번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으로 이재용 부회장 중심의 삼성 지배구조도 마무리단계로 접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당분간 별도의 삼성 지주회사 이야기는 없을 수도 있다"면서 "삼성물산을 통해서 그룹 핵심인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을 사실상 지배했기 때문에 지배구조 개편은 거의 완성됐다고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이 부회장은 지난 삼성공익재단 이사장 자리를 물려받은 것으로 사실상 그룹총수로서 인정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번 합병은 이재용 중심의 실질적인 지배구조 개편이라는 것이다.

○ 편집ㅣ손병관 기자



태그:#이재용, #삼성, #삼성전자, #삼성물산, #이건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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