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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8일 오전 6시 30분 울산 동구 화정동 울산과학대학교에서 파업농성을 벌이던 청소노동자들이 강제 철거로 쫓겨난 후 대학 정문앞에서 연좌농성을 벌이고 있다. 시민사회가 파업 해결을 위해 정몽준 명예이사장이 나설 것을 촉구했다
 지난 5월 18일 오전 6시 30분 울산 동구 화정동 울산과학대학교에서 파업농성을 벌이던 청소노동자들이 강제 철거로 쫓겨난 후 대학 정문앞에서 연좌농성을 벌이고 있다. 시민사회가 파업 해결을 위해 정몽준 명예이사장이 나설 것을 촉구했다
ⓒ 민주노총 울산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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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16일부터 시작돼 1년 가까워지도록 해결되지 않고 있는 울산과학대학교 청소노동자 파업 사태에 대한 지역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지난 20일 대학측이 용역을 동원해 농성장을 철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폭력사태와 경찰연행, 구속영장 청구 등 과잉대응과 이에 따른 노동계의 보복다짐이 이어지면서 자칫 울산과학대 파업이 지역 갈등의 도화선이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관련기사 : 민주노총 울산본부장 등 3명 구속영장 '기각').

이에 대해 울산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 파업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몽준 명예이사장이 청소노동자들의 요구를 적극 받아들여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지역 시민사회, 왜 정몽준을 거론했나

울산과학대와 울산대가 소속된 울산공업학원은 정주영 전 명예회장이 지난 1973년 설립했다. 정 명예회장에 이어 정몽준 명예이사장이 지난 1983년부터 이사장을 지내오다 지난해부터 정정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이사장을 맡고 정몽준 전 이사장은 명예이사장으로 한발 물러났다.

하지만 지역사회는 정몽준 명예이사장이 여전히 울산과학대의 실질적인 이사장이라고 여기고 있다. 따라서 갈수록 논란이 확산되는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 파업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몽준 명예이사장이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울산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울산시민연대, 울산여성의전화, 울산YMCA, 울산YWCA
울산장애인부모회, 울산환경운동연합, 울산흥사단, 참교육학부모회울산지부)는 26일 성명을 내고 이 점을 강조했다.

시민단체들은 "정몽준 명예이사장과 허정석 울산과학대 총장은 청소노동자들의 요구를 적극 받아들여 파업사태를 해결해야 한다"라면서 "우리는 정몽준 명예이사장과 허정석 총장이 지금의 사태를 더 악화시키지 말고 청소노동자들의 요구를 적극 수용할 것을 요구한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시민단체들은 청소노동자 파업사태가 임금인상에 따른 돈의 문제가 아님을 분명히 했다. 이들은 "청소노동자 임금의 몇 배를 넘는 비용을 써가며 사설경비를 대거 채용해 마찰을 빚은 것도 납득할 수가 없다"라면서 "불필요한 갈등을 부추기며 헛돈을 쓰면서 노동조합의 요구를 짓밟는 태도를 바꿔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울산과학대 파업사태가 1년 가까이 지속되는 과정에서 지역사회의 안타까움을 자아낸 것은 청소노동자와 학교구성원, 특히 학생들과의 갈등이었다. 시민단체들은 이 점도 지적했다.

이들은 "교수가 학생들을 부추겨 노동조합의 현수막을 뜯어낸 것이 언론에 고발됐던 것을 부끄럽게 여겨야 한다"라면서 "울산과학대 학생들 역시 사회에 나가 노동자가 될 것이며 졸업생 역시 마찬가지이므로 비정규직 여성노동자, 고령의 청소노동자를 짓밟는 모교는 결코 자랑스러울 수 없다"라고 밝혔다.

시민사회단체 "울산과학대, '갑의 횡포' 보여줘"

시민단체들은 최근 폭력사태와 구속영장 청구 등 일련의 과정이 을에 가해지는 갑의 횡포의 한 단면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시만단체들은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들의 파업이 1년을 채워가는 상황에서 지난 20일 울산과학대의 사설 용역경비들이 김순자 지부장을 비롯해 여러 명을 폭행하고 천막을 뜯어갔다"라면서 "밤에는 무장한 경찰병력이 대거 투입해 또다시 짓밟은 사건이 발생했다"라고 전했다.

이어 "더군다나 이 과정에서 노동자 22명을 연행하고 그중 세 명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을 두고 울산의 공안당국이 울산과학대를 적극적으로 비호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라면서 "독버섯 같은 갑의 횡포를 울산과학대가 적나라하게 보여줬다"라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소위 '갑질'에 대한 우리 사회의 우려는 갈수록 커져가고 있고, 그것은 사회적 약자인 을의 피눈물을 쥐어짜기 때문"이라며 "울산과학대는 바로 대표적인 갑이며 청소노동자들의 파업은 을의 마지막 선택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잘 알려졌듯이 울산과학대는 우리나라 정치인 중 최대갑부인 정몽준 명예 이사장이 있는 대학교로 적립금이 100억 원이 넘는 탄탄한 대학"이라며 "이곳에서 일해 온 청소노동자들의 임금은 열악하기 짝이 없어 생활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임금을 보장해달라고 요구하며 교섭을 했지만 학교는 용역업체의 직원일 뿐이라며 거들떠도 보지 않았다"라고 상기했다.

또한 "어렵게 열리는 교섭 때마다 사용자측은 시급을 올리면 상여금을 없애고, 상여금을 올릴 때는 시급을 동결하자는 식으로 기만했다"라면서 "고령의 청소노동자들이 무임금을 감내하면서도 1년 가까이 버텨온 것은 그만큼 절박하고 분통터지는 저항이었다"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사회적 약자들의 기본적인 권리를 지키는 데 함께 할 것이며 벼랑으로 내몰린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들을 지키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것은 바로 거부할 수 있는 정의의 행동이기 때문이다, 고령의 여성인 비정규직 노동자를 탄압하는 어떤 불온한 행위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 작성 글에 한 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태그:#울산과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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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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