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레알 마드리드 CF의 감독직은 '독이 든 성배'나 다름없다.

전 세계 스포츠 구단 가치 1위, 천문학적인 연봉, 세계최고의 선수들을 휘하에 둘 수 있는 기회 등 최고의 명성과 화려한 영광을 누릴 수 있는 자리가 레알 마드리드의 감독이다. 그러나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두면 가차 없이 물러나야 하는 것 역시 레알 마드리드의 감독이다.

과거 AC 밀란(이탈리아), 첼시 FC(잉글랜드), 파리 생제르맹 FC(프랑스)에서 숱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명장 반열에 올랐던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55, 이탈리아)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 2013년 여름, 주제 무리뉴 감독(52, 포르투갈)에 이어 레알 마드리드 지휘봉을 잡았던 안첼로티 감독은 26일(아래 한국시간) 1년의 계약기간을 남겨두고 구단으로부터 감독직 해임통보를 받았다.

레알 마드리드는 공식 누리집을 통해 안첼로티 감독의 해임을 공식 발표했다.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공식 입장을 드러낸 페레즈 회장은 "매우 힘든 결정(Difficult decision)이었다"며 "안첼로티는 지난 2년간 우리 구단은 물론 팬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말했다.

이어 "레알 마드리드가 요구하는 기준은 매우 높은 편"이라며 "우리는 지금이 타이틀 획득을 위해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시기라고 판단했다"며 안첼로티 감독의 해임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지난 시즌 레알 마드리드의 챔피언스리그 10회 우승(라데시마)을 이끌며 구단과 팬으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받았던 안첼로티 감독은 올 시즌 리그, 국왕컵, 챔피언스리그에서 모두 무관에 그치며 그동안 경질설에 휩싸였었다.

12년간 9명 경질... 이번엔 또 누구

레알 마드리드의 플로렌티노 페레스 구단주는 스페인 건설 그룹회사인 ACS를 이끌고 있는 최고경영자이자 10억 파운드(약 2조원)의 재산을 보유한 세계적인 부호이다.

지난 2000년 15대 레알 마드리드 회장으로 선출된 페레즈 회장은 루이스 피구, 지네딘 지단, 호나우두, 데이비드 베컴 등 당대 최고 스타들을 영입하는 '갈락티코(은하수) 정책'으로 레알 마드리드의 구단 가치를 세계 최정상으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이러한 거침없는 투자에도 불구하고, 팀이 기대 이하의 성적 부진을 겪자 페레즈 회장은 감독 경질을 통해 팀의 활로를 모색했다.

페레즈 회장은 지난 2000년 비센테 델 보스케 감독을 시작으로 카를로스 케이로스, 호세 안토니오 카마초, 가르시아 레몬, 반더레시 룩셈부르고, 후안 로페스 카로 등 6명을 경질시켰다. 이어 집권 2기이던 2009년에는 마누엘 페예그리니를 1시즌 만에 내친 데 이어 조제 무리뉴, 안첼로티 감독마저 단박에 경질시키며 12년간 9명의 감독을 쫓아내는 파격적인 단행을 이어갔다.

안첼로티 감독 경질이 확정되면서 이제 '독이 든 성배' 레알 마드리드의 차기 감독직에 누가 오르게 될 지 축구계에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22일, 영국 공영방송 BBC에 따르면 "스페인 출신의 라파엘 베니테스 감독(55)이 가장 유력한 레알 마드리드 차기 감독 후보로 올라섰다"라고 보도했다. 마르카, 아스 등 스페인 현지 언론들도 베니테스 감독 선임에 힘을 실고 있는 분위기다.

현재 이탈리아 프로축구 나폴리SC에서 감독직을 맡고 있는 베니테스 감독은 지난 1993년 레알 마드리드 B팀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해 바야돌리드, 오사수나, 발렌시아 등 스페인 프로축구무대서 활동했다.

2004년에는 잉글랜드 리버풀 감독자리에 올라 챔피언스리그 우승과 FA컵 우승을 거뭐지며 전성기를 맞이한 베니테스는 2010년 인터 밀란(이탈리아)과 첼시를 거쳐 지난 2013년부터 나폴리 감독직을 맡고 있다. 한편 페레즈 회장은 이 날 차기 감독 부임과 관련해 "다음주(Next week)나 되어야 알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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