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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안성 가온고등학교의 약 20의 학생들이 광주를 찾았다. 5.18 청소년 레드 페스타(RED FESTA)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레드 페스타는 사회적 이슈에 대해 청소년의 목소리를 내기 위한 것으로, 전국 각지의 청소년이 광주 금남로로 모이는 축제였다.

장장 세 시간에 걸쳐 광주 금남로에 도착했다. 각종 공연과 부스 행사가 이미 진행되고 있었다. 레드 페스타에 관해 자세히 알지 못했던 우리는 현장에 직접 가보고 그 열기에 놀랐다. 차가 다니지 못하도록 통제된 금남로는 청소년으로 가득했고, 평소에는 들을 수 없었던 사회적 이슈에 대한 청소년들의 목소리로 꽉 차 있었다.

지난 23일, 안성 가온고등학교의 약 20명 내외의 학생들이 ?18 청소년 레드 페스타에 참가하기 위해 광주를 찾았다.
▲ 금남로를 가득 메운 전국의 청소년들 지난 23일, 안성 가온고등학교의 약 20명 내외의 학생들이 ?18 청소년 레드 페스타에 참가하기 위해 광주를 찾았다.
ⓒ 이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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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를 가득 메운 청소년들은 5.18민주화운동 당시 민주주의를 지키고자 금남로로 쏟아져 나왔던 광주 시민과 대학생, 중·고등학생들을 떠올리게 했다. 그 뜨거운 열기 속 직접 나서서 거리를 메운 청소년들은 그 어떤 어른보다도 성숙하고 진지했다.

금남로에 쭉 늘어선 부스들은 5.18뿐 아니라 세월호, 네팔 지진, 강제 야간 자율 학습, 청소년 노동 등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부스에 참여하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손에 피켓을 들고 시위하듯 거리를 행진하는 청소년도 있었다. 청소년의 세상이 있다면 이런 것일까? 지나가던 학생들과 시민은 청소년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였다.

직접 체험하고 경험하는 활동이어서 더욱 관심을 갖게 했다. 특히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 된다'를 모토로 걸고 5.18 민주화 운동의 역사를 사람들에게 알렸다. 학교에서 교과서로 배우는 것보다 생생했다. 우리는 게시물과 사진을 보며 비참한 저항의 역사를 되새겼다. 레드 페스타의 의의는 거기에 있었다.

학생들은 지금의 어른보다도 더 성숙한 어른이 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광주에 모여 부당한 대우, 억울한 처사, 슬픈 역사와 기억해야 할 역사를 외치는 청소년을 보면서 한국의 미래가 어둡지만은 않다고 생각했다. 1980년 5월 광주의 뜨거운 기를 학생들이 물려받는 중이었다.

오후 4시 16분이 되자 30초가량의 긴 사이렌이 울렸다. 영문을 모른 채 주위를 둘러보자 부스를 지키고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 거리로 나오기 시작했다. 커다란 무리가 만들어지더니 노래가 나오기 시작했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5.18 민주화운동 기록관 앞 기념석에 ‘민주를 인양하라, 통일을 인양하라’고 쓴 노란 리본이 달려 있다.
▲ 5.18 민주화운동 기록관 5.18 민주화운동 기록관 앞 기념석에 ‘민주를 인양하라, 통일을 인양하라’고 쓴 노란 리본이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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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은 반복되는 가사에 맞춰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며 춤을 췄다.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기 위해 모두가 함께 준비한 플래시몹이었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라는 가사를 들으며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청소년들은 이렇게 한 마음이 되어 '침몰하지 않는 진실'을 요구하고 있었지만, 세월호 참사가 잊혀 가는 게 안타까웠다. 우리의 노래가 진실을 외면하는 사람들에게 닿기를 바랐다.

이후 가온고 학생들은 발길을 돌려 망월동 5.18 민주 묘지로 향했다. 당시 군사 정권에 대항해 싸우다 목숨을 잃은 약 700여 명의 사람들이 잠들어 있는 곳이었다. 그들을 기리며 묵념한 뒤 묘지를 걸었다. 고요한 침묵 속에 학생들은 경건한 마음이 됐다. 누군가는 묘비에 적힌 말을 보며 눈물을 훔치기도 했고, 누군가는 출생일과 사망일을 계산하며 초등학생이라며 놀라기도 했다.

직접 싸우다 총칼에 죽은 사람뿐 아니라, 병원에서 나오다가 영문 모를 죽임을 당한 사람, 주먹밥을 나르다 총에 맞은 사람, 그냥 거리를 지나고 있었을 뿐인데 군인에게 잡혀 구타를 당하다 죽은 사람도 있었다. 묘비에는 5.18의 역사가 그대로 잠들어 있었다.

그 전까진 직접 경험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잘 모르는 것인 줄 알았다. 그러나 그 현장에만 와봐도 알 수 있었다. 30년이 지나도 현장에는 그날의 기운이 남아있었다. 기록으로 남기지 못하게 억압했어도, 그곳의 사람들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역사는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대중에게 잊힐 뿐이다.

백범 김구 선생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가 없다'고 했다. 오늘날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비참한 역사를 기억하고 이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 점에서 가온고등학교의 광주 방문은 가치 있는 것이었다. 우리는 가슴 속에 5.18을 새기고 다시 돌아왔다. 한 번 새겨진 것은 쉬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금남로에 쭉 늘어서 있는 부스들은 5?18뿐만 아니라 세월호, 네팔 지진, 강제 야간 자율학습, 청소년 노동 등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 5.18 광주 청소년 레드 페스타 금남로에 쭉 늘어서 있는 부스들은 5?18뿐만 아니라 세월호, 네팔 지진, 강제 야간 자율학습, 청소년 노동 등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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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은 5월 27일자 안성신문 지면과 홈페이지에 실릴 예정입니다.



태그:#5.18, #광주민주화운동, #청소년, #레드 페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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