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복면검사> 스틸컷

KBS 2TV <복면검사> 스틸컷 ⓒ 김종학프로덕션


최근 드라마에 자신에 본 모습을 감춘 채 살아가는 주인공들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KBS 2TV 수목드라마 <복면검사>는 낮에는 살인 현장에서조차 능글맞은 웃음을 지으며 "이 사건을 해결하면 승승장구할 수 있다. 이건 다 내 복이다"라고 말하는 속물 검사로, 밤에는 복면을 쓰고 코브라 트위스트 등 화려한 레슬링 기술로 법으로 심판할 수 없었던 범법자를 제압하는 남자 하대철(주상욱 분)이 등장한다.

얼마든지 정의를 위해 싸울 수 있는 '검사'라는 직업을 갖고 있는 하대철이 복면을 쓰게 된 건 법과 정의가 뒤틀려진 현실의 한계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하대철이 맡게 된 한 사건의 가해자는 '권력자의 지인의 처남'이라는 이유만으로 손쉽게 법적 처벌을 피한다.

이는 '유전유예, 무전실형'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소위 사회 지도층에 속하는 인물들이 범법 행위를 저지르고도 실형을 피하는 현실에 반감이 높아지는 지금의 세태를 반영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드라마는 '복면'이라는 다소 엉뚱하지만 유쾌한 장치를 통해 가상으로나마 범법자를 응징함으로써 시청자에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이를 두고 지난 18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문보현 KBS 드라마 국장은 드라마를 소개하며 "검사가 복면까지 써야 하는 답답한 현실이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연출자인 전산 PD 또한 "사회적으로 공고해진 악을 현실적으로 바로잡으려면 시간이 걸린다"며 "때문에 드라마 속에서 카타르시스를 주기 위해선 비현실적인 설정(복면)이 있어야 가능하다 싶었다"고 설명했다.

 KBS 2TV <후아유-학교 2015> 방송 장면

KBS 2TV <후아유-학교 2015> 방송 장면 ⓒ KBS


<복면검사>가 세태를 꼬집고 시청자에게 대리만족을 주기 위해 신분이 뒤바뀌는 설정을 차용했다면, KBS 2TV <후아유-학교 2015> 속 '신분이 뒤바뀌는 두 자매'라는 설정은 보다 드라마의 재미를 위해 기능한다.

<후아유-학교 2015>의 여주인공 이은비(김소현 분)는 불의의 사고로 왕따 소녀에서 강남의 잘 나가는 '퀸카' 여고생 고은별이 된다.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것은 이은비와 고은별이 사실은 쌍둥이 자매로, 고은별이 이은비 대신 강남의 부유한 집으로 입양되었다는 일종의 '출생의 비밀'이다. <후아유-학교 2015>는 두 사람의 신분이 뒤바뀌게 된 경위를 미스터리하게 그려냄으로써 기존의 <학교> 시리즈가 고수했던 학원물에 그치지 않고 '복합 장르 드라마'라는 정체성을 얻었다.

또 두 자매가 뒤바뀐다는 설정은 이들을 각각 마음에 두고 있던 한이안(남주혁 분)-공태광(육성재 분)과의 로맨스에도 '양념'을 더한다. 오랫동안 고은별을 좋아했지만 그저 친구로 그 곁에 머물렀던 한이안, 그런 한이안에게 점점 마음이 끌리는 이은비, 이은비에게 '나라도 너의 본명을 불러 주겠다'며 흑기사를 자처하는 공태광의 삼각 로맨스가 점점 가속화되면서 <후아유-학교 2015>는 최근 자체최고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27일 첫 방송을 앞두고 있는 SBS 수목드라마 <가면>은 드라마의 메시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주인공의 신분이 뒤바뀌도록 했다. 드라마는 가난한 백화점 판매원이었던 변지숙(수애 분)이 자신과 꼭 닮은 국회의원의 딸 서은하가 대기업 후계자 최민우(주지훈 분)와의 결혼을 앞두고 숨지자 그를 대신해 재벌가의 며느리가 되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그린다.

집안의 빚을 위해 서은하가 된 변지숙이 재벌가에 입성한 뒤 깨닫게 되는 건 모두들 각자의 실체를 숨긴 채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아도 '가면'으로 위장하고 살아간다는 것. 특히 변지숙과 사랑받지 못한 유년기의 아픔 때문에 냉철한 기업가의 가면을 쓴 최민우가 사랑에 빠지고, 이들이 각자의 가면 속에 숨겨진 진짜 모습을 보게 되는 과정을 통해 드라마는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겠다는 계획이다.

 tvN <신분을 숨겨라> 포스터

tvN <신분을 숨겨라> 포스터 ⓒ CJ E&M


6월 방송되는 tvN 월화드라마 <신분을 숨겨라>는 아예 직업적으로 신분을 바꿔야만 하는 사람들을 그린다. 잠입 수사를 통해 사건을 해결하는 경찰들의 이야기인 <신분을 숨겨라>에는 배우 김범, 박성웅, 윤소이, 이원종 등이 출연한다. 또 지난해 OCN <나쁜 녀석들>을 연출했던 김정민 PD를 비롯한 제작진이 합류해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이처럼 신분을 숨기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연이어 드라마에 등장하는 데 대해 <신분을 숨겨라>의 황준혁 CJ E&M PD는 <오마이스타>에 "각박한 현실에서 '다른 사람'이 된다는 설정이 요즘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시청자 입장에서 스테레오 타입의 캐릭터보다는 입체적인 캐릭터의 다양한 모습들을 보는 것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기존 '정서에 몰두하는 형식의 드라마'에 최근 신분을 숨기는 콘셉트가 더해져 다양한 장르로 변주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한 황 PD는 <신분을 숨겨라>의 차별점에 대해서는 "영화 <무간도> 등 기존의 잠입 수사물에서 '정체성'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룬 것과 달리 <신분을 숨겨라>는 신분을 숨기고 작전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미션 클리어'와 같은 장르적 재미를 더욱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복면검사 후아유-학교 2015 가면 신분을 숨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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