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가 LG 트윈스와의 주말 3연전에서 무려 41점을 쓸어 담으며 홈 팬들에게 화끈한 타격쇼를 선보였다. 특히 백업 내야수 오승택은 3일 동안 홈런 3개를 포함해 10안타를 때려내며 주전 황재균을 긴장시켰다.

포수 강민호 역시 일요일 경기에서 연타석 홈런을 터트리는 괴력을 과시했다. 작년까지 한 시즌 최다 홈런이 23개(2010년)였던 강민호는 올 시즌 42경기에서 벌써 15개의 홈런을 때려내고 있다.

하지만 이종운 감독과 장종훈 타격코치를 흐뭇하게 만드는 인물은 따로 있다. 4월까지 지독한 슬럼프에 시달리다가 5월부터 맹타를 휘루르며 완벽하게 부활한, KBO리그 최고의 외야수 손아섭이다.

리그 역사상 단 2명 뿐인 4년 연속 외야 골든글러브의 주인공

'빅보이' 이대호(소프트뱅크 호크스)가 없는 지금, 롯데를 대표하는 최고의 스타는 포수 강민호다. 비록 강민호는 제주에서 태어나 포항에서 학창시절을 보냈지만, 2004년 롯데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해 12년째 거인 유니폼을 입고 활약하고 있다.

2013년이 끝나고 FA자격을 얻었을 때도 롯데 구단은 '강민호는 (FA시장에서) 구경도 못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실제로 원 소속구단 우선협상기간 중에 75억 원이라는 거액을 베팅해 강민호를 잔류하게 만들었다. 강민호 역시 롯데 이외의 구단에서 뛰는 건 상상한 적이 없었다며 팀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롯데에서 가장 기여도가 높은 선수는 강민호가 아닌 손아섭이다. 강민호가 2010년 전성기를 보낸 후 최근 4년 동안 타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 데 반해, 손아섭은 2010년 3할 고지를 밟은 후 매년 안타 수를 늘려가고 있다.

무엇보다 야구를 대하는 진지한 자세는 그 어떤 선수와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다. 데뷔 초기 그저 그런 '똑딱이' 타자였던 손아섭은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힘을 키워 작년 시즌 18홈런을 때려내기도 했다.

2010년부터 KBO리그를 대표하는 외야수로 떠오른 손아섭은 2011년부터 4년 연속 골든글러브를 차지했다. 타 포지션에 비해 경쟁률이 높은 외야수 부문에서 4년 연속 골든글러브를 차지한 선수는 '타격의 달인'으로 불리던 고 장효조 전 감독(1983~1987년) 이후 역대 두 번째다.

작년 인천아시안게임을 통해 병역문제까지 해결한 손아섭은, 롯데를 넘어 'KBO리그 역대급 외야수'의 길을 걷고 있다. 롯데 구단에서도 손아섭에게 올 시즌 5억 원의 연봉을 안기며 간판스타로서의 대우를 아끼지 않았다.

부진 씻고 5월 들어 4할 맹타, 시즌 3할 타율도 회복

당초 이종운 감독은 빠른 발과 펀치력을 동시에 갖춘 손아섭에게 올 시즌 1번 타자를 맡길 계획이었다. 하지만 외국인 선수로 손아섭과 비슷한 유형의 좌타자 짐 아두치가 합류하면서 손아섭은 3번 타자로 시즌을 시작했다.

손아섭은 kt 위즈와의 개막전에서 3안타를 폭발시키며 작년의 기세를 이어가는 듯했다. 하지만 손아섭은 개막전의 맹타 이후 믿기 힘든 부진에 빠지고 말았다. 4월이 끝났을 때 손아섭의 타율은 .245까지 떨어져 있었다.

보통 실력이 검증된 타자가 초반에 부진하면 부상이나 '타격 사이클'에서 그 원인을 찾기 마련이다. 하지만 '상남자' 손아섭은 달랐다. 자신의 부진은 일시적인 슬럼프가 아니라 실력일 뿐이라며, 더 열심히 훈련하고 준비할 것을 다짐했다.

그리고 마음을 다잡은 손아섭이 다시 KBO리그 최고 외야수의 위용을 회복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4월까지 타율 .245 2홈런 13타점으로 부진했던 손아섭은 5월에 열린 21경기에서 타율 .405 5홈런 14타점 6도루를 기록하며 완벽하게 부활했다.

어느덧 시즌 타율은 .316까지 치솟았고 7번까지 떨어졌던 타순도 다시 1번으로 돌아왔다. 4월까지 도루 시도가 단 1개뿐이었던 손아섭은 5월에만 7개의 도루를 시도해 6개를 성공시키며 공격적인 베이스러닝을 하고 있다. 시즌 도루성공률은 87.5%에 달한다.

손아섭은 LG와의 주말 3연전에서도 3일 연속 1번 타자로 출전해 7안타 2홈런 5타점 6득점이라는 뛰어난 성적을 올렸다. 반면에 3일 동안 16번이나 타석에 서면서 삼진은 2개 밖에 당하지 않았다.

5년 연속 3할을 쳤던 정확한 타격에 만만찮은 장타력, 그리고 단독도루가 가능한 빠른 발까지 보유한 손아섭은 다양한 타순에서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자원이다. 황재균, 강민호, 아두치, 오승택 등이 뛰어난 타격감을 이어가고 있는 롯데에서 간판타자 손아섭의 부활은 롯데 막강타선의 부활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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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롯데 자이언츠 손아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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