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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국립대전현충원에 갔을 적에 목도한 씁쓸함이 소화 안 된 더부룩함의 되새김으로 오버랩된다. 당시 고향인 천안의 죽마고우가 이곳 대전에 산다는 아들 집에 왔다가 나를 보자고 하여 만났다.

마침 그날은 나도 쉬는 날이었는지라 그 친구를 만나 유성에 갔다. 거기서 점심을 나눈 뒤 대전현충원에 갔다. 그건 그 친구의 선친께서 국가유공자인 까닭이었다. 좌우로 백마 상 세 마리가 마치 좌청룡우백호인 양 포진하고 있는 현충원에 들어서자 도열한 태극기들도 반갑다며 자신들의 존재감을 마구 뽐냈다.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참배용 꽃다발을 살 요량에 매점이 있는 곳으로 갔다. 한데 어떤 젊은 여자 하나가 마치 송아지처럼 커다란 개를 끌고 온 것이 아닌가! 그것도 의상은 대충 걸친 데다가 신발 또한 슬리퍼를 질질 끌고 가는 꼬락서니라니!

사람은 때와 장소에 따라 그에 걸맞은 행동거지를 해야만 욕을 안 먹는 법이다. 평소 경우에 맞지 않거나 의리가 없는 사람은 극도로 경멸하는 터다. 그래서 나는 그 처자가 비록 생면부지의 사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마구 혼냈던 것이다.

"아가씨~ 여긴 경건해야 마땅한 현충원입니다, 근데 지금 아가씨의 의상과 또 저 개는 뭐요? 신고하기 전애 당장 여기서 나가쇼!" 나의 이유 있는 질책에 그 처자는 아무 말도 못한 채 서둘러 현충원을 빠져나가야 했다.

오늘은 5월25일 부처님 오신 날이다. 오늘 같은 석탄일엔 태극기를 게양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오는 6월 6일의 현충일엔 반드시 국기를 달아야 옳다. 그러나 막상 현충일이 되어도 태극기를 정성으로 다는 집은 그리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대신에 들과 산으로, 또는 바다... 심지어는 외국으로까지 놀러가는 이들은 왜 그렇게 많은 건지 모를 일이다. 외국에 나가면 잠시 상실했던 애국심이 모락모락 솟는다는 건 상식이다. 10년 전에 기회가 되어 중국여행을 간 적이 있다.

상하이의 임시정부청사도 찾았는데 그 규모가 어찌나 협소하고 남루한지 나도 모르게 그만 슬픔이 분수처럼 솟았다.'이런 데서도 김구 선생님을 위시한 그 많은 애국열사님들이 자심의 목숨을 초개(草芥)처럼 버리며 일제와 싸우셨단 말이지......!'

하긴 그런 애국심이 있었기에 우린 지금 여유로운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꽃보다 남자> 드라마가 히트한 뒤 '꽃보다 할배'까지 나왔다. 그래서 말인데 이제부터라도 제발'개보다 태극기'를 먼저 준수하고 볼 일이다.

화재가 발생하자 자신을 낳아 길러주고 먹여주었으며 가르쳐주기까지 한 부모님보다 개를 먼저 안고 불길을 피한 사람은 분명 불효자였을 터다. 나의 편견이랄 수도 있겠지만 대저 불효자 치고 애국자인 사람은 못 봤다.

아울러 현충원처럼 경건해야 마땅한 장소에 개까지 끌고 온 사람은 '굴퉁이', 즉 겉모양은 그럴듯하나 속은 보잘 것 없는 사람이라는 게 개인적 어떤 철학이다. 우리 제발 개념 좀 지니고 살자!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자유와 풍요의 삶은 지난 시절 외침 등의 국난 극복에 몸으로 저항한 애국자들의 그 치열함이 담보된 때문이었음을 아울러 자각하자.


태그:#태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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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서: [초경서반]&[사자성어는 인생 플랫폼]&[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 대전자원봉사센터 기자단 단장 ▣ 月刊 [청풍] 편집위원 ▣ 대전시청 명예기자 ▣ [중도일보] 칼럼니스트 ▣ 한국해외문화협회 감사 / ▣ 한남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CEO) 수강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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