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영 중인 KBS 2TV 드라마 <프로듀사>는 KBS를 배경으로 한 과감한 시도로 시청자 공략에 나섰다. 사실상 KBS가 드라마를 이용해 KBS 자체를 홍보하려 한 것. 드라마에서 KBS 예능국 PD로 등장한 배우들은 실제 KBS 직원 신분증을 목에 걸고 예능국 사무실과 회사 구내식당, 로비, 주차장 등을 분주하게 오간다. 이들이 제작하는 프로그램 역시 <1박 2일> <뮤직뱅크> 등 KBS의 대표 예능프로그램이다.

KBS의 간판 프로그램을 다른 장르와 결합한 구성은 지난 4월 방영된 <두근두근 인도>에서 먼저 시도됐다. <프로듀사>가 방영되기 전, 동 시간대에 편성된 <두근두근 인도>는 6명의 남자 아이돌 스타가 인도에서 특파원 취재기자로 활동하는 모습을 담은 리얼리티 예능프로그램. K-POP을 주제로 KBS 1TV <9시 뉴스>에 실릴 리포트를 제작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담았다. KBS 보도국과 예능국이 함께 기획한 이 프로그램은 실제 KBS 취재기자가 스타들과 동행하며 취재를 돕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한류스타가 KBS 간판 프로그램 제작 대리 경험…KBS 의도는?

 KBS 예능프로그램 <두근두근 인도>에 출연해 KBS 뉴스 마이크를 손에 든 아이돌 스타들

KBS 예능프로그램 <두근두근 인도>에 출연해 KBS 뉴스 마이크를 손에 든 아이돌 스타들 ⓒ KBS


<두근두근 인도>와 <프로듀사>는 보도와 예능이라는 장르의 차이만 있을 뿐 KBS의 간판 프로그램 제작을 스타가 대리 경험하는 형식이라는 점이 닮았다.

<두근두근 인도>가 힘주어 부각한 <9시 뉴스>는 KBS의 대표 뉴스콘텐츠. <프로듀사>의 소재가 된 <1박 2일>은 이미 중국판 버전이 제작될 정도로 '효자' 수출 프로그램이다. <뮤직뱅크>는 전 세계 K-POP 팬이 한국 가요를 만나는 대표 프로그램이다.

KBS는 자사 프로그램을 소재로 예능과 드라마를 제작하면서 인기 한류스타를 기용해 홍보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모습이다. <프로듀사>는 '한류 왕자'로 떠오른 김수현을 주인공으로 세웠고, <두근두근 인도>는 샤이니 민호, 슈퍼주니어 규현, 엑소 수호, 인피니트 성규 등 '가장 바쁜' 아이돌그룹의 간판 멤버를 함께 출연시키는 기록을 세웠다.

사실 KBS가 자사 홍보에 초점을 맞춘 방송 콘텐츠가 한류스타에게도 '윈윈'의 기회가 될 수는 있다. <두근두근 인도>의 경우 상대적으로 K-POP 불모지로 인식되는 나라를 찾아 현지에서 자신들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효과가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프로듀사>에 출연한 김수현의 경우,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형성된 신비로운 캐릭터를 벗고 한국의 간판 방송사 PD라는 친숙하고 현실적인 배역으로 해외 팬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려 했을 가능성이 있다.

"프로듀사=사내방송용 드라마" 지적도...시청자 마음 돌리려면?

 KBS 드라마 <프로듀사>에서 KBS 예능국 신입 PD역을 맡은 배우 김수현

KBS 드라마 <프로듀사>에서 KBS 예능국 신입 PD역을 맡은 배우 김수현 ⓒ KBS


하지만 한류스타와 KBS가 함께 박자를 맞춘 콘텐츠의 성적표는 비교적 초라하다. 총 4회 분량으로 편성된 <두근두근 인도>의 경우 시청률 2.4%로 방송을 마쳤다.

<프로듀사>는 방영 전부터 큰 관심을 모았음에도 11%의 시청률을 나타내고 있다. 이는 김수현의 이전 출연작 <별에서 온 그대>의 평균 시청률인 24%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일각에선 <프로듀사>를 두고 '사내 방송용 드라마'라고 지적하면서 시청률 상승을 발목 잡고 있다.

이쯤 되면 KBS 브랜드를 전면에 내건 콘텐츠가 대중의 마음을 얻는 데는 일단 성공하지 못했다는 진단이 가능하다.

<두근두근 인도>에서 아이돌 스타가 KBS가 로고가 새겨진 마이크를 들고 뉴스 리포팅을 하는 모습은 신선하기보다 어색했다. 뉴스 제작을 위한 취재보다 그들이 현지인과 섞여 순수하게 한국의 음악을 전하는 모습이 그려졌다면 차라리 잔잔한 감동이나마 남기지 않았을까.

물론 스타가 예능과 드라마에서 방송 직업군의 역할을 소화하는 콘셉트는 앞으로도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방송국이 대중의 호기심을 끌어당기는 공간으로 기능할 때까지는 말이다.

하지만 이 같은 소재를 통해 방송사의 브랜드 자체를 홍보하려는 전략에는 신중한 판단이 필요해 보인다. 더욱이 자사에 대한 지나친 자부심이 노출되는 콘셉트라면 재고해볼 것을 권한다. 방송사에 대한 시청자의 동경과 시샘의 마음은 어디까지나 한 끗 차이일 테니.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강훈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blog.naver.com/dreamyhoon/)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두근두근 인도 프로듀사 김수현 이강훈 기자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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