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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달산 충무공 이순신 장군 동상은 큰 칼을 빼려는 자세로 일본을 바라보며 조금 기울어져 있다. 이는 죽어서도 나라를 지키고 일본의 기운을 누르려는 뜻이 숨어 있다고 한다.
 유달산 충무공 이순신 장군 동상은 큰 칼을 빼려는 자세로 일본을 바라보며 조금 기울어져 있다. 이는 죽어서도 나라를 지키고 일본의 기운을 누르려는 뜻이 숨어 있다고 한다.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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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죽으면 사후에 그 영혼은 어디로 갈까? 그 사람의 업보에 따라 육도윤회(六道輪廻)를 할까? 부처님 오신 날을 맞이하여 새삼스럽게 인간의 사후 세계를 생각해 본다.

목포시에 위치한 유달산 정상에는 사람이 죽은 뒤에 그 영혼을 심판한다는 '일등바위'가 있다. 일등바위는 노령산맥의 큰 줄기가 무안반도 끝에 이르러 마지막 용솟음을 하며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유달산 꼭대기에 있다. 유달산은 높이 228m로 그리 높지는 않지만 목포시를 병풍처럼 끌어안고 다도해로 이어지는 서남단의 끝에 우뚝 서 있다.  

유달산의 또 다른 이름은 '영달산'으로 영혼이 거쳐 가는 곳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오랜 옛날부터 사람이 죽으면 그 사람의 영혼이 이 영달산 일등바위에서 심판을 받은 뒤, 이등바위로 옮겨간다고 전해내려오고 있다.

노령산맥 끝자락에 병풍처럼 솟아오른 유달산. 노적봉 뒤로 인간의 영혼을 심판한다는 일등바위가 보이고, 우측으로 인간의 영혼이 잠시 쉬어 간다는 이등바위가 보인다.
 노령산맥 끝자락에 병풍처럼 솟아오른 유달산. 노적봉 뒤로 인간의 영혼을 심판한다는 일등바위가 보이고, 우측으로 인간의 영혼이 잠시 쉬어 간다는 이등바위가 보인다.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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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일등바위에서 심판을 받은 영혼은 이등바위로 이동하여 잠시 대기를 하고 있다가, 극락세계로 가는 영혼은 세 마리의 학(삼학도)을 타고 가고, 용궁으로 가는 영혼은 고하도 용머리를 타고 가다가 거북섬(목포와 압해도 사이에 있는 섬)에 있는 거북이 등에 실려 용궁으로 간다고 한다.

유달산 초입에 있는 노적봉에서부터 유달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노적봉 오른 쪽으로 돌아가니 괴상하게 생긴 나무 한그루가 눈에 띠었다. 여인이 하반신 모습을 하고 있는 이 해괴한 팽나무를 사람들은 다산목(多産木)이라 부른다.

여인의 하반신을 닮은 다산목. 유달산 초입 노적봉 밑에 있다.
 여인의 하반신을 닮은 다산목. 유달산 초입 노적봉 밑에 있다.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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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정복되지 결코 않은 노적봉

다산목을 끼고 돌아서면 우람하게 솟아오른 노적봉 전체를 바라볼 수 있다. 노적봉은 해발 60m의 바위산에 불과하지만 왜적을 물리친 이순신 장군의 호국혼이 담겨있다. 정유재란 때 이순신 장군은 불과 12척의 배로 불가능해 보였던 명량대첩을 승리로 이끌었다. 명량대첩에서 대승을 거두고 유달산 앞바다에서 전열을 재정비하던 이순신 장군은 적은 숫자의 수군과 군량미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그런 상황에서 왜적의 배가 진을 치고 유달산 앞바다에서 우리 군의 정세를 살피고 있었다. 이순신 장군은 노적봉을 볏짚으로 덮어 마치 군량미가 산처럼 많이 보이게 하고, 바닷물에 백토를 풀어 밥을 짓는 쌀뜨물처럼 흘려보내 조선의 수군과 군량미가 많은 것처럼 보이게 했다.

노적봉
 노적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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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왜군들은 군사가 많은 줄 알고 지래 겁을 먹고 스스로 물러났다. 이러한 일이 있는 후로 이 봉우리를 노적봉이라 부르게 되었다. 노적봉은 작은 바위산이지만 이순신 장군의 전술로 임진왜란 때에도 결코 정복되지 않았던 봉우리다.

피사의 사탑처럼 살짝 기울어진 이순신 장군 동상

노적봉을 뒤로하고 계단에 올라서니 유달산 중턱에 우뚝 서 있는 이순신 장군 동상이 나타났다. 충무공의 정신을 구현하기 위해 1974년 8월15일 세워진 동상이다. 그런데 묘하게도 이순신 장군 동상은 피사의 탑처럼 옆으로 살짝 기울어져 있다.

처음 동상을 보는 순간 뭔가 잘 못 세워진 동상이 아닐까 하는 착각에 빠지게 한다. 동상은 중심선을 기준으로 했을 때 투구까지 약 0.5도 기울어져 있다. 그 사연을 알아보니 장군의 동상이 일본이 있는 쪽을 정확한 각도로 바라보도록 하기 위해 일부러 기울어지게 세웠다고 한다.

피사의 사탑처럼 살짝 기울어져 있는 목포 유달산 충무공 이순신 장군 동상
 피사의 사탑처럼 살짝 기울어져 있는 목포 유달산 충무공 이순신 장군 동상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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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군의 동상이 약간 기울어져 있는 것은 장군의 사후에도 일본의 동향을 계속 살피고 기운을 약하게 만들어 다시는 침략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또 한편으로는 침략하는 왜적을 단칼로 베어버리기 위해 곧바로 칼을 뽑으려는 자세를 나타내고자 일부러 기울어지게 만들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죽어서도 일본 쪽을 바라보며 왜적을 감시하고 있는 이순신 장군의 동상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그러나 일본은 위안부 문제 등 전 세계의 비난을 받고 있지만, 사과는 커녕 독도를 자신들의 땅이라고 우기고 있다. 이를 보면 그들은 침략 근성을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정치인들은 나라 걱정보다는 당리당략을 위해 이전투구를 벌리며 서로를 물어뜯고 있다. 큰 칼을 차고 두 눈을 부릅뜬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서릿발 같은 호령이 부끄럽지도 않는가?

간담을 서늘케 하는 충무공 동상을 뒤로 하고 비지땀을 흘리며 일등바위에 올랐다. 점점이 크고 작은 섬으로 이어지는 다도해! 신안군에는 1004개의 섬이 있다고 한다. 일등바위에서 바라보는 다도해는 아름답다.

유달산 일등바위에서 바라본 다도해. 신안군은 1004개의 섬이 있어 천사의 섬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목포대교가 고하도와 이어지고 있다.
 유달산 일등바위에서 바라본 다도해. 신안군은 1004개의 섬이 있어 천사의 섬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목포대교가 고하도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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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혼은 사후에 이 일등바위에서 어떤 심판을 받게 될까? 여객선이 뱃고동을 길게 울리며 목포대교를 지나 항구로 들어 온다. 나는 다도해의 아름다운 풍경에 잠시 젖어 있다가 이등바위로 가기 위해 일등바위를 내려왔다.

이등바위는 유달산에서 두 번째로 높은 봉우리로 목포 시내 쪽에서 바라보면 마치 마부가 말을 끄는 형상이다. 죽은 사람의 영혼을 실어나르는 마부일까? 왼편으로 나 있는 길을 따라 이등바위에 오르니 정상은 단단한 화강암 덩어리다.

유달산 이등바위는 정상부위가 제법 평평하다. 죽은 인간의 영혼이 일등바위에서 심판을 받고 이곳에서 잠시 쉬어 간다고 한다.
 유달산 이등바위는 정상부위가 제법 평평하다. 죽은 인간의 영혼이 일등바위에서 심판을 받고 이곳에서 잠시 쉬어 간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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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등바위에서 바라본 목포시내. 멀리 압해대교가 보인다.
 이등바위에서 바라본 목포시내. 멀리 압해대교가 보인다.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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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등바위에 오르니 정상부위가 제법 널따랗고 평평하다. 사람들은 이등바위를 신선들과 죽은 사람의 영혼이 잠시 쉬어가는 곳이라고 말한다. 죽은 사람의 영혼도 저승길을 가기 전에 잠시 쉬어가라고 평평한 자리를 만들었을까?

오른쪽으로는 목포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오고, 뒤쪽으로는 압해도를 중심으로 아름다운 다도해의 섬들이 보인다.

수도승이 수행정진을 하고 있는 모습처럼 보이는 유달산 이등바위에 있는 '수도바위'
 수도승이 수행정진을 하고 있는 모습처럼 보이는 유달산 이등바위에 있는 '수도바위'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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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 한쪽에는 동그란 바위가 얹혀 있는데, 그 모습이 꼭 가부좌를 틀고 앉아 수행정진을 하는 수도자의 모습을 닮아 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이 바위를 '수도바위' 혹은 '독승바위'라고도 부른다. 잠시 수도바위 곁에 가부좌를 틀고 잠시 명상에 잠겨 본다.

이등바위에서 내려와 조각공원, 난전시장을 지나 다시 노적봉으로 내려왔다. 이순신 장군은 이곳 유달산에서 107일 동안 머물며 위장전술로 노적봉을 이용하여 왜적을 물리쳤다.

노적봉 큰바위 얼굴
 노적봉 큰바위 얼굴
ⓒ 목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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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노적봉에는 마치 장군이 호령을 하고 있는 듯한 큰 바위 얼굴이 있다. 이 큰바위 얼굴과 맞은편 이순신장군의 동상은 서로 마주보며 나라를 걱정하고 있다.


태그:#유달산 일등바위, #유달산 이등바위, #유달산 이순신 장군 동상, #유달산 노적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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