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펜 평균자책점 최하위, 그러나 꾸준히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는 두산이 선두 자리를 탈환했다. 지난 24일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SK와 정규시즌 5차전에서 선발 진야곱과 비자책점을 기록한 불펜의 활약 속에 7-2 승리를 거둬 올시즌 들어 첫 스윕시리즈를 챙겼다. 또 KIA에게 2-0 영봉패를 당한 삼성을 제치고 선두 자리를 되찾는 기쁨을 맛봤다.

주중 2연전에서 삼성을 홈으로 불러들여 2연패를 기록, 마운드가 완전히 붕괴되면서 자존심을 구겼다. 유네스키 마야, 더스틴 니퍼트 두 명의 외국인투수가 출격했음에도 패배한 두산으로선 타격이 굉장히 커 보였다. 선수들의 사기 저하가 우려되면서 이래저래 걱정을 떠 안고 주말 3연전을 맞이했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오히려 두산다운 야구가 살아나 시리즈를 지배했다.

특히 윤명준이 셋업맨으로, 노경은이 마무리로 이동하며 재정비된 필승조는 한층 안정감 있는 투구를 보여주었다. SK와의 주말 3연전 내내 마운드에 오른 구원투수 전원이 비자책점을 기록,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SK 야수들의 자멸과 두산 타선의 든든한 지원도 있었지만 이번 시리즈의 숨은 일등공신은 단연 불펜이었다.

2연승을 거둔 두산 선수단 지난 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SK와 정규시즌 4차전이 끝난 이후 선수단이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위 사진은 저작권자의 동의를 구했으며, 무단 복제 및 배포를 금합니다.

▲ 2연승을 거둔 두산 선수단 지난 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SK와 정규시즌 4차전이 끝난 이후 선수단이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위 사진은 저작권자의 동의를 구했으며, 무단 복제 및 배포를 금합니다. ⓒ 한호성


'좌완 선발 3인 전원' 5이닝 이상 소화, 불펜 부담 줄어들었다

삼성과의 2연전만 하더라도 필승조와 추격조 할 것 없이 와르르 무너져 20일 경기에서는 무려 25실점을 기록, 올시즌 최다 점수 차 패배를 기록했다. 이튿날 니퍼트가 등판했지만 타선 지원은 1득점에 그쳤고 상대 선발 장원삼을 공략 한 번 제대로 못하며 6-1 5점 차로 패배했다.

17일 KIA전부터 21일 삼성전까지 3연패에 빠진 두산은 3위까지 추락하면서 한때 위기가 찾아왔다. 고질적인 마운드 문제가 언젠가는 드러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예상보다 데미지는 컸다. 두산팬들마저 심각하게 걱정할 정도로 선두싸움에 있어서 분명히 적신호가 켜졌던 셈이다.

그런 가운데 주말 3연전 첫 날, 토종 좌완 에이스 유희관이 선봉장으로 나섰다. 외국인타자 앤드류 브라운에게 3회초 투런포를 허용했고 5회초 이재원의 희생플라이로 한 점을 내줘 총 3실점, 그러나 6.2이닝을 소화하며 올시즌 6번째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적재적소에 나온 타선의 지원과 상대의 폭투 등에 힘입어 리드를 잡은 두산은 7회 2사부터 마운드를 책임진 계투진의 무실점투로 시리즈 첫 경기를 잡았다.

유희관의 바통을 이어받은 이재우가 0.2이닝 동안 16구를 뿌리며 1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고, 8회 1사 상황에서 보직 변경 이후 처음으로 임무를 맡은 노경은이 1.2이닝을 퍼펙트투로 장식했다. 다섯 명의 타자를 모두 땅볼로 깔끔하게 처리하는 장면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1373일 만에 세이브보다도 노경은의 최대 장점인 땅볼 유도가 원하는대로 이뤄졌다는 것이 더 기뻤다.

2차전 역시 분위기가 크게 다르진 않았다. 오히려 선발 장원준이 7이닝을 채우며 93구를 뿌렸고, 무실점투로 아슬아슬한 고비가 찾아올 때마다 특유의 위기관리능력을 발휘했다. 타선은 1회부터 네 점을 뽑아내는 등 전날보다 무서운 응집력으로 SK를 괴롭혔다. 계투진은 딱 2이닝을 책임졌고, 이재우와 오현택 그리고 윤명준 총 세 명의 투수가 나와 SK의 추격 의지를 완전히 꺾어놓았다. 불안하던 윤명준도 9회초에 등판, 본인이 자초한 1사 만루의 위기를 나주환의 병살타로 막아내 위닝시리즈 확보를 확정지었다.

무엇보다도 불펜의 활약이 가장 주요했던 경기는 또 한 명의 좌완 투수 진야곱이 선발 등판한 24일, 3연전 마지막 경기였던 3차전이다. 경기 내내 진야곱은 많은 출루에 경기 중반으로 갈수록 투구수가 많아졌고 불펜도 지난 두 경기보다 일찌감치 출격 준비를 명받았다. 그리고 6회초 선두타자 박정권이 볼넷으로 걸어나가자 곧바로 불펜에서 몸을 풀던 윤명준이 마운드를 향했다.

토요일에 이어 일요일 경기도 등판하며 연투에 대한 부담이 걱정됐지만 1.1이닝 동안 무실점을 기록, SK 타선을 봉쇄했다. 세 번째로 등판한 '옆구리 투수' 오현택도 7회 1사부터 0.2이닝 동안 무실점, 네 번째 투수 좌완 이현호도 1.2이닝 동안 1피안타 1볼넷 3탈삼진 1실점(무자책)을 기록했고 다섯 번째 투수 김수완이 마지막 타자 박정권을 중견수 플라이로 돌려세우며 스윕시리즈의 마지막 퍼즐 조각을 끼워맞췄다.

역투하는 윤명준 지난 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SK와 정규시즌 4차전에서 두산 윤명준이 역투를 펼치고 있다. 위 사직은 저작권자의 동의를 구했으며, 무단 복제 및 배포를 금합니다.

▲ 역투하는 윤명준 지난 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SK와 정규시즌 4차전에서 두산 윤명준이 역투를 펼치고 있다. 위 사직은 저작권자의 동의를 구했으며, 무단 복제 및 배포를 금합니다. ⓒ 한호성


'불펜 ERA 최하위', 그러나 선두 수성 정조준 나선다

24일 경기 전까지 신생팀 kt에게도 밀려 불펜 평균자책점 최하위를 마크하고 있었던 두산은 정말 오랜만에 불펜의 힘을 받으며 시즌 첫 시리즈 스윕을 했다. 투-타 한 쪽이라도 무너졌다면 결코 쉽지 않았다.

시즌 개막부터 지금까지 마운드 문제는 두산의 발목을 잡았다. 팀 블론세이브 8개를 기록해 리그 전체 최다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보직 전환 이전까지 마무리를 맡던 윤명준은 블론세이브 5개를 기록하며 이 부분에서 리그에서 최다 1위를 마크하고 있다. 두산의 장기간 선두 수성이 쉽지 않다는 예측도 불펜의 과부하가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

그런 면에서 이번 3연전은 3승 이상의 성과를 거두는 자리였다. 3연전 내내 구원투수들이 등판해 비자책점을 기록한 것은 올시즌 처음이고, 딜레마에 빠졌던 윤명준이 연투에도 거뜬히 버티면서 팬들의 박수를 받았다. 16일과 17일 광주에서 KIA와의 원정 2연전에 등판해 안정감을 찾은 노경은과 더불어 윤명준의 제구 안정은 향후 순위싸움에 있어서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SK와 주말 3연전 중계를 담당한 SBS Sports 중계진은 "불펜 평균자책점이 10위를 기록하는데 선두를 탈환한다. 이것이 야구다."라는 멘트를 던졌다. 그만큼 불펜이 흔들리는 와중에도 무너지지 않고 중상위권 싸움을 벌인 점은 위협적이기에 충분했다.

다시 선두를 탈환한 두산은 이번주 NC와 kt를 차례로 만나 원정 6연전을 소화한다. 마산과 수원을 오가는 다소 험난한 일정이 기다리고 있지만 올시즌 NC에게 2승, kt에게 4승을 거두고 있어 상대전적에서 앞선 상태다. 상대전적에서의 우위를 이번주에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을까. 지난해의 악몽을 지운 두산의 '허슬두'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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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위 기사는 유준상의 뚝심마니Baseball(blog.naver.com/dbwnsktd16)에도 동시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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