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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하다. 자주보는 지인들이나 오랜만에 만난 반가운 이들도 만나면 하나같이 자신의 피로함을 호소한다. 직장을 다니는 지인도, 함께 작업을 하는 동지들도, 어느덧 초등학교 고학년으로 진급한 내 조카들에게도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건네면 간신히 안부를 주고받다가 이내 대화는 '피곤하다'라는 말로 수렴된다. 그렇다. 대한민국은 지금 피로가 만연해있는 사회이다. 바야흐로 대한민국엔 만사피로사회가 도래했다.

번아웃 증후군. 한 가지 일에 지나치게 집중하다보면 어느 순간 모두 불타버린 촛불과 같이 무기력해지면서 자신의 일상에 적응하지 못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불금만을 바라보며 5일을 버텼지만 정작 금요일 저녁 퇴근길 버스 안에서 무기력해지는 직장인들. 밤낮을 지새우며 자기소개서를 겨우 제출했지만 돌아오는 건 불합격통지서를 바라만 봐야하는 취준생들. 피곤함을 다만 어른들만 느끼는 건 아니다. 학기 중에도 편의점에서 끼니를 떼우며 부모님의 기대에 등떠밀린 초등학생들 또한 직장인들 못지않게 극도의 피로감을 느낀다.

즉, 자신이 해야할 일과 일상에 대해 보람을 느끼고 더 단단한 삶을 위해 도약을 준비하던 사람이 어떤 이유에서건 그 원동력을 잃고 돌연히 슬럼프에 빠진다. 그 이유에는 첫째, 자신도 어찌 하지 못한 외부적인 현실적인 이유와 둘째, 어떤 상황에 놓였을 때 유독 자기 자신만 부정적이거나 감정적으로 받아들였을 때 개인적인 이유가 있다.

어떤 이유에서건 무기력증, 자기혐오, 직무거부 등 다양한 번아웃 증후군의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너무 당연하게 퍼져있는 터라 정작 스스로는 의식하지 못하는게 문제이다. 현재의 무기력함과 낮아진 자존감을 스스로 말하며 타인에게 호소한들 그 피로함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또한, 언제까지 다 타버린 심지 없는 촛불로 살아갈 수는 없다. 물론 자신의 피로함의 이유를 나열하는 것 만으로도 스트레스가 해소될 것이다. 그럼에도 대체되지 않는 케케묵은 감정들은 도대체 어떻게 정리해야하는걸까.

피로함의 이유에도 저마다의 이유가 제각기 존재하듯 해소하는 방법도 그만큼 다양해야 한다. 대표적인 방법으로 커피를 마시거나 독서를 하는것만으로도 스트레스 수치가 낮아진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즉, 대중들의 일반적인 취미가 불안정한 현실을 가장 쉽게 벗어날 수 있는 수단이 되는 것이다.

혹은 영화를 보거나 음악 감상을 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의 취향에 편승하는 것도 좋지만 자신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조용한 음악 영화를 좋아하는 이도 있는 반면 스크린을 가득 채우는 화려한 액션영화를 좋아하는 이도 있다. 또한, 책을 읽을 때 음악을 들으며 빠르게 속독하는 이가 있는 반면 문장을 꼼꼼히 필사하며 책을 읽은 이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중요한 건, 자신의 일상에 복귀하기 위한 밑거름이 되어야 한다. 어떤 방식에서건 자신이 착실히 꾸려온 삶을 놓치지 말것이며 도피하지 말아야 한다. 현실 복귀에 대한 무리한 강박은 가지지 말되 지금의 휴식이 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와야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대한민국이 만사피로사회가 된 것은 자신의 밥벌이 대한 고민이 한 몫 한다. 자신이 벌어먹고 살 그 하얀 '밥'을 먹는 동작에도 피로를 느끼며 밥 한술을 채 뜨기도 전에 우리는 너무도 피곤하다. 왜냐하면, 이미 곤죽이 되도록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훈 작가는 <밥벌이의 지겨움>이라는 책에서 말했다.

"친구들아, 밥벌이를 지겨워하는 모든 사람들의 친구가 되고 싶다. 그러나 우리들의 목표는 끝끝내 밥벌이가 아니다."

그렇다. 밥을 먹기 전에 피곤하면 어떤가. 자신이 이 밥을 먹기위해 들인 정성과 고민의 시간이 너무 소중한데. 또, 이렇게 밥 한술을 같이 떠주는 피곤하지만 항상 옆에 있어주는 이들이 함께 살아가는데. 그러니, '피곤하다'는 어리광과 너스레도 위로라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태그:#번아웃증후군, #번아웃신드롬, #피곤함, #피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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