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천정명

배우 천정명 ⓒ 레드라인엔터테인먼트


과거 천정명과 한 영화에 출연했던 박중훈은 그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정열적이고 순수하고 기분파고 자존심 세고 유약하다." 우연의 일치인지 tvN <하트 투 하트>에서 그가 연기한 정신과 의사 고이석도 딱 이 표현에 들어맞는 인간상이었다. "고이석이 일반적인 드라마 속 '재벌남' '실장님' 같지 않았으면 했다"는 그는 "내 나름대로의 해석으로 연기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처음 이윤정 PD님과 작가님이 생각한 고이석은 좀 더 젠틀한 이미지였어요. 하지만 저에게는 우악스럽고 장난스럽고 똘끼 충만한, 그런 인물로 보이더라고요. 그게 표현하기에도 좀 더 재밌을 것 같았고요. 이야기 끝에 제 해석대로 연기하게 됐고, 덕분에 '천정명 표 고이석'이 딱 나온 것 같아요. 무의식적으로 웃음소리나 행동 같은 면에서 실제 제 모습이 나왔죠."

앞서 알려진 대로 이윤정 PD와 천정명은 MBC <여우야 뭐하니>(2006)로 처음 만난 후, <커피프린스 1호점>(2007)을 함께할 뻔했지만 불발됐던 인연이 있다. 그 후로도 호시탐탐 이윤정 PD와의 재회를 노리던 그에게 9년 만에 <하트 투 하트>가 찾아왔다. "마침 전작 촬영이 너무 힘들었던지라 뭐라도 하지 않으면 미칠 것 같았다"니, 타이밍은 더 할 나위 없이 좋았다. 하지만 기대 끝에 시작된 첫 촬영은 의외로 '멘붕'이었다.

 배우 천정명

"가장 기억에 남았던 장면은 고이석이 차홍도(최강희 분)을 마트에 데리고 가는 거였어요. (얼굴이) 흰 사람도 있고 노란 사람도 있듯 차홍도처럼 빨간 사람도 있는 거라고, 세상은 그런 사람들이 두루두루 모여 사는 거라던 고이석의 그 말이 참 좋더라고요." ⓒ 레드라인엔터테인먼트


"첫 날 첫 신이 굉장히 중요한 거였어요. 엄청 준비해서 (대본을) 달달 외워 갔는데 현장에서 PD님이 완전히 바꿔 버리시더라고요. 그런데 그 후론 그런 것들이 재밌어졌어요. 예를 매 신마다 첫 테이크에 오케이 사인을 받으면, 두 번째 테이크부터는 '어차피 오케이 사인을 받은 게 있으니, 좀 더 다르게 해볼까' 생각하면서 연기하게 됐죠. 지금까진 한 번도 이렇게 연기해본 적이 없었어요.

이런 과정을 통해 '그래도 내가 (연기를) 못하는 배우가 아니었구나'라는 자신감을 얻게 됐어요. 크게 힘이 됐죠. 한때 뭘 해도 욕먹는 시기가 있었거든요. 반대로 뭘 해도 먹히는 게 보이니 저도 신이 났어요. 왜, 운동을 하다 보면 근육이 붙기 시작할 때 신나서 더 운동하게 되잖아요. 딱 그런 느낌이었어요. 스스로 변화되는 모습이 보이는데 좋은 평도 많이 해 주시고, 힘이 되는 말도 해 주시니까…. 촬영 과정이 저에겐 치유의 과정이었죠."

"새로운 배우 치고 올라오는데...내 자리 지키려면 최선 다해야지"

<하트 투 하트> 속 고이석은 진정한 사랑을 만난 것을 계기로 과거의 자신을 버리고 어른이 됐다. 천정명의 경우 "아직까지 운명적인 사랑을 만나지는 못했"다지만, 점점 성장해 간다는 점에선 고이석과 공통된 부분이 있다. "20대 초중반만 해도 촬영하는 거나 사람 대하는 거나 모두 그냥 멋모르고 했던 것 같다"고 입을 연 그는 "지금 생각해 보면 아쉬운 점들도 있다"고 했다.

"거만했다기보단 뭘 모르는 상태였던 것 같아요. (웃음) 20대 초반부터 일했으니 놀고 싶다는 마음도 컸죠. 하지만 30대의 중반이 된 지금은 '중심을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커지고 있어요. 물론 예능 프로그램에 나가거나 인터뷰 자리에 나와서 제 이야기를 하는 건 여전히 낯설지만요."

 배우 천정명

"예전에 박진영 형이 '돈 말고 일에만 집중하라'는 말을 해준 적이 있어요. 맞잖아요. 일에 미쳐 살다 보면 당연히 좋은 일은 따라올 거니까요. 한때 여러 가지 고민을 하면서 (박진영에게) 상담을 하곤 했는데, 그때 좋은 말을 많이 들은 게 힘이 됐어요." ⓒ 레드라인엔터테인먼트


한때 싱그러운 매력의 '연하남' 역을 맡으며 스타의 반열에 올랐지만, 어느덧 데뷔 16년차가 된 천정명에게 또 한 번의 변화는 필연적인 것이 됐다. 이 같은 시점에서 <하트 투 하트>를 만난 것은 그에게 의미하는 바가 크다. 그 또한 "계속해서 새로운 배우들이 치고 올라오는데, 내 자리를 굳건히 지키려면 최선을 다해야 할 것 같다"며 "그렇게 열심히 하면 부가적인 건 따라오리라는 생각이 든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로맨틱 코미디, 액션, 범죄 스릴러 등 다양한 장르와 역할 속에서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걸 찾으려고 노력하는 중"이라고 전한 그는 "일단 이번에 로맨틱 코미디를 잘 마친 만큼 한번쯤 더 비슷한 장르의 작품을 해 볼까도 생각하고 있다. 지금의 좋은 기운으로 좋은 작품에 들어가면, 결과도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지난해는 몸도 좋지 않았는데 안 좋은 일도 겹치는 한 해였어요. 촬영 중에 팔을 다쳤는데, 수술하고 회복하고 재활까지 하려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 것 같아서 수술을 하지 않는 방법을 썼다가 오히려 상태가 더 나빠졌던 거였죠. 그런데 올해는 달라요. 이젠 팔 상태도 많이 좋아졌고, <하트 투 하트>로 시작도 좋았으니 일을 하고 싶다는 욕심이 커지네요. 지금의 기세를 다음 작품에서 또 이어가야죠! (웃음)"

천정명 하트 투 하트 여우야 뭐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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