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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북한산 백운대에 다녀왔습니다.

연신내에서 704번 버스를 타고 효자비에서 내리니 오전 9시입니다. 오늘 산행은 효자비-숨은벽-백운대-대서문-북한산성탐방지원쎈터로 하산할 계획입니다. 숨은벽을 오를 때 대부분의 등산객들은 밤골이나 사기막골에서 시작하는데 저는 효자비에서 오르는 길을 좋아 합니다. 이 길은 능선길이어서 시야가 확보되고 등산객들이 많지 않아 조용히 산행할 수 있어 좋습니다.

숲이 우거진 길을 조용히 걷는데 달콤한 향기가 바람에 날려 옵니다. 여기는 아카시아꽃들이 피기 시작합니다. 벌들이 날아와 꿀을 빨기에 정신이 없습니다. 조금 더 오르니 등산로 옆에 산 라일락이 하얀꽃을 피우고 기분 좋은 향기를 바람에 날려 보냅니다. 산을 오르는 등산객들마다 "야! 향기 참 좋다."고 한 마디씩 합니다.

숨은벽 능선 전망대에 오르기 위해서는 마지막 경사가 심한 코스를 땀 좀 흘리면서 올라가야 됩니다. 전망대 바로 아래에서는 아주머니 두분이 등산로 옆에 앉아 있습니다. 한 분이 다리를 다쳐 구조 요청을 하였다고 합니다. 구조대원들도 걸어서 와야 되니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라며 걱정을 합니다. 산행은 무엇보다 안전이 우선입니다.

숨은벽 능선으로 올라가며 바라본 숨은벽
 숨은벽 능선으로 올라가며 바라본 숨은벽
ⓒ 이홍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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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벽을 오르다가 만난 아카시아꽃
 숨은벽을 오르다가 만난 아카시아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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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벽을 오르면서 만난 산 라일락
 숨은벽을 오르면서 만난 산 라일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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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벽 전망대에서 바라본 인수봉, 숨은벽, 백운대(왼쪽부터)
 숨은벽 전망대에서 바라본 인수봉, 숨은벽, 백운대(왼쪽부터)
ⓒ 이홍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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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벽 능선 전망대에 올라 섰습니다. 파란 하늘에 흰 구름이 떠 가고 시야도 좋습니다. 멀리 오봉이 보이고 그 뒤로 도봉산의 자운봉도 보입니다. 전망대에서는 기념 사진도 찍고, 둘러 앉아 간식을 먹기도 합니다. 저도 자리를 잡고 앉아 잠시 쉬면서 간식을 먹었습니다.

숨은벽 능선을 올라 갑니다. 인수봉 위에는 흰 구름이 떠 있습니다. 숨은벽 능선을 가다가 암벽 등반을 하는 곳에서 오른쪽 계곡으로 내려가 백운대로 올라 가야 됩니다. 이 길에서 앞서 가던 아저씨가 머뭇머뭇 하십니다. 초행길이신가 봅니다. 제가 앞서 천천히 내려갔습니다. 숨은벽 아래 계곡길은 길이 고르지 않은 너덜지대입니다. 앞서 가시던 아주머니가 무척 힘들어 하십니다. 이런 길은 누구나 힘이 듭니다. 천천히 쉬면서 자기 몸에 맞게 산행을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숨은벽 고개가 거의 끝날 즈음 힌 노루오줌을 만났습니다. 북한산에서 노루오줌은 처음 봅니다.

고개를 넘어서니 오전 11시 20분입니다. 조금 이른 시간이지만 여기서 점심을 간단히 먹고 쉬었다가 백운대에 오를 계획입니다. 식사를 하는데 백운대와 인수봉에서 암벽을 타면서 동료들과 의사전달을 하는 소리가 가까이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들립니다.

숨은벽 능선을 오르는 등산객
 숨은벽 능선을 오르는 등산객
ⓒ 이홍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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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벽 계곡에서 만난 노루오줌
 숨은벽 계곡에서 만난 노루오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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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대에서 암벽훈련을 받는 사람들과 그 뒤 인수봉을 오르는 사람들
 백운대에서 암벽훈련을 받는 사람들과 그 뒤 인수봉을 오르는 사람들
ⓒ 이홍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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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마치고 백운대를 오릅니다. 주말이라 많은 사람들이 백운대를 오릅니다. 등산로가 정체되어 한참씩 기다려야 됩니다. 앞 사람을 따라 천천히 오르니 땀도 흐르지 않습니다. 백운대 정상에 올랐습니다. 정상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올라왔습니다. 기념 사진도 찍고 간식도 먹으면서 모두가 즐거운 표정입니다.

백운대 정상의 태극기 쪽으로 올라 갑니다. 그런데 백운대 표지석 옆에서 아가씨가 울고 있고 남자 친구는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아 주고 있습니다. 아가씨는 울면서 "무섭다"고 하고 남자 친구는 "괜찮다"고 하는 중입니다. 아가씨는 "떨어지면 죽어"  남자 친구는 "아무도 안 떨어졌어"라고 하며 달래고 있고, 아가씨는 얼굴이 눈물로 범벅이 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무서워하는데 남자 친구는 어떻게 여기까지 여자 친구를 데리고 왔는지 알 수 없습니다.

하산하면서 이 아가씨 고소공포증이 있는 것 같은데 잘 하산하였는지 궁금합니다. 제 친구 중에 한 명은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여유가 있어 해외 여행을 할 만도 한데, 고소공포증 때문에 비행기를 탈 수 없어 해외 여행을 한 번도 가지 못하였습니다.

사람마다 취미도 다르고 음식에 알레르기가 있어 먹는 것도 다르듯이 등산도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등산도 좋아하는 사람은 즐겁게 하지만 산을 싫어하는 사람을 억지로 함께 가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 아가씨는 백운대를 오르는 것이 즐거움이 아니라 공포였을 테니까요.

만경대
 만경대
ⓒ 이홍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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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봉과 시내 모습
 인수봉과 시내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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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적봉과 멀리 의상능선
 노적봉과 멀리 의상능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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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염초봉과 원효봉
 아래 염초봉과 원효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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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동에 흐드러지게 핀 괴불주머니
 북한동에 흐드러지게 핀 괴불주머니
ⓒ 이홍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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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괴불주머니
 노란 괴불주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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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하산하다 보니 어느새 북한동입니다. 무량사로 가는 길 옆에는 애기똥풀꽃과 흰괴불주머니가 흐드러지게 피었습니다. 노란 괴불주머니는 많이 보았는데 흰괴불주머니가 이렇게 많이 피어 있는 것은 처음 보았습니다.

오늘 몸이 가벼워 즐겁게 산행을 하였습니다. 하산하는 중 머리 위에서는 헬기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백운대 주변을 선회하고 있습니다. 산행하기 좋은 계절 즐거운 산행하시고 특별히 안전 산행하세요.


태그:#북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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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 취미가 있는데 주변의 아름다운 이야기나 산행기록 등을 기사화 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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