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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수레 봄수레. 말을 걸다.
 책수레 봄수레. 말을 걸다.
ⓒ 김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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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역 1번출구 부근 작은 골목에 '카페봄봄'이라는 마을카페가 하나 있다. 생긴 지 아직 2년이 안 된 새내기 카페다. 나는 카페봄봄에서 공동매니저를 활동하고 있다. 그런데 카페 내에 2천여 권 되는 책을 소장한 봄봄책방이 있음에도 소수정예 마니아 외에 책방에서 책을 보거나, 빌려가는 동네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고민 끝에 직접 책을 가지고 동네를 돌기로 했다. 그리하여 탄생한 것이 바로 '책수레 봄수레'이다.

5월 22일은 책수레 봄수레가 첫 출동한 날이었다. '책수레 봄수레에게는 어떤 일이 생길까' 설렘 반 두려움 반으로 거리로 나섰다. '책수레가 출동하면 동네 상인들, 주민들의 주목을 끌지 않을까' 하는 기대는 곧바로 산산히 부서졌다. 초여름 날씨인 오후 2시 영등포역 뒷편 상가골목을 지나가는 우리에게 사람들은 아무런 관심도 주지 않았다.

실망과 좌절감이 엄습하면서 푸르지오 아파트 앞까지 책수레를 끌고 갔다. 그리고 아파트입구 그늘에서 쉬면서 전열을 정비했다. 때마침 버스정류장에서 한 아주머니가 무료법률상담에 대한 질문을 해왔고, 정수기 홍보전단지 돌리는 팀장님은 인증샷 한 장을 부탁해 함께 찍기도 했다. 이에 우리는 작은 자신감을 충전하고 책수레 봄수레를 끌고 영등포역으로 이동했다.

유동인구가 많은 영등포역 2번출구 앞 출입구에 책수레 봄수레를 정차하고, 책대여 보다는 책수레와 법률상담 홍보효과를 노려보았다. 잠시 뒤 포장마차에서 순대.떡볶이를 먹으면서 첫 대출에 성공한다.

책수레 봄수레 책대여 성공. 포장마차여 영원하라!
 책수레 봄수레 책대여 성공. 포장마차여 영원하라!
ⓒ 김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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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마차를 운영하는 사장님은 새벽 5시에 나오지만, 따로 책 볼 시간이 없다고 하셨다. 그래서 우리는 심야식당1 일본만화를 추천해드리고, 대여일지에 첫 잉크를 묻혔다. 그리고 바퀴벌레 약 파는 할아버지, 구두방 아저씨, 단골빵집, 단골 두부가게, 청년들이 하는 정육점, 미용실에도 홍보 전단지를 넣어주며 영혼 충만한 홍보멘트를 날려주었다.

무협지를 사랑하는 야채가게 아저씨도 성공! 단골예상됩니다 ^^
 무협지를 사랑하는 야채가게 아저씨도 성공! 단골예상됩니다 ^^
ⓒ 김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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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 고가도로 아래 야채가게 아저씨가 항상 무협지를 열독하는 모습이 떠올라서, 두 번째 책 대여를 시도했다. 아저씨는 기꺼이 북한산 둘레길 소개하는 책을 책수레에서 빌려갔고, 함께 출동한 다른 매니저형은 여세를 몰아 골목입구 편의점에 들어가서 책수레와 법률상담을 소개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사장님은 도서관학과 졸업하고 20년 도서관에서 근무한 책의 달인이었다. 세 번째 책 대여에 성공하고 우리는 카페로 컴백했다. 책수레를 끌고 2층 카페로 들어오니 때마침 3층 고시텔 사장님 놀러오셨다가 사무실에 있는 책 10권을 들고 내려오셨다. 뭔가 좋은 일이 생길 거 같은 징조일까?!

첫 출근하는 신입사원 같았고, 처음 노점상 나가는 심정이었다. 그렇게 책수레 봄수레의 첫 출발은 시작되었다. 책수레 봄수레는 매주 목요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우리 동네에서 재미있는 일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카페봄봄의 꿈은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동네 상인들, 주민들, 노동자들과 함께 '노동과 마을의 합체'라는 새로운 꿈을 키워 보고 싶다. 카페봄봄 책수레 일기는 계속된다.

영등포역 1번출구 초역세권 마을카페 카페봄봄
매주 목요일 오후2시 책수레 봄수레 출동! 목요일 오후5시 무료법률상담 착한변호사 상시대기중!
 영등포역 1번출구 초역세권 마을카페 카페봄봄 매주 목요일 오후2시 책수레 봄수레 출동! 목요일 오후5시 무료법률상담 착한변호사 상시대기중!
ⓒ 김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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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카페봄봄은 노동과 마을의 합체를 꿈꿉니다.
영등포역 1번출구 1분거리 초역세권 노동자마을카페입니다.

이 기사는 <카페봄봄 블로그>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마을카페, #카페봄봄, #책대여, #무료법률상담, #영등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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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역 1번출구 초역세권 노동자마을카페 <카페봄봄>과 마포구 성산동 <동네,정미소>에서 주로 서식중입니다. 사회혁신 해봄 협동조합,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경제민주화네트워크에서 변화를 꿈꾸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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