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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조선인 강제징용 산업시설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추진 관련 한일 양국 대표단의 협의를 보도하는 NHK 뉴스 갈무리.
 일본의 조선인 강제징용 산업시설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추진 관련 한일 양국 대표단의 협의를 보도하는 NHK 뉴스 갈무리.
ⓒ N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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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조선인 강제징용 산업시설 등재를 추진하자, 이를 놓고 한국과 일본 양국이 첫 협의를 열었으나 타협에 실패했다.

일본 공영방송 NHK에 따르면 양국 대표단은 지난 22일 일본 외무성 청사에서 협의를 가졌다. 한국은 조선인 강제징용 역사를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일본이 부정적 입장을 나타내며 '평행선'을 그리다 끝났다.

최근 일본은 나가사키 조선소, 야하타 제철소, 하시마 탄광 등 메이지 시대 산업화에 기여한 전국 23곳의 산업시설을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 신청했다. 일본은 유네스코 산하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의 권고 결정을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한국은 해당 산업시설들이 세계 문화유산의 보편적 가치에 위배된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일본이 한일 합방 식민지 시절, 조선인 5만7900여 명을 강제로 징용해 노동을 착취하다가 수천 명이 숨지거나 행방불명됐기 때문이다.

일본 대표단은 "세계유산 등재는 한일 합방 이전인 1850년대 메이지 시대 일본의 급속한 산업화를 알리기 위해 추진하는 것"이라며 "한국 측의 주장은 맞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 대표단은 "일본이 지정한 산업시설 중 일부는 조선인이 강제로 징용되어 착취당한 역사를 갖고 있다"라며 "세계유산 등재는 슬픈 역사를 미화하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한국은 ICOMOS가 일본에 각 산업시설의 '전체 역사'를 보여줄 것을 요구한 만큼, 조선인 강제징용 내용을 명시하는 안내문이나 표지석 등을 설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ICOMOS는 지난 15일 발표한 일본 산업시설의 세계유산 등재 권고안에서 '각 시설의 전체 역사(full history)를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조건을 명시해 일본 정부를 당혹케 했다.

한국 "일본의 성의 있는 자세 기대"

한국 대표단을 이끄는 최종문 유네스코 협력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일본의 세계유산 등재를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조선인 강제징용과 관련한 한국의 정당한 우려에 대해 일본의 성의 있는 자세를 바란다"며 타협의 여지를 남겼다.

반면 일본 대표단은 "세계유산의 등재 추진 내용을 한일 합방이 이뤄진 1910년 이전으로 한정했다"며 "한국이 지적하는 조선인 강제징용은 시기와는 세계유산과 관계가 없다"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일본 정부 대변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도 이날 정례회견에서 "한국의 동의를 얻기 위해 '어두운 역사(강제징용)'를 배려할 것이냐"는 질문에 "유네스코에서 원래 권고안이 실현되기를 바란다"며 난색을 표했다.

일본의 근대 산업시설 세계유산 등재 신청은 다음 달 28부터 독일 본에서 개최되는 제39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21개 위원국의 심사와 합의를 거쳐 최종 결정된다. ICOMOS의 권고가 거부된 사례는 극히 드물다.

그러나 일부 위원국의 반대로 투표를 통해 결정된 사례도 있다. 따라서 한국이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으면 투표가 열릴 수도 있으며, 이럴 경우 유효 투표의 3분의 2 이상 찬성을 얻어야 세계유산 등재가 가능하다.

양국 대표단은 곧 후속 협의를 열기로 하면서 세계유산위원회가 열릴 때까지 서로 더 많은 위원국의 지지를 얻으려는 치열한 외교전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 편집ㅣ곽우신 기자



태그:#유네스코, #세계유산, #조선인 강제징용,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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