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투하는 권혁 지난 3월 29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2015 프로야구 한화 대 넥센의 경기에서 6회말 한화 투수 권혁이 역투하고 있다.

▲ 역투하는 권혁 지난 3월 29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2015 프로야구 한화 대 넥센의 경기에서 6회말 한화 투수 권혁이 역투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화가 기분좋은 2연승을 달리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한화는 지난 22일 수원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주말 3연전 첫 경기에서 시즌 2승째를 달성한 선발 배영수의 호투와, 11안타 2홈런을 터뜨린 타선의 폭발에 힘입어 9대 5로 승리했다.

연승도 연승이지만, '선발야구'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 더 큰 성과였다. 한화는 전날 SK전에서 미치 탈보트가 5.1이닝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된 데 이어, 이날 kt전에서는 배영수가 7.1이닝 3실점으로 역투하며 2연속 선발승에 성공했다.

한화 발목 잡았던 선발, 반등 기회 잡을까

올 시즌 기대 이상의 선전을 펼치고 있는 한화의 최대 아킬레스건은 선발진이었다. 한화는 이번 시즌 유일하게 선발진의 평균자책점이 6점대에 이르는 팀이었다. 쉐인 유먼을 제외하고는 평균 5이닝을 소화하는 투수가 없었다. 특히 탈보트와 배영수는 이번주 등판 전까지 평균자책점이 9점대에 이를 만큼 극도의 부진을 면치 못했다. 선발의 난조는 자연히 불펜진의 과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한화는 지난주 선발 로테이션의 붕괴로 인해, 대체 선발 안영명이 세 번이나 등판하는 변칙 운영까지 감수해야했다. 5인 로테이션 체제로 복귀한 이번주는 선발진의 정상화를 가늠할 수 있는 중대한 분수령이었다. 비록 SK와의 1, 2차전에서 먼저 나섰던 유먼과 송은범이 나란히 부진하며 불안감을 자아냈지만, 뒤이은 탈보트와 배영수의 호투로 반전의 계기를 만들었다. 지쳐있던 한화 마운드가 그나마 한숨을 돌리는 장면이었다. 한화는 올 시즌 단 한번의 3연패도 당하지 않은 유일한 팀이기도 하다.

23일 오전 현재까지 치른 한화 선발진이 치른 이번주 4경기를 보자. 4경기 중 3경기에서, 송은범(0.2이닝)을 제외한 나머지 투수들 모두 최소 5이닝 이상을 소화했다. 지난주 6경기 중 무려 4경기에서 선발진이 3회도 채우지 못하고 강판된 것에 비하면 고무적인 내용이다. 특히 배영수는 첫 승을 올렸던 5월 2일 롯데전(6.1이닝 2실점)에 이어 두 번째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하며 자신의 한화 이적 후 한 경기 최다이닝 투구도 기록했다. 올 시즌 한화 선발투수로서 7.1이닝을 소화한 것도 한 경기 팀 최다이닝 기록이었다.

야수들의 지원도 큰 힘이 됐다. 한화 타선은 최근 6경기 연속 5점 이상을 뽑아내며 꾸준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탈보트의 1군 복귀전이었던 21일 SK와의 3차전(7-1)에서는 타선이 1회에만 6점을 뽑아내며 기선을 제압했다. 22일 kt전에서도 한화 타선은 5회에만 4점을 몰아치는 등, 배영수가 마운드에 올라있는 동안 7점을 뽑아주며 선발투수의 부담을 덜어줬다.

쉬지 못하는 권혁, 언제 부메랑으로 될지 모른다

이처럼 선발야구와 타선 폭발이라는 승리 공식이 모처럼 잘 맞아떨어진 한화였지만 그래도 옥의 티는 남았다. 바로 '수호신' 권혁에게 휴식을 전혀 주지 못한 것이다. 권혁은 2015시즌 한화 돌풍의 주역으로 꼽히고 있지만, 과도한 등판으로 혹사 논란에도 시달리는 등 상반된 시선을 받고 있다.

권혁은 지난 20, 21일 SK전에 이어 이날 kt와의 1차전에서 또다시 마운드에 올라 시즌 9번째 세이브를 따냈다. 권혁의 3연투는 올 시즌에만 벌써 4번째다.(4월 1~3일 두산-NC전, 4월 30일~5월 2일 KIA-롯데 전, 5월 7~9일 kt-두산전)이다.

아쉬운 것은, 이번 경기는 한화가 권혁에게 충분히 휴식을 줄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다는 점이다. 지난 20일 SK전에서는 9회 등판하여 0.1이닝 동안 1안타 2볼넷 1실점으로 끝내기 안타를 맞으며 비록 패전투수가 됐지만, 타이밍은 권혁이 올라오는 게 맞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21일 경기에서는 7-1로 6점 차나 앞서있던 8회 등판해 2이닝을 소화했고, 22일 kt전에서는 다시 팀이 9-5로 앞선 8회에 2사 1, 3루에 마운드에 올라 1.1이닝을 던져야했다. 이미 팀 내에서 가장 많은 이닝을 던지고 있던 구원투수를 소모하기에는 경기흐름과 점수 차가 아쉬웠다.

김성근 감독은 흐름상 반드시 이겨야하는 경기에서 승리를 굳히기 위해서 부득이하게 권혁의 등판을 선택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만큼 6~7점 차 리드에서도 안심할 수 없을 만큼 다른 투수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날 kt전에서 권혁의 등판은, 김성근 감독의 판단 착오와 조급증이 불러온 실수가 아닐까. 한화가 9-2로 여유 있게 앞서던 상황에서 선발 배영수가 8회 1사 후 안타를 허용하자 김성근 감독은 투수를 김기현으로 교체했다. 배영수의 투구 수가 이미 100개(97개)에 육박하던 상황이기는 했지만, 아직 힘이 떨어지지 않은 때였다.

결과적으로 성급한 투수교체가 오히려 독이 된 격이다. 구원 등판한 김기현과 정대훈이 kt 타선에 연속안타를 얻어맞으며 3점을 내주자, 김성근 감독은 어쩔 수 없이 권혁을 마운드에 올릴 수밖에 없었다. 8회 4점 차였지만 선행 주자가 2명이나 있었기에 권혁은 세이브 1개를 추가할 수 있었다.

권혁은 올 시즌 27경기에 등판하여 3승 4패에 3홀드 9세이브를 기록했고 벌써 무려 41.2이닝을 소화하고 있다. 이 페이스대로라면 100이닝 이상을 던지는 것도 불가능이 아니다. 많은 팬들이 한화의 선전에 박수를 보내고 있지만, 투수의 혹사를 담보로 한 무리한 등판은 팀과 개인 모두에 언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지도 모른다. 한화 야구를 바라보는 우려의 시선이 큰 것도 사실이다. 승리는 승리고 혹사는 혹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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