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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조 원이 걸린 투자자-국가소송(ISD)을 계기로 론스타 문제를 짚는 토론회가 22일 오후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리고 있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박원석 정의당 의원(맨 왼쪽)과 김기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왼쪽 두번째)이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맨 오른쪽) 발표를 지켜보고 있다.
 5조 원이 걸린 투자자-국가소송(ISD)을 계기로 론스타 문제를 짚는 토론회가 22일 오후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리고 있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박원석 정의당 의원(맨 왼쪽)과 김기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왼쪽 두번째)이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맨 오른쪽) 발표를 지켜보고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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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5조 원 벌어놓고 세금으로 5조 원 더 달라는 소송이다."

박원석 정의당 국회의원은 22일 론스타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투자자-국가소송(ISD)'을 한마디로 이렇게 요약했다.

이날 오후 1시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진행된 '론스타 ISD 긴급 토론회'를 진행한 박 의원은 "론스타가 그동안 저지른 불법 경영을 고려하면 단 한 푼이 나가도 국가적 자존심이 용납 못한다"면서 "이번에 대한민국 정부가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면 '글로벌 호구'로 알고 달려드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론스타 불법 투자가 핵심... 정부는 뭘 감추나"

지난 15일부터 23일까지 미국 워싱턴에서 국제투자분쟁조정기구(ICSID) 중재판정부의 첫 심리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우리 정부의 지나친 비밀주의가 도마에 올랐다. 이날 참석자들은 그간 론스타의 불법 행위와 ISD 제도 자체의 문제점 못지않게 우리 정부의 대응 방식을 집중적으로 따졌다.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국제통상위원회 위원장인 송기호 변호사는 "민변에서 재판을 참관하거나 전문가 의견서를 제출해 결과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중재 판정부에선 당사자들이 원치 않는다고 참관을 거부하고 있다"면서 "민변에서 직접 중재판정부를 찾아가 론스타가 기밀 유지를 요구한 내용이 뭔지 공개하라고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1차 심리에선 론스타가 한-벨기에 투자보장협정에 따라 ISD를 제기할 자격이 있는지가 핵심 쟁점이다. 민변과 시민단체에선 산업자본으로 드러난 론스타가 외환은행에 투자한 것 자체가 국내법을 위반해 ISD 제소 자격이 없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불법 투자 문제보다는 론스타가 벨기에 페이퍼컴퍼니일 뿐 사실상 미국-영국 기업이고, 금융 분야는 투자보장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앞세우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송 변호사는 "중재 판정부에서도 투자한 나라 법령을 위반한 불법 투자는 보호하지 않는다고 한 판례가 있어 론스타 투자의 적법성이야말로 우리 정부가 제기할 핵심"이라면서 "우리 정부가 박정희 정부 때 맺은 한국-벨기에 투자보장협정에 조세와 금융 부분이 없다는 걸 논점으로 삼고 있지만 지난 2006년 12월 개정하면서 이전 투자까지 소급 적용하기로 해 적절하지 않은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오히려 송 변호사는 "2003년부터 2012년 사이에 론스타가 우리 정부에게 엄청난 괴롭힘을 당했다는 걸 입증하지 않은 이상 본안 승소는 어렵다"면서 론스타와 우리 정부나 정부 고위 관료 사이에 지금까지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어떤 '거래'가 있었는지에 주목했다. 정부가 소송 과정을 공개하지 않고 철저히 비밀에 부치는 것도 이런 의혹을 부채질하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도 이날 "론스타에서 지난해 7월 청와대에 협상을 제안했는데 어떻게 조치했는지 얘기해달라고 했지만 아직까지 묵묵부답"이라면서 "제대로 규명되지 않은 론스타 인수부터 매각 과정까지 책임을 규명해야 하는데, 론스타 시작 자체가 위법했다는 걸 인정하는 것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뒷모습)가 22일 오후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론스타 투자자-국가소송(ISD)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뒷모습)가 22일 오후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론스타 투자자-국가소송(ISD)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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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관료-론스타 막후 협상 우려... 국회가 견제해야"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도 "론스타가 들어올 때부터 나갈 때까지 산업자본이었다는 건 의심할 필요가 없다"면서 "산업자본의 은행 인수는 국내법에서 금지하는 외국인 투자 행태이기 때문에 이번 투자자-국가소송에서도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 교수는 "금융당국이 지난 2011년 1월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을 인정했지만 그해 3월 법원에서 외국 산업자본도 은행법 적용에 예외가 아니고 신뢰보호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결했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뒤집을 수 있다"고 밝혔다.

김득의 론스타공대위 집행위원장은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을 비롯해 론스타 인수와 매각 과정에 참여한 금융 관료 11명이 우리 정부의 ISD 대응 역할을 하는 걸로 추정한다"면서 "우리 정부가 산업자본인 걸 다 알고도 론스타를 받아들인 게 드러날까봐 비밀유지 조항을 앞세우는 건 아닌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참가자들은 결국 국회 차원에서 정부의 비밀주의를 견제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김득의 위원장은 "론스타가 작년 7월부터 1조 원에 조정하자고 우리 정부에 요구했다는 설이 있는데 정부는 공식적으로 제안받은 적 없다고만 하고 있다"면서 "최소한 국회에는 소송 진행 상황을 보고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성인 교수도 "(정부 쪽 협상 대표가) 우리 잘못을 인정하고 세금 왕창 주고 뒷돈이라도 받으면 어떻게 하겠느냐"면서 "국회 차원에서 투자자-국가소송 절차에서 정부의 비밀주의 행태를 막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입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김기준 의원은 "지금까지 국회에서 질문했지만 정부는 비밀 준수 조항을 어기면 손해 배상할 가능성이 있다는 논리로 버텼고 ISD 문제도 국익에 반할 가능성이 있다는 말 한마디뿐이었다"면서 "정부의 비밀주의를 어떻게 깰지 구체적으로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 편집ㅣ최규화 기자



태그:#론스타, #투자자-국가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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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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