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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아이들은 국민 만화 <모니카와 친구들>을 통해 모국어를 배운다. 백설공주, 인어공주보다 모니카와 더 친근하기 때문이다. 브라질 국민의 생활 속 어디서든 모니카를 만날 수 있다. 도서관, 영화관, TV 심지어 옷 가게에서도 모니카 캐릭터를 찾을 수 있다.  브라질에선 전 세계 어느 나라든 월트 디즈니의 캐릭터가 있을 만한 장소에 '남미의 월트 디즈니'라 불리는 마우리시우 작가(80, Mauricio de sousa)의 캐릭터가 대신 자리하고 있다.

1970년 그가 처음 자신의 애니메이션 회사 MSP(마우리시우 지 소우자 프로덕션)를 설립했을 당시만 해도 브라질 만화와 애니메이션 시장을 월트디즈니 사가 90% 이상 점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MSP가 브라질 만화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다. 그는 어떻게 남미 전역에 모니카 열풍을 일으킬 수 있었을까?

글쓰기보다 만화 그리는 게 더 좋았던 기자

작가와 친필 사인
▲ 마우리시우 지 소우자(80) 작가와 친필 사인
ⓒ 전시기획사 가우디움 어소시에이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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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우리시우 작가의 첫 직장은 신문사였다. 만평을 그리는 일이 아닌 강력 범죄와 사건을 취재하는 범죄 담당 기자였다. 그는 5년간의 기자 생활을 이렇게 말한다. "범죄 현장에 나가보면 선혈이 낭자할 때가 많았어요. 어떨 때는 그런 걸 보고 기절을 하기도 했지요. 기자 생활보다는 그림 그리는 일이 정말 좋았어요. 하지만 도저히 그림을 그려서는 생계를 유지할 수 없어서 기자 일을 했던 거죠" 아이들을 사랑하고, 희망과 기쁨이라는 인생 철학을 가진 그에게 기자 생활은 힘든 나날이었다.

그는 신문 기자 생활을 하면서도 만화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았다. 결국 그는 아이들을 유달리 사랑하는 마음과 그림 솜씨를 살려 자신만의 철학과 세계관을 만화 속에 담아내기 시작했다. 1959년 드디어 자신만의 첫 캐릭터인 비두(영문 이름: Blue)를 탄생해냈다.

집에서 기르던 강아지를 모델로 한 비두와 과학자를 꿈꾸는 아이 플랭클린을 주인공으로 한 만화는 일간지 '폴라 다 마냐'에 주 1회에 연재됐다. 만화 작가 마우리시우 지 소우자의 작품 활동이 시작된 것이다. 이후 1963년 자신의 딸 '모니카'를 캐릭터로 만들어 만화에 등장시키면서 큰 인기를 끌기 시작한다.

작가의 원동력은 딸 모니카를 사랑하는 마음 

포니카 캐릭터를 넣은 포스터
▲ 모니카 포스터 포니카 캐릭터를 넣은 포스터
ⓒ 전시기획사 가우디움 어소시에이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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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카와 친구들>이 국민 만화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작가가 어린이에 대해 무한한 관심과 애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10명의 자녀를 둔 작가는 자신의 아이들을 통해, 어린이의 사고와 행동, 언어 습관을 주의 깊게 바라봤다.

이는 작가가 부모의 마음으로 작품을 만들도록 했다. 실제로 '모니카'는 자신의 둘째 딸 모니카 지 소우자(56)을 모델로 그려낸 캐릭터다. 이처럼 마우리시우 작가의 작품 계와 그 배경은 동심을 가진 '순수함'이다. 올해 80살이 되는 작가는 누구보다 아이들을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이다. 작가는 자신의 10명 아이들을 키우며 어린이들의 세계에 동감하고, 이해하려 노력한 것이 <모니카와 친구들>의 성공 요인이라 말한다.

현재 모니카 캐릭터의 실제 모델인 모니카 지 소우자는 현재 MSP에서 전무 이사로 재직 중이다. 1982년 MSP에 입사해 마케팅, 라이선스 등 분야의 사업 총괄을 담당하고 있다. 즉, 모니카가 모니카를 스스로 홍보하는 중인 것이다. 작가 아버지와 캐릭터 모델 딸의 노력은 모니카를 50년 간 인기 캐릭터로 자리하게 한 비결이다.

만화에 녹아있는 작가의 '희망'과 '기쁨'이라는 철학은 모니카가 아이들에게 교육 만화로 다가갈 수 있게 했다. 브라질에서 <모니카와 친구들>은 단순히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 만화가 아닌, 희망적 이야기를 말해주는 모니카 선생님을 만들어냈다.

그는 "내 만화는 철학부터 문화까지 많은 점에서 디즈니와 달라요. 이를 테면 나는 만화에 일체 돈 이야기를 넣지 않죠. 어린이에게 돈이 최고의 가치라고 가르치고 싶지 않아요. 그보다 우정, 사회성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어린이에게 희망과 삶을 긍정하는 기쁨을 주어야 합니다"라고 말한다. 이러한 작가의 철학은 브라질 부모에게도 '교육용 만화'라는 인식을 심어주었다.

월트 디즈니 만화로는 가르칠 수 없는 모국어 교육 분야를 차지했다. 이에 MSP는 자연스럽게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해갈 수 있었다. 아이들의 모국어 선생님이 된 모니카 만화는 애니메이션과 책으로 제작됐고, 나아가 공연과 라이선스 분야까지 영역을 넓혀갔다.

그 결과 현재 MSP는 50년간 300개의 인기 캐릭터, 여러 편의 만화 시리즈를 제작했을 만큼 크게 성장했다. 뿐만 아니라, 식품, 화장품 등 여러 분야의 기업을 상대로 2500개가 넘는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또한 10억 부에 달하는 만화 잡지가 판매됐고 이 밖에도 교육, 학습용 도서 500만 부를 판매하는 등 브라질 만화 시장을 점유하기 시작했다.

만화가를 넘어 콘텐츠 사업가로

모니카 메니큐어 광고
▲ 모니카를 활용한 광고 모니카 메니큐어 광고
ⓒ 전시기획사 가우디움 어소시에이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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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신문 연재 만화로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던 <모니카와 친구들>은 만화책으로 출판되기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10억 부의 판매고를 달성했다. 작가는 놀라운 실적을 기록한 자신의 만화를 보며 아이들은 캐릭터 '모니카'를 좋아한다는 점을 발견했다.

일찍이 사업적 감각이 뛰어났던 그는 만화 캐릭터를 다양한 분야에 걸쳐 활용하는 '원소스 멀티 유즈 전략'을 사용해 사업 영역을 확장해갔다. 즉, 한 가지 아이템으로 여러 분야에 활용하는 사업 전략인데, 그 소스는 캐릭터 모니카이고, 여러 분야에 광범위하게 라이선스를 판매하는 형식으로 운영했다.

메니큐어, 과일 음료, 신발, 교육용 도서, 게임 등 모니카 캐릭터가 들어갈 수 있는 모든 곳에 활용됐다. 그 결과 전 세계에서 MSP가 생산한 캐릭터의 활용 제품은 2500개가 넘는다. 또한 2012년 브라질 상파울루에 '스머지의 신비한 섬'이라는 테마 파크를 건설했고, 2013년에는 원스톱 쇼핑몰을 개설하는 등 그 분야를 확장하고 있다. 2013년 설립된 공연 전문 회사인 '마우리시우 지 소우자 라이브'는 지금까지 공연 10편을 제작해 100만 명의 관중을 모아 밝은 전망을 보이고 있다. 

어렵고 멀기만 한 세계 명화, 쉽고 친근하게

진주귀고리소녀 패러디 작품
▲ 모니카 명화 진주귀고리소녀 패러디 작품
ⓒ 전시기획사 가우디움 어소시에이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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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교육 철학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최근 작가가 전시 중인 새로운 콘셉트는 '세계 명화 여행'이다. 1983년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서 모나리자를 스케치하는 파리 어린이들을 보며 작가는 "인류의 보물인 세계 명화를 자신만의 캐릭터로 재해석해 문화적으로 소외 받는 아이들에게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단다. 그 후 30년 동안 작가는 꾸준히 작품을 그려왔다.

'교육'이라는 철학의 새로운 시도라고 볼 수 있다. 전시는 세계 명화에 만화 캐릭터를 넣어 재창조한 51점의 명화 및 조각 작품이 각 세계 유명 미술관의 분위기로 전시관을 나눠 아이들이 친근하게 경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결국 작가의 만화 그리기와 콘텐츠 사업은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시작했고, 지금까지 성공을 이끌고 있다. 앞으로 남은 그의 작가 활동도 주목해 볼 필요 있다. 한편, 이번 콘셉트의 작품들은 현재 경기도미술관에 '모니카와 떠나는 세계 명화 여행전'으로 오는 8월 23일까지 전시 중이다. 또한 작가는 <모니카와 친구들>의 실제 주인공이자, 자신의 둘째 딸인 모니카와 함께 오는 25일 내한한다.


태그:#만화, #캐릭터, #인물, #콘텐츠,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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