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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춘덕씨 집에서 바라본 여수밤바다 모습
 박춘덕씨 집에서 바라본 여수밤바다 모습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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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언덕 위 하얀 집에서 재미있게 살아요."

테니스 게임이 끝나 회원들과 맥주를 마시면 좌중을 사로잡는 박춘덕씨. "어디서 사느냐?"는 물음에 춘덕씨가 해준 말이다. "몇 살이냐?"는 물음에 "숙녀한테 나이를 물으면 실례되지~"하고 능청을 떤다.

여성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운동 신경이 늦어 A그룹 멤버들과 함께 시합을 하지는 못하지만,  자신이 친 공이 상대방 코트에 떨어져 포인트를 올리면, "랄라라~ 랄라라~"노래를 부르면서 춤을 추며 동호인들을 웃긴다. 그녀의 호방한 목소리와 나이를 불문하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하는 그녀. 그가 없으면 술자리도 재미가 없다.

대학 졸업 후 25년간 영어 학원을 운영한 후 운동과 취미 활동으로 노후를 즐기며 살지만, 매사가 분명하다. 그녀가 국동테니스 클럽 멤버로 가입한 후 테니스 월례 대회는 풍성해졌다. 테니스 시합하다 점심시간이 되면 부회장과 그녀의 음식 솜씨가 뛰어나 회원들이 음식 호강을 하기 때문이다.

맛갈나는 음식을 마련하기도 하거니와 때론 맛있는 음식을 싸가지고 와서 회원들을 행복하게 하는 그녀에게 질문을 했다. "혹시 음식점을 해본 경험이 있습니까, 아니면 누가 싸주는 겁니까?"하고 묻자 "우리 집에 가면 이런 식재료가 밭에서 자라고 음식은 내가 직접 마련 해요"라고했다. "그럼 집구경 좀 하자"고 부탁해 초대 받았다.

언덕 위 하얀 집.. .집에서 바라본 여수 밤바다는 환상

방금 낳은 오골계 알을 줍고 있는 박춘덕씨. 집에 갈 때 상추 한 웅큼과 함께 싸줬다
 방금 낳은 오골계 알을 줍고 있는 박춘덕씨. 집에 갈 때 상추 한 웅큼과 함께 싸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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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교사인 딸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은 박춘덕씨
 중학교 교사인 딸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은 박춘덕씨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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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2층 양옥으로 된 그녀의 집은  여수 자산공원 중턱에 자리하고 있다. 정면으로 돌산 제1대교와 장군도가 훤히 보이고 왼쪽으로는 돌산 제2대교가 약간 보인다.  말 그대로 '언덕 위의 하얀 집'이지만 홀로 뚝 떨어져 있는 집은 아니다. 

집 앞에 주차를 하고 밖으로 나가니 착하고 말을 잘 듣는다는 골든레트리버 개가 꼬리를 흔들며 반갑게 나를 맞이한다. 그 옆에는 오골계 여섯 마리가 모이를 쪼고 있었다.

"전에는 오골계 30 마리를 키웠는데 지금 6마리만 남았어요. 수컷 한 마리에 다섯 마리는 암탉이에요. 얘들이 매일 신선한 달걀을 낳아서 좋은 음식을 먹어 좋아요"

50여 미터 떨어진 집 뒤에는 자산공원 국궁장이 있다. 옛날 조선시대 여수에 사는 선비나 군인들이 활쏘기 시합을 벌였을지도 모를 국궁장이라 울창하게 우거진 수풀과 바다가 잘 어우러진 곳이다.

취미인 테니스를 하면서 멋진 폼을 잡았다
 취미인 테니스를 하면서 멋진 폼을 잡았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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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춘덕씨의 집. 뒷쪽에서 여수 바다를 보며 촬영했다.
 박춘덕씨의 집. 뒷쪽에서 여수 바다를 보며 촬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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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에서 테라스로 나가 3백여 미터 떨어진 바다를 바라본다. 해양공원에는 손을 잡고 산책하는 커풀과 자전거를 타고 노는 아이들, 롤러 스케이트를 타며 재잘대는 아이들이 보인다. 분주히 오가는 배들이 눈부시게 빛나는 바다를 가르고 있었다.

"집은 누가, 언제 지었냐?"는 질문에 그는 "지은 지 8년 됐어요. 서방님이 인테리어를 했기 때문에 직접 설계를 했죠"라고 답했다. 초가집이 있었던 이곳은 도로가 나면서 헐리고 아무도 살지 않아 비워둔 채 텃밭으로만 사용되던 곳이다. 그녀는 2평쯤 되어 보이는 텃밭에 상추와 고추, 파, 깻잎, 가지 등의 야채를 심어 웬만한 반찬은 사 먹지 않는다. "이 집에 살며 가장 좋은 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녀가 대답했다.

"우선 공기 좋고 경치가 좋아요. 바다 분위기는 매일 매일 달라요. 화장실에서도 여수 바다를 볼 수 있어 좋아요. 날씨가 좋은 날은 해맑은 바다를 볼 수 있어 좋고, 흐린 날에도 바람 불지 않고 잔잔한 바다가 주는 느낌을 뭐라고 표현할 수 없네요."

낙천적인 그녀는 "웃고 즐겁게 살면서 남을 위해 봉사하자"는 게 자신의 지론이란다. "잘 가시라"며 금방 낳은 달걀 5개와 텃밭에서 상추를 한 움큼 뜯어주는 그녀를 보며 미소가 떠오른다.  도시 한 가운데서 아름다운 여수 바다와 신선한 달걀을 먹으며 재미있게 사는 박춘덕씨.  사는 게 뭐 별건가? 웃으며 즐겁게 사는 게지!

2평쯤 되는 텃밭에는 상추, 고추, 가지 등의 야채를 심어 자급자족한다고 한다.
 2평쯤 되는 텃밭에는 상추, 고추, 가지 등의 야채를 심어 자급자족한다고 한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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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여수넷통에도 송고합니다



태그:#박춘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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