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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여대 총학생회가 축제 기간 동안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청소노동자들의 농성 현수막을 기습 철거해 논란이다.
 서울여대 총학생회가 축제 기간 동안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청소노동자들의 농성 현수막을 기습 철거해 논란이다.
ⓒ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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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여전히 학생들을 믿고 사랑합니다."

축제 기간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청소노동자들의 농성 현수막을 기습 철거한 서울여대 총학생회에 비난 여론이 높은 가운데, 당사자인 청소노동자들이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며 "이를 배움의 기회로 삼아 달라"고 밝혔다. 동시에 거센 비난 여론을 염려하며 "총학생회의 행태로 인해 서울여대 학생들이 상처받지 않도록 조금만 더 배려해달라"고 호소했다.

지난 21일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서울여대분회(아래 노조)는 보도자료를 내고 "총학생회의 현수막 철거 이후, 언론과 여론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며 "한 달여를 힘겹게 싸워온 청소노동자들에게는 정말 감사한 일이지만, 이번 사태로 서울여대 학생들이 깊은 상처를 입고 있는 상황이 너무도 안타깝다"고 밝혔다.

이어 노조는 "관심을 표해주신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지만 극히 일부에서 서울여대 학생들 모두를 싸잡아 비난하거나, 심지어 이번 일로 여성 혐오를 정당화 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며 "청소노동자들은 총학생회의 행동이 서울여대 전체 학생들의 의사를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어서 농성을 지지해준 학생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이들은 "노동조합이 아무리 조심한다고 해도 학내에서 벌어지는 파업과 투쟁으로 당연히 (학생들이) 불편을 겪었을 텐데도 그 누구도 파업 중인 노동자들을 적대하지 않았고 오히려 고생하신다며 인사를 건네주었다"며 "서울여대 청소노동자들과 노동조합은 여전히 학생들이 고맙고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총학생회 미숙함 충분히 이해한다... 현명하게 이겨내길"

서울여대 총학생회가 축제 기간 동안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청소노동자들의 농성 현수막을 기습 철거해 논란이다.
 서울여대 총학생회가 축제 기간 동안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청소노동자들의 농성 현수막을 기습 철거해 논란이다.
ⓒ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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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학에게는 이번 일을 배움의 기회로 삼아달라고 당부했다. 먼저 노조는 "현수막 철거로 관심이 폭발적으로 집중되고 있는 현재까지도 노조에 어떠한 해명이나 연락조차 없는 총학생회의 모습은 청소노동자들을 불가촉천민 취급하는 학교 측의 행태와 하등 다를 바 없다"며 섭섭함을 표했다.

이어 "총학생회의 현수막 임의철거는 아직 배움의 과정에 있는 학생들의 미숙함, 또는 학내 환경에서의 구성원들이 가지는 권리에 대한 생각의 차이일 수 있다"며 "중요한 건, 이번 총학생회의 현수막 철거로 '노동자들의 선전물을 임의로 철거하면 안 된다'는 상당수 학생들의 의견이 확인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전혜정 총장께서 직접 학생들에게 메일을 보내 '흉하다'고 표현하신 노동조합의 선전물을 학생들이 곱게만 보긴 힘들었을 것"이라며 "축제를 앞두고 총학생회가 처했을 난처한 상황과 고민을 노동조합은 충분히 이해 한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노조는 "학생회의 행동은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아직 배우는 학생들이기 때문에 실수조차 배움의 기회로 삼으면 된다"며 "서울여대 학생들은 이번 사태를 현명하게 이겨내고, 충분히 토론할 거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앞서 20일 서울여대 제54회 총학생회 '친한친구'는 교내에 걸려있던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서울여대분회의 현수막 10여 개를 새벽에 기습 철거한 뒤 검은색 쓰레기봉투에 담아 노조가 농성 중인 본관 앞에 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이후 공식 페이스북에 "보다 나은 축제 환경을 위하여 철거를 결정하게 됐다"고 공지해 비난 여론을 샀다.

총학생회 철거 이후 침묵... 학내 안팎에서 반발 여론 확대

청소노동자들의 농성 현수막을 기습 철거한 서울여대 총학생회를 향한 학내외 반발도 커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21일 산업디자인학과 12학번 학생들이 학내에 부착한 총학생회의 사과와 반성을 촉구하는 대자보.
 청소노동자들의 농성 현수막을 기습 철거한 서울여대 총학생회를 향한 학내외 반발도 커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21일 산업디자인학과 12학번 학생들이 학내에 부착한 총학생회의 사과와 반성을 촉구하는 대자보.
ⓒ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서울여대분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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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비난 여론이 계속됐지만 서울여대 총학생회는 아직까지 침묵 중이다. 때문에 학내 안팎에서는 사과와 반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모양새다. 지난 21일 산업디자인학과 12학번 학생들은 "갑의 목소리에 순응하는 기득권의 친한 친구가 아닌 학생과 노동자의 친한 친구가 되길 바란다"며 총학생회의 사과와 반성을 촉구하는 대자보를 학내에 부착했다.

졸업생 143명도 같은 날 공동 명의로 성명을 발표하고 "(현수막 철거는) 자신들이 겪는 불편함을 내세우며 청소노동자들의 피 토하는 심정을 단순한 천 조각으로 여긴 무심하고 안일한 태도"라며 "총학생회의 깊은 성찰과 청소노동자들을 향한 진심어린 사과를 기대한다"고 요구했다. 

22일에는 경희대학교 학생회 등 전국의 65개 학생회·동아리·단체도 공동 입장을 발표하고 "서울여대 총학생회가 지금 사태의 원인이 결국엔 학교 본부와 총장에게 있음을 깨닫고 학생과 학교를 위해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힘든 노동을 하는 청소·경비노동자들의 권리가 보장될 수 있도록 나서기를 소망 한다"고 밝혔다.

○ 편집ㅣ최은경 기자



태그:#서울여대, #청소노동자, #현수막, #기습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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