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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콩회항' 사건으로 항소심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석방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22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법에서 나오고 있다.
 '땅콩회항' 사건으로 항소심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석방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22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법에서 나오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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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 22일 오후 12시 20분]

'땅콩회항'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항소심에서 항로변경죄 무죄 판결을 받고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22일 서울고등법원 형사6부(부장판사 김상환)는 조 전 부사장이 승무원의 객실 서비스를 문제 삼으며 활주로 쪽으로 이동하던 비행기를 되돌린 것은 항공기보안법상 항로변경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다만 항공기운항저해폭행죄 등은 유죄 판결을 유지, 그의 형량을 징역 1년에서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으로 낮췄다.

'땅콩회항'을 감추려했던 여아무개 상무의 경우 유무죄 판단은 달라지지 않았지만 재판부는 1심이 정한 징역 8개월 실형은 지나치게 무겁다며 집행유예 2년로 형량을 조정했다. 또 국토교통부 조사결과를 누설했다는 혐의를 두고 일부 무죄 판결을 받았던 김아무개 국토부 항공안전감독관에게는 검찰의 입증이 부족하다며 전부 무죄를 선고했다.

실형에서 집행유예로... 조현아 운명 정한 '항로변경죄'

1심부터 항소심에 이르기까지 이 사건 최대 쟁점은 항로변경죄의 성립 여부였다. 이 공소사실의 유·무죄를 두고 조 전 부사장은 지난 5개월 동안 천국과 지옥을 오고갔다.

지난해 12월 5일 미국 뉴욕에서 출발한 대한항공 KE086편 항공기가 견인차에 의해 후진하며 활주로 쪽으로 이동하던 중(푸시백)이었다. 당시 조 전 부사장은 박창진 사무장과 김아무개 승무원이 객실서비스 매뉴얼을 어겼으니 내리라며 비행기를 돌렸다(램프 리턴). 검찰은 이 일을 두고 조 전 부사장에게 항로변경죄를 적용했다. 반면 그의 변호인단은 항로의 개념을 지표면에서 200m 이상의 공역(관제구)으로 정한 국토교통부 고시 등을 근거로 이 일은 항로변경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1심 재판부는 검찰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항로변경죄'의 뜻을 보다 엄격히 해석해야 한다고 봤다. 김상환 부장판사는 "항공보안법에는 항로나 항공로의 정의 규정이 없어 그 의미를 다양한 관점에서 찾아봤다"며 "이 사건 램프리턴이 일어난 계류장은 항로의 한 부분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조 전 부사장이 비행기가 이동 중인 점을 알고 있긴 했지만 법률상 '항로'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항로변경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얘기였다.

재판부는 또 이 사건이 지나치게 '여론재판'으로 흐를 가능성을 우려했다. 김 부장판사는 "형벌적 평가에 앞서 피고인은 동료에 대한 기본 예의나 배려심 없이 피해자들의 인격에 가늠할 상처를 줬고 피해자들은 여전히 그 상처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호소한다"고 입을 뗐다. 그는 "원심이 주되게 고려한 것도, 적지 않은 시민이 조현아 피고인의 엄벌을 탄원하는 것도 그런 이유로 생각된다"고 했다.

하지만 김 부장판사는 "형사법의 원칙은 형벌을 정할 때에는 행위자의 성향에 대한 비난 가능성 역시 고려해야 하지만, 범죄행위 자체를 더 중시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이어 "피고인의 행위는 매우 부적절한 관점과 태도에서 비롯되긴 했지만 그에 대한 비난 가능성은 사람의 내면에 속해 객관적 평가가 어렵고 범죄행위 이후 수사나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변화할 여지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고개를 숙인 채 판결을 듣고 있던 조 전 부사장은 울고 있었다.

항소심 재판부 "피고인, 진지한 반성했다"

재판부는 조 전 부사장의 진정성도 유리한 양형 요소로 판단했다. 김 부장판사는 "피고인은 피해 승무원의 잘못만 탓했을 뿐, 피해자를 역지사지(易地思之)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지만 5개월 가까이 구금돼 생활하는 동안 진지하게 성찰하고 반성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피해자들은 여전히 피해 감정을 호소하고 있다"며 "피고인이 진정한 반성과 사죄 의사에 기초해 손해배상한다면 피해자들의 피해가 치유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고 했다.

자신에게 한 번의 기회를 주겠다는 재판장의 말에 조 전 부사장은 연신 눈가를 손으로 닦고 있었다. 곧이어 재판부는 주문을 낭독했다.

"원심 판결 중 피고인 조현아의 유죄 부분과 피고인 여운진 유죄 부분, 피고인 김운섭 이유 무죄 부분을 각 파기한다. 피고인 조현아를 징역 10개월에, 피고인 여운진을 징역 8개월에 각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부터 각 2년간 유예한다."

눈물을 흘리며 법정을 떠나는 조 전 부사장을 향해 한 시민은 "조현아는 반성하라"고 소리쳤다. 집행유예 판결로 즉시 풀려난 조 전 부사장은 잠시 뒤 연초록색 수의에서 검은색 정장으로 갈아입고 법원 밖으로 나타났다. 그는 취재진의 물음에 말을 아낀 채 서둘러 자동차에 올라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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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ㅣ최은경 기자



태그:#조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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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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