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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오월로 접어들어 핀 장미꽃
 오월로 접어들어 핀 장미꽃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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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에서 보면 들찔레꽃이지만, 우리 집에서는 '집찔레꽃'이 됩니다.
 들에서 보면 들찔레꽃이지만, 우리 집에서는 '집찔레꽃'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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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은 꽃집입니다. 왜 꽃집인가 하면, 꽃이 피어나는 집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집은 풀집입니다. 왜 풀집인가 하면, 풀이 싱그러이 돋는 집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우리 집은 나무집입니다. 나무가 하늘을 바라보면서 마음껏 자랄 수 있는 집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집은 놀이집입니다. 아이들이 신나게 뛰놀 수 있는 집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집은 책집입니다. 아이들이 신나게 뛰놀다가 다리와 몸을 쉬면서 책으로 놀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또 어떤 집이 될 수 있을까요? 사랑이 가득하다면 사랑집이 될 테고, 언제나 꿈을 꾼다면 꿈집이 될 테며, 천천히 숲으로 가꾼다면 숲집이 될 테지요.

돌나물도 꽃을 피우려고 몹시 애씁니다.
 돌나물도 꽃을 피우려고 몹시 애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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뽕나무는 뽕꽃을 피웁니다. 곧 까무잡잡하게 익은 맛난 오디로 거듭나겠지요.
 뽕나무는 뽕꽃을 피웁니다. 곧 까무잡잡하게 익은 맛난 오디로 거듭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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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로 접어들면 마을마다 찔레꽃이 한창입니다. 다만, 요즈음 시골자락에서는 염소나 소를 놓아서 키우지 않기에 찔레꽃이 피든 국수꽃이 피든 마삭줄꽃이 피든 대수로이 여기지 않습니다. 들딸기가 맺어도 들딸기를 훑는 어르신은 드뭅니다. 그저 농약을 뿌려서 들딸기조차 죽이고, 풀 베는 기계로 석석 밀어냅니다. 새콤달콤한 들딸기알을 즐기기보다는, 들딸기넝쿨 때문에 따갑다고들 하십니다. 이리하여, 찔레꽃이 한창이라 하더라도 묵은 밭자락이나 길가나 깊은 숲이 아니라면 구경하기 어렵습니다. 돌울타리 한쪽에서 자라는 찔레넝쿨이라면 애써 베거나 자르지 않으니 오월 한 달 동안 찔레꽃은 가까스로 살아남을 만합니다.

들에서 보면 들꽃이요, 집에서 보면 집꽃입니다. 들에서 보는 찔레꽃은 '들찔레꽃'입니다. 우리 집에서 보는 찔레꽃은 '집찔레꽃'일 테지요. 마을에서 피어나는 찔레꽃이라면 '마을찔레꽃'이에요. 찔레는 찔레싹도 시원하고, 찔레꽃과 찔레잎도 싱그럽습니다. 모두 맛난 나물이 됩니다. 삼월 끝자락 언저리에 벚꽃잔치를 하거나 진달래꽃잔치를 한다면, 오월에는 찔레꽃잔치를 할 만합니다. 찔레꽃잎을 얹어서 지짐이를 할 수 있습니다. 떡에도 찔레꽃잎을 가만히 올릴 수 있습니다.

삼월 끝자락부터 핀 앵두꽃은 사월이 저물면서 모두 졌고, 이제 발그스름하게 익습니다.
 삼월 끝자락부터 핀 앵두꽃은 사월이 저물면서 모두 졌고, 이제 발그스름하게 익습니다.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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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 한복판으로 접어들면서 '봄까지꽃'은 거의 다 사라졌습니다. 참말 봄까지만 피는 봄까지꽃입니다. (4월 1일에 활짝 핀 모습)
 오월 한복판으로 접어들면서 '봄까지꽃'은 거의 다 사라졌습니다. 참말 봄까지만 피는 봄까지꽃입니다. (4월 1일에 활짝 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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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꽃도 유채꽃도 모두 지는 오월입니다. 갓꽃과 유채꽃이 한창 흐드러지던 무렵, 우리 집 마당과 뒤꼍 사이에 꽃길이 생겼습니다. (4월 29일 모습)
 갓꽃도 유채꽃도 모두 지는 오월입니다. 갓꽃과 유채꽃이 한창 흐드러지던 무렵, 우리 집 마당과 뒤꼍 사이에 꽃길이 생겼습니다. (4월 29일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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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란 무엇일까요. 꽃은 열매나 씨앗을 맺으려고 하는 몸짓이요 사랑입니다. 꽃이 활짝 핀 다음 지기에 열매나 씨앗을 맺을 수 있습니다. 꽃이 없으면 열매도 씨앗도 없습니다. 우리가 날마다 먹는 밥은 '볍씨'인 '나락'이고, 벼도 벼꽃을 피워야 비로소 벼알을 맺습니다.

따스한 바닷마을 고장에서만 자라는 후박나무도 사월이 저물 무렵 조그마한 꽃을 피웁니다. '울릉도 호박엿'으로 알려진 호박엿은 '후박엿'을 잘못 말한 이름입니다. 후박알과 후박나무 껍질을 달여서 고운 엿인 '후박엿'은 뱃사람이 뱃멀미를 하지 않도록 막아 주었습니다.
 따스한 바닷마을 고장에서만 자라는 후박나무도 사월이 저물 무렵 조그마한 꽃을 피웁니다. '울릉도 호박엿'으로 알려진 호박엿은 '후박엿'을 잘못 말한 이름입니다. 후박알과 후박나무 껍질을 달여서 고운 엿인 '후박엿'은 뱃사람이 뱃멀미를 하지 않도록 막아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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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화과나무도 꽃주머니를 맺습니다.
 무화과나무도 꽃주머니를 맺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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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보면서 꽃내음을 맡습니다. 꽃내음을 맡으면 저절로 '아, 싱그럽구나.' 하는 소리가 저절로 튀어나옵니다. 기쁜 소리와 함께 맑은 웃음이 잇따르고, 고운 노래가 차분하게 흐릅니다. 꽃내음은 벌과 나비와 벌레를 부르고, 벌과 나비와 벌레가 깨어나면 뭇새가 찾아들어 새노래를 부르면서 고운 날갯짓으로 하늘을 가릅니다.

모과꽃은 사월 첫머리에 피어나서 사월 끝무렵에 집니다. (4월 24일 모습)
 모과꽃은 사월 첫머리에 피어나서 사월 끝무렵에 집니다. (4월 24일 모습)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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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월 끝자락에 처음 고개를 내민 흰민들레는 오월 한복판에도 곳곳에서 한두 송이씩 새로 돋습니다. (4월 8일 모습)
 삼월 끝자락에 처음 고개를 내민 흰민들레는 오월 한복판에도 곳곳에서 한두 송이씩 새로 돋습니다. (4월 8일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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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누리 모든 집이 꽃집이 된다면 참으로 아름다우리라 생각합니다. 꽃을 바라보면서 꽃마음이 되고, 꽃을 아끼면서 꽃말을 나눕니다. 꽃을 보듬으면서 꽃노래를 부르고, 꽃을 보살피면서 꽃웃음을 짓습니다.

씨앗 한 톨을 심으며 흙을 일굽니다. 씨앗 한 톨을 얻으면서 새 하루를 가꿉니다. 씨앗 한 톨을 이웃하고 주고받으면서 꽃마을이 되고 꽃골목을 이룹니다.

새봄에 피어나는 매화꽃은 바야흐로 봄빛이 무르익는다고 알려주는 고운 이웃님입니다. (3월 24일 모습)
 새봄에 피어나는 매화꽃은 바야흐로 봄빛이 무르익는다고 알려주는 고운 이웃님입니다. (3월 24일 모습)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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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이월부터 한 송이씩 돋는 동백꽃은 삼월에 나무에 가득 달리고, 사월로 접어들면서 거의 모두 집니다. (3월 24일 모습)
 십이월부터 한 송이씩 돋는 동백꽃은 삼월에 나무에 가득 달리고, 사월로 접어들면서 거의 모두 집니다. (3월 24일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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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을 손에 쥐면 전쟁이 되지만, 꽃을 손에 쥐면 평화가 돼요. 전쟁무기로 둘레를 쌓으면 서로 악다구니처럼 다투지만, 꽃밭으로 마을을 돌보면 서로 활짝 웃으면서 사이좋게 어깨동무를 합니다.

꽃집에서 자라는 아이는 꽃아이입니다. 나도 아이들처럼 꽃어른이 되고 꽃사람으로 살자고 생각합니다.

초피나무는 아주 조그마한 꽃을 맺습니다. 이레쯤 피었다가 지는 초피꽃이라서, 한 해 가운데 초피꽃을 보기란 만만하지 않습니다. (4월 27일 모습)
 초피나무는 아주 조그마한 꽃을 맺습니다. 이레쯤 피었다가 지는 초피꽃이라서, 한 해 가운데 초피꽃을 보기란 만만하지 않습니다. (4월 27일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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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꽃' 가운데 하나인 노랑붓꽃은 5월 18일에 첫 꽃송이를 터뜨렸습니다.
 '우리 집 꽃' 가운데 하나인 노랑붓꽃은 5월 18일에 첫 꽃송이를 터뜨렸습니다.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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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아이는 꽃아이가 되면서 날마다 새 놀이를 누립니다.
 시골아이는 꽃아이가 되면서 날마다 새 놀이를 누립니다.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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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글쓴이 누리사랑방(http://blog.naver.com/hbooklove)에도 함께 올립니다.



태그:#시골살이 일기, #들꽃, #집꽃, #고흥 이야기, #시골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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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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