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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부터 교회 1층 교육관에서 발 지압 치료 과정을 개설했습니다. 예전에 서울서 목회할 때 이침(耳針)을 통해 지역 주민에게 도움을 줬는데, 이곳 목포에서는 발 지압을 통해 그런 이로움을 주고 싶었습니다. 한국자연건강학회 고문이자 족심도비술지압요법사인 권오현 선생이 직접 선을 보였습니다.

발 지압을 처음 배운 나로서는 신기했습니다. 발에 오장육부(五臟六腑)와 반응하는 36개의 혈(穴)자리가 있고, 신(腎)과 비(脾)와 방광(膀胱)과 위(胃)와 간(肝)과 담(膽)의 경락이 오르내린다고 하니 말이죠. 발의 반사구(reflex zone)를 눌러 주면 혈액순환이 좋아지고 노폐물도 배출된다고 하죠. 물론 발 지압 후에 물을 마시는 조건에서 말이죠. 발 자체에 그토록 많은 반사구 경계선이 있다는 게 신비로울 따름이었습니다.

김현식 교수의 <80년, 7만리>
▲ 책겉표지 김현식 교수의 <80년, 7만리>
ⓒ 홍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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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의 새벽 기도회 시간에 살펴본 신명기 19장엔 6개의 도피성과 함께 '이웃의 경계표(neighbor's boundary stone)를 옮기지 말라'는 규례가 나왔습니다. 하나님께서 주시는 가나안 땅에 각 지파와 가족들이 분배받아 살되, 그 땅을 팔거나 사지 말고 그 후손에게 그대로 물려주라는 내용이었죠.

사실 그것은 레위기 25장 23절에 나오는 희년 법에 속해 있습니다. 가나안 땅의 실소유자는 하나님이시고,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나님께 무상으로 분할을 받아 사는 상속자들인 셈이죠. 그만큼 실소유자인 하나님을 잊지 말도록 '50년째 되는 해'에 동족의 노예나 그들의 본래 땅까지도 모두 원상복귀토록 한 것이죠. 그야말로 평화와 공의의 법령인 셈이죠. 그걸 영구히 보존토록 옛 조상의 경계표를 함부로 옮기지 말게 한 것이죠.

"북한은 전 세계 많은 무슬림 국가와 형제 관계를 맺어 친밀히 지내고 있다. 앞으로 북한에 교회가 세워지고 북한 출신 선교사들이 일어나면, 그들은 미국이나 다른 서방 국가 선교사들이 갈 수 없는 무슬림 나라들을 자유롭게 왕래하며 선교 사명을 훌륭히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421쪽)

김현식 교수의 <80년, 7만리>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예전에 동방의 예루살렘이던 북한이 현재는 기독교의 황무지로 변해 있고, '인권'이라는 말 자체가 없고, 수령을 '하나님'으로 떠받들고 있고, 출신 성분에 따라 한 사람의 미래가 결정되는 현실이지만, 언젠가 하나의 한반도로 통일되면 북한이 세계 각처에 복음을 전하는 나라로 사용될 때가 있다고 꿈꾸는 것이죠.

그가 그런 꿈을 꾼 계기가 있습니다. 80 평생의 절반인 40년을 평양의 학교 강단에서 보낸 그는, 탁월한 교수법으로 김일성 처남 가(家)의 가정교사는 물론 김정일의 러시아어 지도 교사로 봉직했는데 1992년 러시아 국립사범대 파견 교수로 활동하던 그 때 6·25전쟁 때 헤어진 누나를 만나 남한으로 망명했죠. 그 뒤 10년간 남한의 대학 교수로, 미국에서 10년간 대학의 강단에 서게 되면서, 그 모든 과정이 하나님의 섭리였음을 전적으로 인식한 까닭이었죠.

물론 통일 한국을 바라보며 남한 교회가 해야 할 일을 우회적으로 밝힌 부분이 없지 않습니다. 북한에 선교 활동을 펼칠 때 남한의 개신교회들이 교파별로 경쟁하기보다 '초교파적'으로 협력하면 좋겠다는 것, <남북 통일 말 사전>과 같은 책을 펴낸 것처럼 한문 투로 된 남한 말 성경을 평양 말로 다듬어 편찬하는 게 그런 일이라고 하죠.

김성동의 <念佛처럼 서러워서>
▲ 책겉표지 김성동의 <念佛처럼 서러워서>
ⓒ 작은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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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자들이 다스리는 이 나라는 이미 나라가 아니다. 원칙도 없고 기준도 없으며, 아름다움도 없고 추함도 없으니, 흑백이 없는 세상이 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 아닌가. 오직 한 가지 기준이 있다면 그것은 돈일 뿐이다. 돈이 모든 것의 주인이므로 모든 것을 결정한다. 자본 만능의 막세상이 되어 버린 지 오래이다."(39쪽)

김성동의 <念佛(염불)처럼 서러워서>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있지도 않는 승적을 빼앗기고 연좌제로 몰린 그는 역사의 승자가 아닌 패자들이 꿈꾸었던 그 진정성을 알리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이른바 궁예로부터 시작해 묘청과 신돈, 15세기 중반 수양대군의 왕위 찬탈에 반대해 난을 일으킨 이징옥, '진짜 녹두 장군'이라 불리는 동학농민운동의 전략가 김개남, '신돌석'이라 불린 의병장 김백선, 최시형으로부터 법통을 물려받은 동학 남접의 서장옥, 그리고 <탈출기>를 쓴 작가 최서해 등에 대한 이야기가 그것입니다.

그들과 맞닿아 있는 현대사의 패배자들은 오늘날 무국적자로 살고 있는 독립운동의 후손들이고, 민족을 탄압하고 억압하며 살아온 친일파 자손들은 구미 유학 1세대와 도미 유학 1세대의 혜택을 받아 세계 자본주의 학문을 배워 국가 요직의 상층에 눌러 앉아 법을 만들고 집행하고 있다고 하죠. '다카키 마사오'를 비롯해 '이완용'과 '민영휘'와 '조병갑' 같은 인물과 그 후손들 말입니다.

남한 사회가 그래도 이 만큼 잘 살게 된 게 1948년 단행한 토지 개혁에 있다고들 합니다. 만약 그때 가나안 식의 토지 공개념을 도입했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지금껏 불타오르고 있는 부동산 투기와 불로 소득이 근절되지 않았을까요? 역사가 승자의 기록이라고 하니, 때늦은 역사의 진정성을 들춰 본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다만 북한과 통일이 되는 날에는 진정한 평화와 공의의 법령인 '토지 공개념' 법을 단행하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진정한 경계석의 혈 자리를 다시금 세울 수 있는 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그것은 세계를 지배한다는 자본주의 학문을 배워 국가의 상층부에 앉아 법을 만들고 집행하는 친일파 자손들이 아량을 베풀 때에 가능하겠죠. 그게 없다면 그 모든 게 패자의 넋두리에 불과한 허황된 꿈으로 그치고 말겠지만 말이죠. 하지만 어느 누구도 통일한국 이후의 한반도가 자본 만능의 막장으로 치닫는 걸 원치는 않겠죠.

병든 사회속에서 곪아 터지기보다 진정한 반사구 혈자리를 찾아 치료하듯, 승자독식의 파렴치한 세상이 평화와 정의가 공존하는 한반도로 바뀌길 원하기 때문이죠. 그 일에 누가 나서야 할지 이 책을 통해 들여다보시기 바랍니다.


80년, 7만 리 - 통일 한반도를 향한 생명의 전주곡

김현식 지음, 홍성사(2013)


태그:#통일한국, #친일파 자손들, #토지공개념, #승자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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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확한 기억력보다 흐릿한 잉크가 오래 남는 법이죠. 일상에 살아가는 이야기를 남기려고 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에요.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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