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에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내용과 결말 일부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포스터

영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포스터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30년만에 리부트(이미 존재하는 영화의 콘셉트와 캐릭터를 가져와 새로운 이야기를 만드는 것-편집자 주)된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의 조지 밀러 감독이 제대로 칼을 갈았다. 스토리, 연출, 액션, 촬영, 편집 등 모든 면에서 감각적이고 박진감 넘치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는 최근 나온 블록버스터와 비교해봐도 '발군'이다.

과거 큰 반향을 얻었던 시리즈물을 어떻게 새롭게 포장하여 내놓는가가 할리우드의 화두로 떠오른 지 오래다. 하지만 배트맨(<다크나이트>), <스타트렉: 다크니스>를 제외하곤 21세기 할리우드 첨단 기술로 스크린으로 재소환된 과거 히어로물과 블록버스터는 비평이나 흥행 면에서 예전처럼 높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이렇게 원작의 명성에 미치지 못하는 리메이크작이나 리부트작이 범람하는 할리우드에서, 처음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또한 과거의 영예에 기댄 그런저런 범작으로 그칠 공산이 높아 보였다. 하지만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는 전작들과 다르게 여성 히어로 퓨리오사(샤를리즈 테론 분)을 전면에 내세워 차별화를 꾀했다.

남성을 압도하는 여걸의 등장은 오랜 세월 <매드맥스> 시리즈를 사랑한 관객에게 신선한 충격을 선사했다. 자타공인 <매드맥스> 시리즈의 원톱 맥스(톰 하디 분)과 카리스마, 지략, 액션 등에서 동등한 능력을 발휘하는(어떤 면에서는 맥스보다 앞서는) 여성 사령관의 등장은 낯설었다. 그러나 스토리 전체를 놓고 봤을 때, 맥스가 아닌 퓨리오사에 초점을 맞춘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는 그야말로 최상의 선택이었다.

 영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한 장면

영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한 장면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주)


지구상에 얼마 남지 않은 물과 기름을 차지한 독재자 임모탄 조(휴 키스 번 분)에 맞서 반란을 일으킨 퓨리오사는 그가 아끼는 여인들과 함께 목숨을 건 탈출을 감행한다. 임모탄이 이들을 아끼는 이유는 그들의 아름다운 용모에 매료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종족 번식을 가능케하는 건강한 몸을 가졌기 때문이다.

출산이 가능한 여성의 몸은 인류가 탄생했을 때부터 생명을 상징하는 대상이었다. 인류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 절망적인 순간에 '종족번식'이라는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에 절대적인 가치를 부여한 임모탄은 건강한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여성의 몸에 집착한다. 자신에게 절대복종할 수 있는 새로운 인류 '워보이'를 만들고, 자신의 혈통을 가진 아이에게 자신이 세운 왕국을 물러줌으로써 대대손손 인류를 지배하고픈 야심. 임모탄의 계획은 원대하면서도 치밀했다.

하지만 임모탄의 독재에 반발한 퓨리오사는 임모탄의 아이를 잉태한 여인들과 함께 그의 왕국을 떠난다. 임모탄의 손아귀에서 좌지우지될뿐, 미래가 없는 왕국이 아닌 '녹색의 땅(어머니의 땅)'에서 새로운 삶을 그리던 이들의 탈주는 꿈으로 끝난다. 그러나 절망만이 가득한 세상 속에서도 녹색의 땅으로 향하는 끈을 놓지 않았던 퓨리오사의 집념은 희망없는 시대, 임모탄의 노예로 하루하루를 간신히 버티던 인류에게 새로운 희망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30년 전 관객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매드맥스> 시리즈를 21세기의 감성에 맞게 새롭게 제작한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는 원작과 비교해 봐도 손색없는 완성도를 자랑한다. 맥스를 능가하는 퓨리오사처럼, 원작을 능가하는 위용으로 우리 곁으로 다가온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우수한 스토리 짜임새와 연출로 '아무리 잘해도 새롭게 만들어진 작품은 원작을 뛰어넘기 어렵다'는 한계를 완벽히 극복한 새로운 <매드맥스> 시리즈는 이제 막 시동을 걸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권진경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neodol.tistory.com), 미디어스에 게재되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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