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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납(=민간 업자가 군에 필요한 물자나 용역을 댐) 비리 사건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인천지역 해병부대에서도 십수억 원의 군납 비리 의혹이 제기돼, 해당 부대 자체적으로 조사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시 옹진군 대청도를 비롯한 서해 5도를 지키는 이 부대는 올해 초 농산물과 육류 등 203종을 납품할 민간 업자를 선정하기 위한 입찰을 공고했다. 납품할 품목은 채소 40~50종, 육류 40여 종, 생선, 라면과 빵 등 가공식품이다.

대규모 군납 입찰은 방위사업청이 진행하지만, 단위 부대의 부식 관련 입찰은 부대 자체적으로 국방전자조달시스템을 이용한다.

이 부대는 지난 2월 6일 농산물과 육류, 과일 등의 납품을 희망하는 업체를 대상으로 입찰을 공고했다. 입찰금액은 19억8911만원에 달했다. 계약은 일반 확정 계약, 낙찰자 결정은 적격심사 방식으로 진행했다.

적격심사 항목은 ▲ 납품이행능력 ▲ 입찰가격 ▲ 신인도 ▲ 결격사유 등 네 가지다. 납품이행능력은 납품실적과 경영 상태로, 신인도는 계약이행성실도 등으로 평가한다. 입찰가격과 신인도는 객관적인 데이터에 의해 평가한다. 납품이행능력은 납품실적증명서로 평가하는데, 여기에 주관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이 입찰엔 군납 업체 20여 개가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대는 낙찰자로 S업체를 선정했다. 그런데 취재 과정에서 입수한 S업체의 납품실적증명서를 보면, 통상 몇 년 치 납품실적을 제출하는 것과는 달리 올해 1월 납품실적만 제출했다. 이 납품실적은 H, L 등 민간 회사 4곳과의 거래가 전부였다. 군납 실적을 나타내는 증명서는 제출하지 않았다.

군납실적증명서 미제출에도 낙찰

한 군납 업체 관계자는 "보통 5년 치 납품실적증명서를 낸다, 19억원 상당의 납품 계약이라면, 수 십 장의 납품실적증명서를 내는 게 보통이다, 군납 실적도 요즘은 쉽게 발급 받는다"고 말했다.

'국방부 물품 적격심사 기준에 관한 훈령(아래 훈령)'을 살펴보면, 최근 3년간 납품실적에서 입찰금액의 100% 이상 거래실적이 있어야만 납품이행능력 평가에서 10점 만점에 10점을 받을 수 있다.

게다가 기자가 S업체의 납품실적증명서를 바탕으로 확인한 결과, S업체가 납품한 L사의 등기부등본에 S업체의 대표, H사(=S업체가 납품한 회사)의 대표가 사내이사로 등재돼있다. 내부 거래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S업체 관계자는 "사내 이사로 등재된 것이 맞다, 서로 경쟁하고 협력하는 관계"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번 입찰에서 탈락한 업체 측은 "S업체가 이번 군납 입찰에 참가하기 위해 L·H사 등과 내부거래에 의한 실적 부풀리기를 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 해당 부대 관계자는 "군납 실적은 (증명서가 아닌) 계약서 등을 제출했다, 계약과 납품 여부를 해당 부대에 유선으로 확인했다"고 해명했다.

일반 납품실적도 내부거래 의혹

또한 납품실적 증명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른 공공기관의 경우 해당 기관에서 발행한 납품실적증명서에 의한다. 국가기관 등, 이외의 납품실적은 당해 물품의 세금계산서·거래명세서·계약서 사본 등 증빙자료를 첨부한 경우에 한해 평가하고, 필요한 경우 공급받는 자의 인감증명을 첨부하거나 기타 실적을 증명하는 서류를 제출할 수 있다. 적격심사 대상자가 입증 책임을 다하지 아니해 납품이행실적의 확인이 어려운 경우에는 실적을 인정하지 아니한다.

'입찰에 탈락한 업체들은 군납 실적증명서를 제출한 반면 S업체는 제출하지 않음에도 선정된 것은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 부대 관계자는 "행정 착오 여부에 대해선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했다. 당시 계약을 체결한 재정 참모실 관계자들은 현재 다른 부서로 자리를 옮긴 상태다.

'훈령' 13조 '부정한 방법에 의한 심사서류 제출자 및 미제출자 처리 기준'을 보면, 제출한 서류 중 부정 또는 허위로 작성한 서류가 포함된 것으로 판명될 때는, 계약 체결 이전의 경우엔 '적격낙찰자 결정 대상에서 제외' 또는 '결정 통보 취소'를 할 수 있다. 계약 체결 이후인 경우에도 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할 수 있다. 해당 부대는 이런 조치를 아직 취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S업체 관계자는 "이번 낙찰은 저희에게 행운인 것은 맞다, 하지만 우리 실적은 넉넉했다, 군부대 내부에서 자체 조사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어 현재까지도 계약은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isisa.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군납비리, #방산비리, #방위사업청, #납품실적증명서, #해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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