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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순방 이후 건강 악화로 안정을 취해온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4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 참석, 발언하고 있다.
 남미 순방 이후 건강 악화로 안정을 취해온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4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 참석,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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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 2인자인 국무총리의 '공백'이 한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성완종 리스트'에 연루된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지난달 21일 사의를 표명한 것을 감안하면 19일 현재까지 총 29일 동안 자리가 비어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날 당장 새로운 총리 후보자를 지명하더라도 이 공백이 메워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인사청문회와 국회 임명동의안 처리 등을 감안해도 2~3주 후에나 취임이 가능하다.

당초 후임 총리 인선은 발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해외 순방 중에 이 전 총리의 사의를 수용하면서 청와대가 곧장 후임 총리 인선을 위한 기초 작업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7일 뒤 귀국한 박 대통령은 '와병' 중에도 이 전 총리의 사표를 수리, 관련된 모든 행정절차를 끝냈다.

그러나 청와대는 그동안 "공식적으로 드릴 말이 없다"는 원론적 답변만 거듭했다. 다만,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18일 "대통령께서 계속 고심하고 있고 때가 되면 발표하겠다"라며 후임 총리 인선작업이 막바지에 다다랐음을 시사했다.

실제로 더 이상 후임 총리 인선을 미룰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박 대통령이 6월 중순 세 번째로 미국을 방문할 예정인데 이때마저 대통령의 '빈 자리'를 대신할 국무총리가 없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당장 금주 중 후임 총리 후보자를 지명하더라도 박 대통령의 방미 전 취임이 빠듯하다는 지적도 나오는 형편이다.

결국, 박 대통령이 금주 중으로 새 총리 후보자를 지명할 가능성이 크다. 이제 관심은 박근혜정부의 6번째 총리 지명자는 누구냐다.

총선과 정치개혁... '정치인 총리' 택할 가능성 낮아

18일 오전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5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국무총리 직무대행 자격으로 참석한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헌화·분향한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최정길 5·18민주묘지관리소장(오른쪽)은 이날 기념식에서 5·18 3개 단체와 광주지방보훈청장을 대신해 경과보고를 했다.
 18일 오전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5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국무총리 직무대행 자격으로 참석한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헌화·분향한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최정길 5·18민주묘지관리소장(오른쪽)은 이날 기념식에서 5·18 3개 단체와 광주지방보훈청장을 대신해 경과보고를 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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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정치인 총리'를 택할 가능성은 낮다. 그동안 최경환 경제부총리, 황우여 교육부총리, 이주영 전 해양수산부 장관,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문수 새누리당 보수혁신위원장, 박준영 전 전남지사,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회 위원장 등이 '정치인 총리'로 하마평에 올랐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이석현 국회부의장은 이날 "대통령이 여권에 마땅한 인물이 없으면 진영을 뛰어넘어 야권과 시민사회에서 찾아보는 발상의 전환도 고려해보라"라며 정계를 은퇴한 손학규 새정치연합 상임고문을 추천하기도 했다.

이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이는 최경환·황우여 부총리, 이주영 전 장관 정도다. 이들은 이미 인사청문회를 거친 바 있고 박 대통령의 국정철학도 공유할 수 있는 친박 인사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이 관건이었다. 박 대통령은 이제 반환점을 돌아 임기 후반전을 준비하는 상황이다. 이 상황에서 새 국무총리가 조기에 자리를 이탈할 수 없는 셈이다. 이름을 올린 이들도 내년 총선에 보다 신경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 부총리는 지난 11일 오찬 간담회에서 "본의 아니게 총리가 사퇴하는 바람에 긴 타이틀의 사나이가 됐다, 한 가지도 제대로 못하는 사람이 여러 가지 하다 보니 아주 죽을 지경"이라고 말했다. 우회적으로 더 이상 '공직'을 맡지 않고 국회로 복귀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됐다. 그는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도 "소임을 빨리 마치고 정치판에 다시 가야 맞지 않겠나"라고 말한 바 있다.

황우여 부총리도 공식적으로는 국무총리'행'을 부인하고 있다. 그는 지난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혹시 총리로 가시나"라는 박지원 새정치연합 의원의 질문에 웃으면서 "아니다, 지금 현안도 많고 장관으로서 할 일 열심히 할 뿐"이라고 답했다. 박 의원이 "총리로 가시면 다음 총선 출마 못 하시지 않냐"라고 거듭 물었을 때도 "아직 그 부분은 생각해 본 적 없고 아직 아무런 얘기가 없다"라고 답했다.

무엇보다 '정치인 총리' 가능성을 낮춘 것은 최근 박 대통령이 강조하고 있는 '정치개혁'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성완종 리스트' 파문 이후 연거푸 '정치개혁'을 주장했다. 즉, 차기 총리는 '정치개혁'을 주도해야 할 위치에 서는 셈이다.

그런데 이 전 총리는 '부패 척결'을 주창했다가 도리어 본인의 불법 정치자금 의혹으로 사퇴했다. '정치인 총리'가 주창한 '정치개혁' 역시 같은 길을 걸을 소지가 있는 셈이다. 또 차기 국무총리가 높은 도덕성을 갖추고 있어야 이 같은 개혁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 수 있다. 이 때문에 청와대도 ▲ 정치·사회 개혁 ▲ 인사청문회 통과 등을 후임 총리 인선의 최우선 기준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인+고위공직자' 출신 인사가 최우선 적임자?

황찬현 감사원장이 지난 2014년 10월 27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감사원 등에 대한 종합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황찬현 감사원장이 지난 2014년 10월 27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감사원 등에 대한 종합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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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상황을 고려하면 후임 총리는 법조인 출신의 고위공직자로 낙점될 가능성이 크다.

법조인으로서 '정치개혁' 기조에 적합한 데다 고위공직자로서 인사청문회를 통과한 경험까지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도 그간 관료·법조인 출신을 주로 발탁해왔다. <한겨레>가 지난 2월 박근혜 정부의 장관급 이상 공직자 70명을 분석한 결과, 관료 출신이 37.1%였고 법조인 출신이 18.6%에 달했다.

이에 따라 거론되는 후보들은 이명재 대통령 민정특보, 이강국 전 헌법재판소장, 조무제 전 대법관, 목영준 전 헌법재판관,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 황찬현 감사원장, 황교안 법무부 장관 등이다. 이 중 이명재 대통령 민정특보와 조무제 전 대법관, 김영란 전 위원장 등 일부 인사들은 총리직 제의 요청을 고사했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이들 중에서 가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받고 있는 후보는 현직 각료인 황찬현 감사원장과 황교안 법무부장관이다. 이들은 박근혜 정부 하에서 인사청문회를 통과했고 박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적극 뒷받침해왔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황교안 법무부장관은 박 대통령의 '코드'에 딱 맞는다는 평이다. 황 장관은 그동안 채동욱 전 검찰총장 내사·통합진보당 강제해산 결정 등 주요 국면마다 정부 입장을 강력히 견지해왔다. 또 이완구 전 총리 지명 당시에도 총리 후보군 중 한 명으로 하마평에 오른 바 있다.

그러나 그만큼 역풍도 크다. 현 사정 정국을 불러 온 지휘선상에 있는 데다 대표적인 공안통으로 그동안 야당과 날카롭게 대치해왔기 때문이다. 여권 내에서도 '측근 인사는 안 된다'고 못 박은 상황이다. 비박(비박근혜) 중진인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6일 "자기 편한 사람을 기용하면 나라와 국민에 도움이 안 될 뿐만 아니라 큰 재앙이 된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황찬현 감사원장은 이명박 정부 당시 김황식 전 국무총리를 연상케 하는 '카드'다. 김황식 전 총리는 이명박 정부 당시 6년의 대법관 임기 중 절반만 채운 뒤 감사원장으로 '이동'했다. 이후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가 '거짓말 논란'으로 청문회 도중 낙마하자 구원투수로 지명됐다. 감사원장 임기 역시 절반인 2년 밖에 채우지 못했다. 2013년 12월 취임한 황 원장 역시 이번에 후임 총리로 지명될 경우, 임기를 절반 정도만 마친 채 '이동'하는 셈이다. 특히 70일 만에 물러난 이완구 전 국무총리를 대신한 '구원투수' 성격도 짙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한 달 가까이 장고를 거듭한 만큼 전혀 새로운 인물이 깜짝 발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약 70여 명의 인사가 담긴 명단을 박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선택이 계속 늦춰지면서 청와대 안팎에서는 박 대통령이 명단 외 새 인물을 찾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 편집ㅣ최은경 기자



태그:#국무총리, #박근혜, #최경환, #황찬현, #이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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