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쉬` 포스터

`트래쉬` 포스터 ⓒ UPI 코리아


브라질 리우의 빈민촌에서 쓰레기를 뒤지며 어렵게 살아가는 소년 라파엘(릭슨 테베즈 분), 가르도(에두아르도 루이스 분)는 어느 날 평소와 다름 없이 쓸만한 물건을 찾던 도중 지갑을 발견하게 된다. 하지만 뜻밖의 행운에 기뻐한 것도 잠시 뿐.

경찰이 들이닥쳐 큰 액수의 현상금을 내걸며 지갑의 행방을 수소문하고, 이에 이 지갑에 중요한 무언가가 있음을 직감한 두 친구는 하수구에 사는 일명 '들쥐'(가브레일 와인스타인 분)에게 지갑을 맡긴다. 라파엘, 가르도에게 수상한 느낌을 감지한 형사 반장(쉘튼 멜로 분)은 소년들을 뒤쫒게 되고 아이들은 여기에 얽힌 비밀을 밝혀내기 위해 수수께끼를 풀어나가기 시작한다.

"그게 옳은 일이니까요"

 영화 `트래쉬`의 한 장면

영화 `트래쉬`의 한 장면 ⓒ UPI 코리아


<트래쉬>는 <노팅힐> <러브 액츄얼리> <레미제라블> 등 로맨틱 코미디와 시대물 등을 넘나들며 다양한 작품을 만들어 온 워킹 타이틀 제작, 그리고 걸작 <빌리 엘리어트> 스티븐 달드리 감독의 연출과 <러브 액추얼리>, <어바웃 타임> 리처드 커티스의 시나리오로 이뤄진 새 영화다. 

1980~90년대만해도 소년들의 모험담을 그린 영화들이 제법 많았다. <구니스>도 있었고 성향은 다르지만 <스탠 바이 미>도 비슷한 범주에 넣을 수 있다. 하지만 요즘 들어선 이런 소재의 신작들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그런 점에서 <트래쉬>는 이런 류의 영화를 보고 즐거움을 만끽했던 영화팬들에겐 무척 반가운 작품이다.

물론 이 영화가 과거 영국 대처 정부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담아내기도 한 <빌리 엘리어트> 감독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예상대로(?) 그냥 소년들의 모험만을 그려내진 않았다. 브라질 부정 부패 정치인, 경찰들의 이야기를 정치·스릴러물처럼 집어 넣으면서 나름 묵직한 메시지도 전달해 낸다.

왜 위험을 무릅쓰고 지갑에 얽힌 비밀을 찾는지에 대한 물음에 소년들은 이렇게 말한다. "그게 옳은 일 이니까요!" 이 대사로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가 함축적으로 담겨져 있다. 

어린 아이들에게도 마구 고문을 일삼고 총질해대는 부패 경찰, 각종 뇌물로 부를 축적하는 유력 정치인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어떤 면에선 과거 공안 정국, 아니 요즘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로 시끌벅적한 한국 정치판을 대입해도 묘하게 잘 어울리는 씁쓸함이 느껴진다.

 영화 `트래쉬`의 한 장면

영화 `트래쉬`의 한 장면 ⓒ UPI 코리아


<트래쉬>는 영국산 영화지만 브라질을 무대로 진행되기에 대부분의 대사가 포르투갈어로 구성된 게 오히려 사실감을 더욱 높여주는 모양새다.

연기 경력이 전혀 없는 10대 초중반의 어린 소년들의 연기는 전문 연기자 못잖게 흠잡을 것 없이 완벽했고, 극 중 비중이 크진 않지만 이들을 위해 헌신하는 신부(마틴 쉰 분)와 자원봉사자(루니 마라 분)의 모습도 나름 인상적이다. 

여기에 훈훈하게 마무리 짓는 극의 엔딩은 역시 워킹 타이틀다운 따뜻한 웃음, 희망의 메시지를 관객들에게 안겨주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악당들의 캐릭터가 너무 단편적인데다 평이한 이야기 구조 등 비록 <빌리 엘리어트>급의 걸작이 되기엔 다소 아쉬운 부분도 눈에 띄지만 그냥 놓치긴 쉽지 않은 작품이다.

덧붙이는 글 기자의 개인블로그 http://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트래쉬 워킹타이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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