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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일이 가장 바쁜 농번기이다. 농민들은 올 한해 농사 풍년을 기원하며 새벽부터 구슬땀을 흘리며 농사일에 집중하고 있다. 모두가 농촌 일손돕기에 나서고 있는 이 시기에 농민들에게 벼락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바로 지난 8일, 정부가 밥쌀용 쌀 1만 톤을 수입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는 쌀 값 하락을 막기 위해 2014년산 쌀을 추가 격리시키겠다고 발표한 지 채 며칠이 지나지 않아 쌀 값 하락에 치명적인 수입 밥쌀을 들여오겠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는 일이다.

우리 농업의 마지막 보루였던 쌀이 2015년 쌀 관세화란 이름으로 전면개방되었지만 WTO(세계무역기구) 규정에 의해 최소시장접근물량(MMA)인 40만8700톤은 앞으로도 계속 수입해야 한다. 하지만 몇 가지 달라지는 점은 있다. 지난 20여 년간 부분개방의 대가로 의무적으로 이행했던 몇 가지 조항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먼저 미국, 중국 등에 국가별로 정해져 있던 물량(국별쿼터)에 대한 도입의무가 사라져 올해부터는 어느 나라 쌀이든 최저가 경쟁입찰을 통해 들여올 수 있다.

두 번째로 밥쌀용 30% 수입에 대한 의무가 없어져 비싼 밥쌀용이 아닌 우리가 원하는 용도로 마음대로 수입할 수가 있다. 당연히 국내 쌀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용도로 들여오면 된다. 세 번째로 수입쌀을 국내에서만 소비해야 한다는 조항이 삭제되었다. 이제 식량부족국가나 네팔처럼 재해로 인해 긴급식량원조가 필요한 나라에 쌀을 원조할 수 있게 되었다. 어쩔 수 없이 쌀을 사야 하긴 하지만 어느 나라에서, 무슨 용도로 사서 어떻게 쓰는지는 한마디로 우리나라 마음대로라는 것이다.

이제 쌀 관세율 등에 대한 합의는 이해당사국들과의 협상을 통해 결정된다. 현재 WTO에 제출한 쌀 관세율 513%에 대해 미국, 중국, 베트남, 호주, 태국 5개국이 이의제기를 해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협상은 몇 년이 걸릴지 아무도 모른다. 따라서 우리는 이 협상이 끝날 때까지 513%의 관세율과 용도 등에 대한 규정이 삭제된 대로 이행하면 된다. 이것은 WTO일반원칙에 따르는 것으로 세계가 우리에게 준 정당한 권리이지 특별한 것이 아니다.

그런데 왜 정부는 사라진 의무에 집착하는 것인가? 최근 10년 사이 수확기 쌀값의 하락폭이 가장 큰 것이 2014년, 정부가 쌀 전면개방을 발표한 작년이다. 쌀값의 하락세는 지난해 수확기 이후 멈출 줄을 모르고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밥쌀용 쌀 수입은 정부가 쌀 시장 안정을 위해 신곡 7만7천 톤을 추가격리시키는 노력도 물거품으로 만들어버릴 것이다. 우리의 정당한 권리를 포기하고 우리나라에 필요하지도 않은 밥쌀용 수입쌀을 들여오겠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다.

밥쌀용 수입쌀은 정미형태로 소포장되어 들어와 바로 시장에 유통된다. 저가수입미 밥쌀용은 국내쌀로 둔갑된 채 부정유통되어 국민들을 속여왔다. 국내쌀과 수입쌀의 시세차익으로 유통업자의 배는 채워졌지만 농민들은 피눈물을 흘렸다. 수입쌀의 부정유통을 막고 국내 쌀 시장 안정화를 위해 힘쓰겠다는 정부였다. 쌀이 전면개방되어도 우리 쌀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장담해오던 정부였다. 그런 정부가 앞장서서 국내 쌀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밥쌀용 쌀 수입에 나서겠다는 것은 언어도단이 아닐 수 없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WTO에서 정한 의무를 잘 지켜왔다. 이제 사라져버린 의무 따위는 가뿐히 벗어던지고 우리농민과 식량자급률을 살펴야 한다. 정부는 밥쌀용 쌀 수입공고를 취소해 농번기 눈코 뜰새 없이 바쁜 농민들을 논과 밭으로 돌려보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상임연구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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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농민회총연맹과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이 공동설립한 농업정책 연구소입니다. 생산자와 소비자, 노동자와 농민, 민중들과 함께 지속가능한 농업, 식량주권 실현을 위해 연구하고 활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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