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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 '모모'의 노랫말을 쓰고 곡을 붙인 박철홍 씨. 교통사고로 장애를 입고 병상에 누워서 쓴 노래가 ‘모모’라고 말했다.
 가요 '모모'의 노랫말을 쓰고 곡을 붙인 박철홍 씨. 교통사고로 장애를 입고 병상에 누워서 쓴 노래가 ‘모모’라고 말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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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는 철부지 모모는 무지개/모모는 생을 쫓아가는 시계 바늘이다/모모는 방랑자 모모는 외로운 그림자/너무 기뻐서 박수를 치듯이 날개 짓하며/날아가는 니스의 새들을 꿈꾸는 모모는 환상가/그런데 왜 모모 앞에 있는 생은 행복한가/인간은 사랑 없이 살 수 없다는 것을/모모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1970년대 말 선풍적 인기를 모았던 김만준의 노래 <모모> 앞 부분이다. 뽕짝 풍이 대세를 이루던 당시 가요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켰던 노래 가운데 하나다. 가요 프로그램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이후 <모모는 철부지>라는 영화도 만들어졌다.

노래 모모(Momo)는 프랑스 에밀 아자르의 소설 '자기 앞의 생'을 토대로 하고 있다. 모모는 이 소설의 주인공 이름이다. 아랍 소년이면서 고아였다.

박철홍 씨가 자신이 만든 노래 '모모'를 직접 연주해 보이고 있다. 지난 15일 전남도의회 의원 사무실에서다.
 박철홍 씨가 자신이 만든 노래 '모모'를 직접 연주해 보이고 있다. 지난 15일 전남도의회 의원 사무실에서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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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3때(1974년) 교통사고를 당했어요. 스스로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는,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서 바깥 바람을 쐬는 몸이 됐죠. 그때 책과 음악과 가까워졌고, 이것들이 누워있는 저를 위로해 주었어요. 모모 노래도 그때 프랑스 소설 <자기 앞의 생>을 보고 만들었죠."

모모의 노랫말을 쓰고 곡을 붙였던 박철홍(60, 전남 무안군 삼향읍)씨의 말이다. 교통사고로 장애를 입고 병상에 누워서 쓴 노래가 <모모>라는 것이다. '인간은 사랑 없이 살 수 없다'는 것을 모모가 잘 알고 있었듯이, 자신도 친구들의 사랑으로 삶을 이어올 수 있었다는 얘기였다.

"제 이야기였어요. 고아로 산 모모와 장애를 입은 저의 처지가 많이 닮았잖아요. 그래서 절실히 더 와 닿았던 것 같아요. 그 책이, 그리고 주인공 모모의 이야기가요. 예나 지금이나 인간은 사랑 없이 살 수 없다는 건 불변의 진리이고요."

전남도의회 의원이 된 '모모'의 작사·작곡가 박철홍 씨. 그는 틈날 때마다 장애인들의 복지 향상을 이야기하고 있다.
 전남도의회 의원이 된 '모모'의 작사·작곡가 박철홍 씨. 그는 틈날 때마다 장애인들의 복지 향상을 이야기하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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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의 작사·작곡가 박철홍씨는 전남장애인론볼연맹 회장을 거쳐 전남도의원이 됐다. 지난해 6월 전국 동시 지방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의 비례대표 2번으로 제10대 전남도의회에 들어왔다. 박 의원은 전남도의회 기획사회위원회에 소속돼 활동하고 있다. 기획사회위원회는 전남도의 기획조정실과 보건복지국, 여성가족정책관실, 보건환경연구원 등을 소관부서로 하고 있다.

박 의원의 기획사회위원회 배정은 본인의 희망이었다. 전라남도에 살고 있는 15만 장애인을 대표해서 의회에 진출한 만큼 전남 장애인들의 행복을 위해서 노력하고 싶어서였다. 지난 15일 전남도의회에서 박철홍 의원을 만났다.

박철홍 전남도의회 의원이 전남도의회 기획사회위원회에서 전남도 기획조정실을 상대로 질문을 하고 있다.
 박철홍 전남도의회 의원이 전남도의회 기획사회위원회에서 전남도 기획조정실을 상대로 질문을 하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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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뀐 건 사실이죠. 제가 장애를 처음 입었을 때는 암흑기였거든요. 시내에 나가면 아이들이 휠체어를 따라다니면서 구경을 했으니까요. 어르신들도 혀를 차고요. 모두가 동정의 눈초리로 봤죠.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닌데, 아직도 멀었어요. 가장 큰 복지는 일자리라고 하는데, 그런 측면에서 갈 길이 멀죠. 제가 이 자리에 서 있는 이유라 생각합니다."

박 의원의 말이다. 그는 전남도의회에서 틈나는 대로 장애인에 대한 편의 시설 확충을 외쳤다. 도정 질문과 5분 발언, 상임위 활동 등을 통해서였다. 지난 4월 열린 제294회 전남도의회 임시회에선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상의 부양의무제와 장애인복지법 상의 장애등급제 폐지를 주장했다.

"정부가 복지혜택 대상을 찾는 것보다 선별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장애인의 몸에 등급을 정하고 복지를 결정하는 것이죠. 이 장애등급제의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은 좌절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거죠. 국민의 빈곤도 사회가 보장해야 하는 의무인데, 가족의 유무나 부양의무 논리로 정부가 책임을 회피해선 안 되죠."

박 의원이 부양의무제와 장애등급제 폐지를 주장한 이유다. 그가 대표 발의한 이 결의안은 상임위원회 의결을 거쳐 본회의에서 의원 모두의 대정부 결의안으로 채택됐다.

박철홍 전남도의원이 지난해 10월 전남도의회 본회의장에서 전남도를 상대로 도정질문을 벌이고 있다. 박 의원은 휠체어를 타고 있다.
 박철홍 전남도의원이 지난해 10월 전남도의회 본회의장에서 전남도를 상대로 도정질문을 벌이고 있다. 박 의원은 휠체어를 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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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이 행복해야 합니다. 그러면 모두가 행복해져요. 단연코 장애인이 행복한 사회가 건강한 사회입니다. 손톱 밑의 가시까지 뽑는다는 생각으로 사각지대를 찾아서 맞춤형 복지를 실천해야 해요."

박 의원은 이를 위해 장애인 편의 시설의 지속적인 확충을 요구했다. 장애인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지원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의 의정 활동에 대한 다짐도 덧붙였다.

"장애를 겪는 당사자로서 장애인 복지를 위해서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전남도민들의 안전을 위해서도요. 결코 모나지 않게, 그리고 포용력도 갖추면서요. 전라남도에 꼭 필요한 도의원이 되도록 최선을 다 해야죠."

한편 박철홍 의원은 목포에서 라이브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손님들의 요청에 따라 하루에도 몇 번씩 <모모>를 부른다고.

박철홍 전남도의원이 노래 '모모'와 의정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지난 15일 전남도의회 의원 사무실에서다.
 박철홍 전남도의원이 노래 '모모'와 의정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지난 15일 전남도의회 의원 사무실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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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박철홍, #모모, #전남도의원, #전남도의회, #장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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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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