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트래쉬 포스터 영화 트래쉬 포스터

▲ 영화 트래쉬 포스터 영화 트래쉬 포스터 ⓒ UPI코리아


요즘은 참 즐길 콘텐츠가 넘쳐난다. 그만큼 쓰레기 같은 콘텐츠도 많다. 조금만 방심하면 쓰레기에 짓눌리기 쉽다. 특히 영화가 그렇다. 멀티플렉스의 수익보존을 위해 탄생한 한국 대기업의 영화사업. 오직 목표는 돈뿐인 비지니스맨들이 만든 한심한 쓰레기들이 호시탐탐 우리의 시간과 돈을 노리고 있다.

반면 제목만 쓰레기인 영화 <트래쉬>는 '쓰레기 더미 속 지갑' 같은 영화다. 재미있고 감동이 있다. <러브 액츄얼리>, <노팅힐>, <어바웃 타임> 등으로 유명한 제작사 워킹타이틀이 제작했고, <빌리 엘리어트>의 스티븐 달드리가 감독을 했다.

영화는 브라질을 배경으로 한다. 어린 주인공 라파엘을 비롯한 세 친구는 쓰레기장에서 일하는 일명 카타도르이다. 어느 날 쓰레기를 치우다 우연히 지갑을 발견하게 된다. 그런데 그 지갑에는 브라질 거물 정치인의 비리를 폭로할 '열쇠'가 담겨있었다. 매수된 경찰들은 지갑을 찾기 위해 쓰레기장을 습격하고 이들의 목숨을 위협한다. 하지만 라파엘과 친구들은 지갑을 주고 돈을 받는 대신, "옳은 일을 하기로" 결심하고 이에 맞선다.

영화적 기법 측면에서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를 연상시키는 장면이 많다. "슬럼독 밀리어네어에 대한 리오의 대답"이라는 평이 있을 정도이다. 아이들과 질주의 이미지, 이국적인 댄스음악, 거대한 빈민가와 광활한 브라질의 전경 등. 그러나 오해는 하지 말길. 특정 영화가 연상된다는 것이지 재미없다는 것은 결코 아니니까. 질주의 이미지, 적절한 교차편집과 주인공들이 풀어가는 수수께끼에 몰입하다 보면 2시간이 금방 지나갈 것이다.

주인공이 아이들이라는 점도 영화의 중요한 장치이다. 그저 "옳은 일이기 때문에" 질주를 멈추지 않는 그들의 무모함이나, 영화의 후반부에 있을 (때 묻은 어른들은 상상도 못했을!) 멋진 반전이 억지스럽지 않은 것은 주인공이 순수한 아이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 속 어른들은 어차피 안 될 거라며 부조리는 외면하고 돈이라도 챙기라고 말한다. 그러나 라파엘과 친구들은 너무나도 순수한 동기를 갖고 불의에 맞서며 관객에게 재미와 감동을 준다.

영화 트래쉬 중에서 영화 <트래쉬>의 한 장면

▲ 영화 트래쉬 중에서 영화 <트래쉬>의 한 장면 ⓒ UPI코리아


돈과 쓰레기의 이미지를 대비시킨 점도 인상적이다. 비리 정치인의 깨끗한 금고에 쌓여있던 더러운 돈은 쓰레기봉투에 실려 세상 밖으로 나온다. 빈민을 위해 쓰레기장에 뿌려진 돈은 사람들에게 "기적"이라고 불린다. 정치인의 손에서는 쓰레기였던 돈이 아이들의 손에서 기적이 되는 순간은 잊히지 않을 명장면이 될 것이다.

내용 측면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영화 속 성경의 역할이다. 작가는 성경에서 많은 영감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성경은 주인공들이 이야기를 풀어가는 열쇠이자 정신적인 지주로 작용한다. 주인공의 이름은 성경 속 수호천사 라파엘이다. 영화 끝에 주인공 세 사람은 거사를 치르며 브라질 시민들의 각성을 요구하는 메시지를 유튜브 영상으로 남기도 하는데, 흡사 계시록처럼도 보인다. 그들이 잠적해 어부가 된다는 설정까지, 작가가 의도한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성경과 연관 지어 생각해 본다면 흥미로운 부분이 많다.

사전정보 없이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영화다. 하지만 브라질의 정치나 문화에 대한 배경지식이 있다면 좀 더 즐길 만한 요소들이 있다. 국제경기 개최로 정치적 이슈를 잠재우려는 정치인, 어린아이도 총을 들고 다닐 정도의 치안 상황, 극단적인 빈부 격차, 경찰로 대표되는 공권력에 대한 대중의 불신은 현 브라질에 대한 매우 직접적인 풍자이다.

영화의 마지막에는 소녀가 음료수 캔을 빨간 쓰레기통에 버리는 장면이 상징적으로 등장한다. 세상을 어지렵히는 쓰레기(같은 존재)들에 대한 경고라면 과도한 해석일까? 영화에 표현된 누가 누구에게 줬다는 돈뭉치, 부패한 정치인, 무슨 무슨 리스트, 연루자의 죽음 등은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광경이다.

어쨌든,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버려야 한다. 쓰레기를 돈 내고 사면 안 된다. 이번 주말 내 돈을 쓰레기에 낭비하기 싫다면 영화 <트래쉬>를 보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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