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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늘이 로즈데이란 사실을 요즘 유행하는 SNS인 밴드의 한 동아리에 올려진 글을 보고 알게됬다. 사랑하는 아내와 혹은 사랑하는 연인에게 장미꽃 한송이를 선물하게 되면 행복이 두배로 찾아 오고 남편들은 식탁이 달라진다고 했다. 그리고 여자들은 작은 것에서 행복을 느낀다고 한다.

나는 경상도 남자다. 그래서 로맨틱한 일과는 거리가 먼 편이고 때론 낭만 이벤트를 보면 닭살이 돋는 편이다. 연애 초기에는 이따금 아내를 위해 꽃다발도 선물하기도 하며 남들이 하는 것처럼 해봤지만, 그다지 감동스럽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왜냐하면 사랑이란 늘 한결같이 똑같은 마음가짐으로 상대를 대하면 된다고 생각했고, 일회성의 잘 보여주기 위한 행위는 낭비일 뿐이란 생각이 지배적이었던 젊은 시절이었다.

그런데 아이들을 낳고 커가는 요즘, 아이들을 위한 정서교육을 위해서라도 아내를 위해 자상하게 이벤트도 만들고 사랑을 표현하는 법을 적극적으로 보여줘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아들과 딸이 태어나기 전에도 난 아내를 위해 밥을 해주고 요리도 만들며 설겆이도 많이 한 편이다.

선물보다는 마음이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아이디어를 내봤다.
▲ 파인애플과 바나나로 만든 작품 '꽃별' 선물보다는 마음이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아이디어를 내봤다.
ⓒ 김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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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생일을 축하해 주기 위해 내가 만든 작품겸 선물이다. 이름하여 꽃별. 재료는 바나나와 파인애플 잘라다 파는 것을 사용했다.

생일 선물로 별다른 것을 준비하지 못한 나는 올해도 여전히 몸으로 때울 수 밖에 없는 처지인지라, 조금이라도 아내에게 감동을 선사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내봤다. 드라마를 즐겨 보진 않았지만, 문득 아내가 즐겨보던 별에서 온 외계인(그대)이 떠올라 응용을 해보았다.

아내의 이름에 '꽃'이 들어가는 특이한 이름이기도 하고 무엇인가 상징성있는 아이디어 가 필요했는데, 마침 어제 저녁에 아이들과 아내와 함께 마트에 들러 산 식재료들을 몽땅 활용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생일 아침상을 봐주기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나 분주히 움직였다. 전날 밤에 물에 담궈논 미역국에 쇠고기를 넣은 뒤 한참을 끓였다. 경험상 미역국은 오래 끓일 수록 제맛이 나는 것 같아 오래 끓였지만, 역시 간 조절은 늘 햇갈린다. 전에 아내에게 듣기로는 미역국의 간은 소금으로 한다고 해, 왕소금을 일정량 넣어 끓여 보니, 맛이 영 심심했다.

아침 일찍부터 진지한 마음으로 음식 준비에 임했다.
▲ 마트에서 산 닭갈비와 미역국 그리고 뚝배기 밥 아침 일찍부터 진지한 마음으로 음식 준비에 임했다.
ⓒ 김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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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이면 맛나게 미역국 끓여주기 위해 양조간장을 눈대중으로 넣은 뒤 또 한번 팔팔 끓였다.

지난 저녁에 장을 봐논 반찬들로 생일상을 채우니 제법 푸짐했고 그럴듯 해 보였다. 아직 잠이 덜 깬 아이들에게 내가 차린 생일상을 자랑도 하고 싶고, 엄마의 생일을 축하해 줄 이벤트를 마련해 보자고 의논도 할겸 깨웠더니, 어떻게 만들었냐며 감탄이다.

아이들에게 아빠가 엄마를 위해 생일상을 차려주는 모습 또한 교육이라고 생각했는지라 가슴 뿌듯했다. 사랑을 베풀고 사랑을 많이 받아 본 아이들이 이다음에 커서도 똑 같이 베풀게 되는 것이 사람 사는 이치다.

아이들도 엄마를 위해 별다른 생일 선물을 준비하지 못했기에 지난번 어버이날 때 아들과 딸이 선물용으로 만들어 준 '심부름 활용권' 쿠폰을 만들어 보기를 제안했다. 아이들은 청소하기, 안마해주기, 신발딱기 등 다양한 심부름 쿠폰을 만들었고 게다가 딸은 이번엔 6월달까지 날짜 유효기간을 둔다며 언제든지 심부름 시키라며 큰 선심을 쓰기도 했다.

돈을 들이지 않고도 엄마를 위해 얼마든지 생일 선물을 준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 엄마 생일 선물로 심부름 쿠폰을 만드는 아이들 돈을 들이지 않고도 엄마를 위해 얼마든지 생일 선물을 준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 김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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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학원 일을 하느라 늦게 일 마치는 까닭에 늘 아침 잠이 모자라고, 아침을 잘 먹지 않는 아내에게 10분 동안 정신을 추스려 잠이 깰 수 있도록 귀뜸을 준 뒤 생일 축하 파티에 나오게 해 조촐한 생일축하 이벤트를 진행했다.

아내는 남편의 성의를 봐서 뚝배기에 가득한 쌀밥과 미역국을 맛나게 먹어줬다. 어제께 사온 반찬들 모두 뜯어 밥상 위에 차려 놓으니, 딸은 매일 엄마 생일이었으면 좋겠다며 내가 차린 생일상을 맛있게 먹으며 흥을 돋궜다.

어릴적에 어머니께서 생일상 주실 때 밥을 한가득 퍼담는 것에 영감을 얻어 뚝배기에 통째로 밥을 하게 됬다.
▲ 뚝배기에 밥 한가득 채우는 경상도식 정 어릴적에 어머니께서 생일상 주실 때 밥을 한가득 퍼담는 것에 영감을 얻어 뚝배기에 통째로 밥을 하게 됬다.
ⓒ 김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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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먹고 달리면 힘들까봐서 아침 운동을 다녀 온 뒤 식사하겠다며 아이들과 아내가 먹는 모습을 흐믓한 모습으로 바라보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배 골는 소리가 들릴만치 먹고 싶었다.

생일파티 후 이날 뒷정리도 물론 나의 차지다.

운동을 다녀 온 뒤 생일의 주인공인 아내를 위해 오늘 하루 집안 정리와 설겆이 걱정 없게 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며 뒷정리 마무리까지 하고 나니, 웬지 오늘 내가 할 일을 다한 듯 뿌듯한 마음이었다. 

사실, 밥상 차리는 것은 크게 힘든 일도 아니어서 늘 하던 데로 밥을 했고 이날은 특별히 뚝배기에 밥을 했고 미역국만 준비했을 뿐인데 가족들 모두가 즐거워했다. 물론 케익 이벤트가 있으니 분위기는 더 살았겠고.

생각해 보니 행복은 멀리 있지가 않더라는 생각이 든다. 오늘 같이 아내를 위해 생일상을 차리는 마음으로 매일 아침을 맞이한다면 언제나 웃음꽃이 떠날 날이 없지 않을까.

그런데 우연히 알게 된 로즈데이날인데, 장미꽃을 사야되나 말아야 되나 고민이 든다. 꽃장사를 하기 위한 업체들의 통박에 놀아나는 것이 싫은 이유로, 낭만을 쫓아야 되나 말아야 되나 그것이 문제로다.

일상의 행복은 밥상에서 나온다는 사실
▲ 생일 밥상을 가득메운 반찬들 일상의 행복은 밥상에서 나온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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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유통신문과 한국유통신문 카페 및 블로그, 오렌지뉴스에 동시 게재됩니다.



태그:#생일상 차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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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빨간이의 땅 경북 구미에 살고 있습니다. 주변의 사람들이 체감하고 공감할 수 있는 우리네 일상을 기사화 시켜 도움을 주는 것을 보람으로 삼고 있으며, 그로 인해 고맙다는 말을 들으면 더욱 힘이 쏫는 72년 쥐띠인 결혼한 남자입니다. 토끼같은 아내와 통통튀는 귀여운 아들과 딸로 부터 늘 행복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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