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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현재 32일 째 파업중인 전국 화학섬유 산업노조 한국카모플라스트지회
 14일 현재 32일 째 파업중인 전국 화학섬유 산업노조 한국카모플라스트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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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비와 농기계 바퀴에 쓰이는 고무소재인 크로라와 컨베이어벨트 등을 생산하고 있다.
 중장비와 농기계 바퀴에 쓰이는 고무소재인 크로라와 컨베이어벨트 등을 생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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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설립 38년 만에 첫 파업 중인 곳이 있다. 전국 화학섬유 산업노조 한국카모플라스트지회(아래 한국카모지회, 대전광역시 대덕구 대화동)다.

이들은 14일 현재 32일째 파업 중이다. 중장비와 농기계 바퀴에 쓰이는 고무소재인 크로라와 컨베이어벨트 등을 생산하는 한국카모플라스트(주)는 대전과 금산공장에서 사무직(약 50명)을 포함 140명이 상시근무하고 있다.

한국카모지회 소속 노동자는 66명으로 지난해 1월 화학섬유 노조에 가입했다. 뒤이어 부서장급 직원을 중심으로 복수노조(한국노총 연합노련 한국카모노조)가 설립됐다. 한국노총 소속 조합원들은 이번 파업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한국카모지회의 요구사항은 ▲임금 9% 인상 ▲차별근무시정 ▲근무환경개선 등 크게 세 가지다. 이들이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파업을 벌인 이유를 들어보았다(관련기사 : "공장을 멈춰 차별을 없애자!").

매일매일 연장근무... 휴일, 주말에도 근무

14일 현재 32일 째 파업 중인 한국카모지회 노동자들
 14일 현재 32일 째 파업 중인 한국카모지회 노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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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야 맞교대를 하는 이들은 매일 3시간씩 연장근무를 한다. 토요일에도 일한다. 근무시간을 줄여 일요일에도 또 일한다.

이들이 받는 임금은 18년 근속 노동자를 기준으로 평균 166만5840원이다. 평균 시급 6941원이다. 최저임금인 133만9200원과 32만 6640원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들이 토요일은 물론 일요일에도 일해야 하는 이유다. 기본급이 낮아 휴일에도 일하지 않으면 가계살림을 책임질 수 없기 때문이다.

이들이 요구한 임금인상액은 월 15만 원(9%)이다. 사측은 3만 원(3%)을 제시했다. 지방노동위원회가 조정에 나섰지만, 사측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사측은 매년 수십 억 원의 흑자를 내고 있다. 지난해 3월 기준 기업경영평가분석에 따르면 당기순이익은 32억 원(매출 501억 원)이다.

조철목 한국카모지회 위원장은 "매년 수십 억 원의 흑자를 내고 있지만 단 한 번도 노동자들에게 성과 보수를 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사측은 지금까지 2%에서 최고 4.43% 이상 임금을 올려 본 역사가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임금인상 폭은 3.5%였다.

연장 근무하게 해 달라

연장근무를 하게 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는  정용준 씨(57)
 연장근무를 하게 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는 정용준 씨(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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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근무를 하게 해달라고 호소하는 노동자들도 있다. 정용준(57)씨도 그중 한 사람이다. 그는 입사 19년째 숙련노동자다. 그는 지난 2013년 1월 야간작업 중 고장이 난 기계를 수리하다 허리를 다쳐 43일 동안 치료를 받았다. 처음에는 연차휴가를 써서 치료했다. 연차휴가마저 소진되자 산재처리 후 치료에 매진했다. 치료가 끝나 회사에 복귀했다.

하지만 그에게 주어진 근무시간은 주간에 한해 8시간이 전부였다. 잔업에 특근까지 시켜달라고 사정했다. 사측에서는 "또 다칠 수 있다"면서 "건강을 생각해 주간 기본근무 시간 외에는 일을 줄 수 없다"고 답했다. 완치됐다는 병원진단서와 다쳐도 회사에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겠다고 했지만 소용없었다.

정씨는 "민주노총 소속인 데다 산재 처리한 것을 괘씸하게 생각해 불이익을 주는 것"이라고 단정했다. 이어 "동료 노동자들이 내 사례를 지켜본 후 산재를 당해도 공상처리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씨는 "세 자녀와 어머니 등 여섯 식구를 보살펴야 하는데 기본급만 갖고 어떻게 생활하느냐"며 "3년째 쇼핑 한 번 가지 못하고...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가 끝나자마자 다시 머리띠를 둘러매고 '투쟁'을 외쳤다.

정씨 외에 민주노총에 가입한 홍아무개씨도 산재처리 후 정씨처럼 잔업과 특근에서 배제당했다. 조 위원장은 "사측이 시간 외 근무 시간을 통해 민주노조를 무력화시키려 하고 있다"며 "노동자 간 갈등을 조장하는 차별근무를 철폐해야 한다"고 말했다.

2008년 다국적기업에 매각... "집진기 손 한 번 안 봤다"

한국 카모 금산공장 모습. 노조 측이 촬영했다. 노조 측은 "작업 때 유독가스에 노출된 채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며 "집진 시설이 설치돼 있지만 작동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 카모 금산공장 모습. 노조 측이 촬영했다. 노조 측은 "작업 때 유독가스에 노출된 채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며 "집진 시설이 설치돼 있지만 작동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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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음 천국인가 난청 환자 웬 말인가?"
"유해가스-분진, 집진시설 설치하라"

노조 측이 회사 정문 앞에 새긴 글귀 중 일부다. 한국카모는 고무제품을 생산한다. 유해물질이 나올 수밖에 없다. 가류기에서는 기체가 새어 나온다. 하지만 지난 2008년 설치된 집진기는 단 한 번도 손을 보지 않았다.

노동자들은 "집진기 용량이 적은 데다 제대로 가동도 되지 않아 효능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냄새도 심하다. 한 노동자는 "수십 년을 일해 적응할 만한 데도 속이 메스껍다"고 말했다.

톨루엔, 솔벤트 등 각종 화학약품도 취급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월요일마다 15분씩 안전교육을 받지만 화약 약품 취급과 관련해서는 교육을 받은 일이 없다"고 말했다. 여러 노동자가 가슴 답답함, 손 저림과 떨림을 호소하고 있다.

최근에는 노조 측이 사측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위험예방을 위한 안전조치 미이행)로 고용노동부 대전지방노동지청에 고소했다. 이들은 고소장에서 "작업 때 유독가스에 노출된 채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며 "집진 시설이 설치돼 있지만 작동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사측에 수차례 개선을 요구했지만, 번번이 무시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마이뉴스>는 회사 측 반론을 듣기 위해 수 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거나 관계자가 부재중이라는 답변이 반복됐다. 사측은 지난 달 <오마이뉴스> 관련 취재 때 "노동조합과 주장이 상반되는 측면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런 대립각보다는 대화를 통해서 상황을 조속한 시일 내에 해결하는 것이 더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고 답한 바 있다.

이 회사는 1951년 대륙고무벨트공업사로 개업, 1983년 '대륙화학공업'(주)로 운영해오다 지난 2008년 2월 캐나다에 법인인 카모플라스트에 지분과 경영권을 인수했다. 카모플라스트는 한국은 물론 미국, 유럽, 아시아 등 해외 곳곳에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다국적 기업이다.

○ 편집ㅣ최은경 기자



태그:#한국카모지회, #한국카모플라스트, #파업, #환경개선, #임금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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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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