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위아영>의 한 장면.

영화 <위아영>의 한 장면. ⓒ 드림웨스트 픽쳐스


'요새 젊은 것들' 이란 말을 내뱉는 모든 어른은 '꼰대'의 자질이 있다. 고대 그리스 때에도 나왔다던 이 발언은 이미 자신들이 기성세대가 됐음을 인정하는 슬픈 고백이기도 하다.

마침 14일 개봉한 영화 <위아영>은 서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두 세대의 이야기다. 희망적인 건 이야기의 한 축인 중년 부부 조쉬(벤 스틸러 분)와 코넬리아(나오미 왓츠 분)는 신세대에 대해 누구보다도 열린 자세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오랜 시간 이렇다 할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던 조쉬는 강의 중 우연히 만난 제이미(아담 드라이버 분)와 다비(아만다 사이프리드 분) 커플에게 자극을 받고 그들의 문화를 전격 수용하기에 이른다.

사실 그런 척 했을 뿐이다. 코넬리아를 적극 꼬드겨 이 '힙스터 커플'의 재기발랄함을 찬양하던 조쉬지만 마음 한 구석에선 여전히 자신은 성숙한 어른이며, 젊은 친구들은 여전히 자신의 가르침을 받아야 할 다큐 영화감독 지망생 정도로 여긴다.

연출을 맡은 노아 바움백 감독은 그 심리를 유쾌하게 비틀어 이용한다. 속마음을 숨기듯 3인칭 화법을 구사하던 제이미 커플이 사실은 자신들의 작품을 위해 계획적으로 조쉬 부부에게 접근한 것이다. 이 지점에서 관계의 역전이 생긴다. 감독은 조쉬 캐릭터로 하여금 직접 그 사실 관계를 검증하도록 했다. 그래서 결과는? 누구나 예측할 수 있듯 개망신이다. 사회적 지위와 권위가 높을수록 망신의 강도 역시 높아지는 법. 유명 다큐멘터리 감독이 아직 데뷔하지도 못한 지망생의 도덕적 태도를 나무랄수록 그의 체신은 추락을 거듭한다.

물론 <위아영>의 주제가 이런 노땅의 쓸데없는 권위 비판은 아니다. 주요 사건인 것은 맞지만 영화는 청춘들의 꿈과 불안한 현실, 여기에 사랑의 의미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즉, 아이를 원했지만 매번 임신에 실패해 좌절하던 조쉬 부부의 일상을 전하며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서로에 대한 사랑을 키워온 이 커플의 위대함을 담담하게 그렸다.

한참 어린 친구들에게 조롱당한 조쉬는 처음엔 격렬하게 분노한다. 다만 여기서 끝나지 않고 누구보다도 격렬한 지지자인 아내 코넬리아의 소중함을 깨닫는 지경으로 나아간다. 청춘의 본질 중 하나는 호기심이다. 제이미 커플의 당돌한 행동이 크게 악하지 않게 다가온 건 그 동기가 순수한 호기심에서 비롯됐기 때문. 영화는 노련하게 그 지점을 간과하지 않았다. 덕분에 신-구 두 세대가 서로를 위한 완벽한 거울이 될 수 있었다. 

재기발랄한 청춘과 인생을 충실히 살아왔다던 어른들도 모두 성장이 필요한 법이다. 그 자체로 완벽한 사람은 없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영화 <위아영>은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유쾌한 성장기로 남을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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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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