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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다가올 대학 축제에 어느 주점이 순하리 처음처럼(이하 순하리)를 많이 확보하느냐가 그 주점의 흥과 망을 결정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어요."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동규(남, 22)씨는 요즘 대학 학생회 친구들에게 순하리를 많이 사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이씨는 "편의점 알바를 하고 있어서 친구들에게 구해줬더니 다들 달콤하니 맛있다고 하더라"라며 "특히 순하리를 마셔본 여자친구들 사이에선 '축제 때 이거 팔면 대박이겠다'라는 말이 나왔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씨는 "미리 쟁여 놓고 싶어도 허니버터칩 대란 때처럼 (업체측에서) 발주를 받지 않기도 하고 물량이 들어오지도 않는다"라며 "학생회 애들은 요즘 순하리 구하려고 마트 여기저기 다니는 걸로 알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처음처럼 순하리'가 주류계의 허니버터칩으로 주목 받고 있다. 지난 3월 20일 출시한 '순하리 처음처럼'이 나온 지 40여 일 만에 150만 병의 판매량을 기록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기자와 한 통화에서 "소비자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과실주를 즐길 수 있도록 출시한 제품"이라며 "낮은 도수의 술을 선호하는 젊은 층과 여성고객을 대상으로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순하리 처음처럼'의 도수는 기존의 '처음처럼'보다 3.5도 낮은 14도이다. 여기에 유자청 0.033%와 유자향이 가미돼 유자 맛이 난다. 출고가는 962.5원으로 매장에서는 1300원에서 1500원에 판매한다. 순하리 소주는 SNS와 입소문을 타면서 품귀현상을 빚고 지금은 '돈 있어도 못사는 소주'가 됐다.

음식점 주인, 알바생, 소비자도 애타

순하리는 부산, 경남지역의 음식점과 전국의 대형마트, 편의점에서 살 수 있다. 서울의 음식점에서는 순하리를 팔 수 없다. 애초 순하리가 낮은 도수의 술이 인기 있는 부산, 경남 지역을 공략해서 만든 것이기 때문에 생산된 물량을 테스트지역에 우선 판매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서울 무교동에서 ㄴ음식점을 운영하는 백아무개(54·남)씨는 "순하리를 찾는 손님들이 부쩍 많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술 주문하는 테이블 중 반은 순하리 있느냐고 묻는다"며 "(서울에는) 순하리 매장용이 안 들어오는데 사람들이 계속 찾아서 주류업체에 빨리 음식점에서도 팔 수 있게 해달라고 말했다"라고 설명했다.

같은 곳에 일하는 직원 이아무개(여, 42)씨도 "오늘은 아예 순하리를 사 와서 먹는 손님을 10팀 넘게 봤다"며 "한 병 들고 와서 5~6명이서 나눠 마시더라"라고 설명했다.

요즘 대학생 술자리에서 귀한 대접 받는 순하리 처음처럼
 요즘 대학생 술자리에서 귀한 대접 받는 순하리 처음처럼
ⓒ 송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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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아르바이트생도 '순하리'를 찾는 손님들 때문에 애타기는 마찬가지다. 수원시 권선구 구운동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는 성동석(남, 21)씨는 "지난주에는 한 시간에 5명이 찾았는데 이번주는 6명 정도 찾더라"라며 "찾는 손님들이 다 여자거나 여자친구랑 온 커플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서울 중구 명동에 위치한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김아무개(여, 24)씨도 "오늘(8일)만 순하리 찾는 사람이 10명은 넘게 왔다"며 "지난주에 발주를 넣었는데 아직도 물품이 안 들어왔다, 그런데도 물건 들어오면 연락 달라고 전화번호 남기고 간 사람도 3명이나 된다"고 설명했다.

롯데관계자는 "물량 확대 방안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언제쯤 서울지역 유흥가에서 판매할 수 있을지 정해진 바는 없다"며 "물량 확대 방안을 논의중이니, 편의점과 마트에선 5월말이나 6월 초쯤 쉽게 구매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엇갈리는 맛에 대한 평가... "유자차라고 보면 된다"

순하리 맛에 대한 평가는 갈린다. 이성현(남, 24, 대학생)씨는 "칵테일소주라는 말이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향이나 맛에서 유자향이 난다"며 "유자차라고 보면 된다"라고 평했다. 그는 "인터넷에서 숙취가 심하다는 평가를 봤는데 소주와 비슷한 정도다"라며 "맛있으니깐 빨리 마시게 되는데, 빨리 많이 마시게 돼 그런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아무개(여, 22, 대학생)씨는 "소주계의 혁명이다"라며 "이거 살려고 충북 증평동에 있는 편의점 20개는 들락날락 했는데 (구해서) 보람차다"라고 설명했다. 또 "숙취는 사람마다 다른 것 같은데 (나의 경우) 일반소주보다 숙취가 더 심했다"라며 "그래도 알코올 맛을 덮는 유자맛 때문에 또 먹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김민형(남, 29, 직장인)씨도 "소주맛도 강하고 단맛도 강하다"며 "같이 먹은 여자애들은 유자향이 강해서 맛있는 소주일 것 같다며 마셨는데 소주맛은 여전해서 별로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또 "이거 구하기 위해 여동생이 마트 3곳에 전화해서 재고 있는지 물어보고 시간 맞춰 가서 사 왔다"라며 "애주가인 친구들은 차라리 매실주나 매화수를 마시겠다고 평가했다"고 덧붙였다. 

진짜 품귀현상일까 마케팅 수단일까

명동의 한 편의점 소주코너에 '순하리 처음처럼' 칸만 비어 있다.
 명동의 한 편의점 소주코너에 '순하리 처음처럼' 칸만 비어 있다.
ⓒ 송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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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버터칩 열풍 때처럼 '순하리 품귀현상'에는 SNS가 큰 역할을 했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독특한 유자 맛 소주를 먹어본 소비자가 블로그나 SNS에 올리면서 인기를 끈 거 같다"며 "부산에 여행을 왔다 맛 본 사람들의 입소문도 한몫했다는 추측도 있다"고 덧붙였다.

포털 검색창에 '순하리'를 입력하면 연관 검색어로 '순하리 파는 곳', '순하리 레시피' 등이 뜬다. 인스타그램에 해시태그로 순하리를 치면 9만 개의 연관 사진이 뜬다. 또 이미 순하리를 마셔본 소비자들이 레시피를 올리기도 한다.

인터넷 주부 카페 회원인 한 누리꾼은 '유자청 아빠숟가락으로 3스푼, 얼음, 소주 한 병, 탄산수 반병을 섞어 믹서기로 갈면 맛이 똑같다'며 '토닉워터랑 유자청 국물 조금과 소주랑 섞어먹어도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일부 누리꾼은 품귀현상도 롯데주류의 마케팅인 것 같다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ksj45***씨는 '순하리도 허니버터칩 열풍 보고 따라 하는 홍보 마케팅인 거 같다'며 '자꾸 보니깐 언플(여론몰이)같다'고 말했다. @redre****도 '이제 품귀현상도 마케팅인가, 마트 가면 널려있는 걸 언론들은 엄청 나게 띄워주네'라고 꼬집었다.

○ 편집ㅣ최유진 기자



태그:#순하리 처음처럼, #허니버터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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