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개의 바람이 되어'로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임형주, 그를 통해서 접한 팝페라라는 장르에서 활동하는 뮤지션 가운데 재미교포 출신 스텔라 케이리(stella K Lee)가 있습니다. 그녀의 노래를 들은 많은 분들이 위로와 위안을 얻는다는 입소문에 그녀가 궁금했습니다. 2년 전, 영주권을 포기하고 완전한 한국인으로 국내외를 오가면서 영혼을 담아 노래를 부르는 스텔라 케이리(이하 스텔라로 표기)를 지난 8일 혜화동에서 만났습니다. 화려해 보이는 외모와 달리 인터뷰 내내 솔직하고 꾸밈없이 활달한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참고로 스텔라는 이태리어로 여자별을 의미합니다.

- 음악을 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저는 (국내에서) 피아노를 세 살에 시작했어요. 미국에서는 예술 고등학교에서 피아노와 성악에 동시 같이 합격했는데 성악, 메조소프라노를 선택했어요. 어머니가 피아니스트였는데 저는 악기를 다루는 것보다 노래하는 걸 더 좋아했던 것 같아요. 물론 피아노는 지금도 좋아하고 계속 연주합니다."
서서 포즈를 취하는 스텔라 한일 연극 교류 코디네이터이신 마정희님 
자택에서

▲ 서서 포즈를 취하는 스텔라 한일 연극 교류 코디네이터이신 마정희님 자택에서 ⓒ 이형석


- 팝페라와 메조소프라노는 영역이 완전히 다른 거로 알고 있는데 방향 전환을 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한국은 제가 태어난 곳으로서 10여 년 전에 잠깐 여행을 왔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하다 보니 오페라를 하게 됐습니다. 그냥 아는 선생님 인사를 드리러 갔다가 오디션을 보고 그렇게 됐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의 오페라는 제가 생각하는 것과 너무 달랐습니다. 우선 한국에서는 홀을 빼고는 울리는 공간이 없어 거의 마이크를 사용하는데 오페라를 성악식으로 해서는 (여건상) 마이크랑 안 어울립니다. 공연료 문제도 그렇고요. (웃음) 제가 문제아여서 그런지 이런저런 것들이 저랑 안 맞았습니다. 그래서 주변에서 뮤지컬을 해보는 게 어떠냐고 권유를 하셨는데 제 영역이 아닌 것 같았어요. 그때 사실 저한테 주요 작품의 주요한 역 제안이 왔는데 거절했거든요."

- 추구하는 팝페라는 어떤 건가요?
"부드러움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호소력이라고나 할까요? 좀 더 거창하게 말하면 유행을 따라가지 않고 자기만의 스타일을 인정받고 싶습니다. 외국의 유명 가수들을 흉내 내는 것으로 비치는 건 싫습니다. 굳이 롤 모델이라고 하면 사라 브라이트만의 스타일을 좋아하는데 노래로서가 아니라 그녀의 무대, 즉 퍼포먼스가 초점입니다. 문제는 그런 걸 하려면 돈이 많이 들어간다는 거죠. (웃음) 제작자들이 싫어하는 스타일입니다. 뮤지컬이나 연극처럼 스토리가 있는 걸 좋아합니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

별과 별 사이의 유토피아, 스텔라의 무대

- 음악을 통해서 꼭 이루고 싶은 게 있으신가요?
"이런 표현이 음악의 가능성과 가치를 제한하는 것이 아닌가 싶어 염려되기는 하지만 굳이 표현한다면 음악치료사가 되고 싶어요. 한 마디로 상처받은 사람들을 위로하고 싶어요. 억울함과 한 때문에 기타 등등. 울고 싶은데 울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제 노래가 그분들의 마음을 잠시나마 어루만질 수 있다면 그래서 답답한 삶의 고통에서 잠시라도 벗어날 수 있다면 하는 게 제 음악적 소명이라 생각합니다."

- 그렇게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을 것 같아요.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어머니가 모두 음악을 한 환경적인 영향 때문인지는 몰라도 저는 음악의 힘을 어려서부터 강하게 체험하고 자랐습니다. 아시다시피 우리나라는 자살률이 세계에서 제일 높지 않습니까? 전 세계 중 유일한 분단국이라는 특이한 상황도 그렇고, 여기저기 사연은 다르지만 우리 주변에는 괴로워하는 분들이 참 많은데 그분들한테 위로가 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세상이 조금 더 환해지지 않을까 해요.

음악으로 잠시 하나가 될 수 있는 그 순간 누군가는 인생이 달라질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그걸 교감과 소통이라고 믿어요. 별과 별 사이의 유토피아는 쉽게 갈 수는 없는 세계지만 전혀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믿습니다. 적어도 꿈꿀 수 있다면 그 순간 우리는 이미 그곳에 있다고 믿어요. 그 생각을 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고 힘이 솟아납니다."

다양한 무대로 관객들 선택의 몫을 다양화하고 싶어

- 음악 이외에 하고 싶으신 게 있으신가요?
"굳이 꼽는다면 음악과 함께 프로듀서, 연출을 해보고 싶어요. 꼭 노래에만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살려서 음악문화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싶습니다. 실제로 팝페라가 갖는 대중성으로 현재 다양한 콜라보레이션을 기획중입니다. 마음 같아서는 어서 관객들과 만나고 싶어요. 아시다시피 싸이의 미국 진출 성공 이후 많은 나라와 외국인들이 우리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기호를 생각해서라도 좀 더 자유롭고 색다른 맛을 관객들한테 전해주고 싶어요. 제가 잘할 수 있는 것 중의 하나입니다. 그게 국가 경제에도 이바지하는 길이라 생각해요. 그러니까 외화벌이죠.(웃음)"

- 한류의 목록에 팝페라도 들어가야 할 시점인데 우리나라 팝페라 가수들의 외국 진출 가능성은 어떻게 보세요?
"우리나라 분들이 노래를 참 잘하시는데 거기에 마케팅이 뒷받침되면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합니다. 임형주씨가 대표적인 경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외국어 구사 능력도 중요해요. 싸이의 경우를 보더라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재미교포로서 영주권을 포기하신 거로 알고 있는데 이유가 무엇인가요?
"제가 우리나라에 온 것은 음악을 통한 사명감 때문입니다. 앞에서 잠깐 말씀드렸다시피 전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인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많은 분의 아픔을 위로하고 싶어요. 저는 우리나라의 역사에 대해서는 깊이 모르지만 머지않아 정말 벼락처럼 통일될 거라는 느낌이 들어요. 그럼 저희가 해야 할 일이 더 많아지겠죠?

가족과 10년을 떨어져 있는 제 경우만 하더라도 쉽지가 않은데 생사도 모르면서 70년이 넘는 세월을 견뎠다는 것이, 서로가 얼마나 큰 아픔을 간직한 것인가는 알 수가 있어요. 개인의 아픔을 넘어서는 사회와 그리고 국가의 아픔을 순차적으로 어루만지고 치유한다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평화란 뜻의 영어인 PEACE는 단순히 말뜻으로서가 아니라 제게는 People, Energy, Art, Culture, Eco의 첫 글자를 딴 조어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많은 뜻을 내포한 것이죠. 전 이 다섯 단어에 바로 우리나라의 비대칭 현실, 그러니까 분단 상황을 정말로 슬기롭고 멋지게 극복하고 그 힘으로 세계를 선도해 나갈 거라는 큰 의미를 담고 싶습니다."
포즈를 취하는 스텔라 한일 연극 교류 코디네이터이신 마정희님
자택 앞에서 인터뷰를 마친 후

▲ 포즈를 취하는 스텔라 한일 연극 교류 코디네이터이신 마정희님 자택 앞에서 인터뷰를 마친 후 ⓒ 이형석


- 노래를 하시면서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과 긍지를 어느 때 느끼셨습니까? 한류의 관점에서 접근하면 문화대사에 해당하는데요.
"영주권을 포기하기 전까지는 전 외국인도 한국인도 아니었습니다. 주민등록상 저는 한국에서 외국인이었습니다. 그래서 생활하는 데 많은 불편을 느껴서 미국으로 돌아갈까도 생각했습니다. 어느 날은 스트레스와 공황장애 비슷한 것 때문에 쓰러진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의식은 철저하게 한국인이었습니다. 그건 부모님의 영향이 큽니다.

외국에서 공연할 때 외국어 구사에 어려움이 없으므로 현지 관객들과 소통하는 데 있어서 유리한 것이 한국을 알리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느낀 적이 많습니다. 그런 점이 아마도 저에게 뿌듯했던 것 같아요. 국적뿐만 아니라 의식까지 철저하게 한국인인 상태에서 민간외교 사절단이라는 소명감을 갖고 노래를 한다는 것이 자랑스러웠습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비무장지대에서 콘서트도 하고 싶습니다. 한반도의 평화가 곧 세계의 평화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 거죠!"

- 끝으로 팬들한테 한 말씀 부탁합니다.
"저는 아이돌이 아니라 외모적으로 어필할 수는 없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위로가 필요한 분들한테 제 음악이 다가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나이를 떠나서 다양한 세대를 아우르는 공감의 무대를 만들어서 접근하고 싶습니다. 클래식의 장점을 살린 음악적 재능으로 팝페라 가수 스텔라로서 기억되면 큰 영광이라 생각합니다. 그럼 정말 행복할 것 같아요."


덧붙이는 글 후아이엠에도 실을 예정입니다
스텔라 팝페라 인터스텔라 평화 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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