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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학생이 어르신을 모시고 반환점을 돌아오는 경기. 모시고 와야해서 늦게 들어오는 팀이 이기는 특이한 방식이었다
 어린학생이 어르신을 모시고 반환점을 돌아오는 경기. 모시고 와야해서 늦게 들어오는 팀이 이기는 특이한 방식이었다
ⓒ 임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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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 부모님께 안부 전화를 하고, 통장으로 용돈을 넣거나, 선물을 보내거나, 카네이션을 달아 드리거나 하는 것은 가족의 일이다. 1인 가구가 늘고 독거 노인 비율이 높아지는 현실에서 어버이날을 기억하고 뜻 깊게 보내는 것은 많은 이에게 남의 나라 이야기다.

방법은 있다. 단체나 관청에서 밥 한 끼 대접하는 것이다. 한 장소에 노인들을 모셔놓고 밥 한 끼 대접 해 드리는 일은 자식을 자주 보지 못하거나 없다시피 한 어르신들에게는 힘이 되는 일일 것이다.

조금 더 나아가보자. 동네마다 동사무소나 면사무소가 있듯, 학교가 있다. 노령화 시대에 어른과 마을의 아이들이 함께하는 자리. 그림이 좋다. 그림만 좋나? 누가 어떻게 참여하느냐에 따라 마을의 공동체성을 높일 수 있다. 마을과 학교가 손을 맞잡고 어울 한마당을 벌이는 것. 생각만 해도 두근거린다.

학교는 마을에 오랫동안 뿌리내리고 있는 소통의 중심이었다. 특히 농촌 사회에서는 이미 그 지역의 어르신들이 그 학교 출신이거나, 자식이 그 학교를 다니고 손자도 같은 학교를 다니게 되는 사례까지 있을 수 있다. 학교 행사를 학부모뿐 아니라 선후배가 함께하는 마을 잔치로 삼는 일. 잘 하면 삼대가 함께하는 큰잔치가 된다.

학교와 마을, 이렇게라도 가까워져야

어린학생들의 공연을 마을주민들이 흥겹게 바라보고 있다
 어린학생들의 공연을 마을주민들이 흥겹게 바라보고 있다
ⓒ 임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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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마을과 멀어지고 있다. 아니 이미 멀어졌다. 입시를 위한 기구로 추락한 학교는 더 이상 마을과 손잡지 못한다. 과거 온 마을이 함께 잔치를 벌였던 운동회는 생략되거나 조촐하게 학부모와 학생만이 함께하는 작은 행사에 지나지 않는다.

여기, 산골 마을과 그 학교 동창이 함께하는 학교 운동회가 있다. 어버이날을 맞아 아이들이 어른과 함께 즐기는 한마당이었다. 행정 구역상 읍에 속해있지만, 첩첩산중 골짜기에 위치한 학교는 오늘날 한국 농촌이 겪는 위기를 그대로 반영해왔다.

전북 진안군의 오천초등학교는 2011년 학생 수 18명 3학급으로 폐교 위기에 있던 학교였다. 이를 학부모와 학교가 함께한 노력으로 2013년 45명 6학급까지 늘었다.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가 오늘의 행사다. 1950년 개교해 60여 년을 이어온 것은 마을의 역사와 함께한다. 학교 출신 동문들이 학교의 부흥에 힘을 모아왔다. 현재 32명의 학생과 유치원 9명이 함께 하고 있다.

아이들의 서투른 공연은 학부모의 마음을 뿌듯하게 만든다. 그리고 주민들의 자부심도 함께 높인다
 아이들의 서투른 공연은 학부모의 마음을 뿌듯하게 만든다. 그리고 주민들의 자부심도 함께 높인다
ⓒ 임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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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주민이 함께 어우러진 경기모습. 즐거움과 긴장이 섞였다
 아이와 주민이 함께 어우러진 경기모습. 즐거움과 긴장이 섞였다
ⓒ 임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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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회의 형식과 내용은 여타 학교와(만약 하고 있다면)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조금 들여다보면 마을과 학교가 같이하는 것이 마을의 미래에 큰 힘이 될 것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학교 발전 기금을 내는 머리 희끗한 오래된 동네 주민이자 선배와 귀농귀촌해 자식을 그 학교에 보내는 막 새내기가 된 주민이 함께 어울려 밥을 짓고 술을 나르고 하는 모습이 그것이다.

한창 녹음이 푸르른 산과 개울 옆으로 자리 잡은 나지막한 학교건물과 아담한 운동장 위에서자연스럽게 어울리고 아이들과 함께하는 운동경기로 같이 손잡고 즐기는 풍경. 학교가 살아난다면 농촌 마을도 살아난다. 오늘 오천초등학교에서의 경험이 믿음을 준다.


태그:#진안 오천초등학교, #진안 오천초 어울한마당, #시골학교 운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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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데로 생각하지 않고, 생각하는데로 살기 위해 산골마을에 정착중입니다.이제 슬슬 삶의 즐거움을 느끼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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