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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8일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회의 듣기 최고위원들 사이에서 벌어진 막말 섞인 비방전. 8일 새정치연합의 최고위원회의를 놓고 '봉숭아학당', '새정치연합 표 막장드라마'라는 말이 나온다
ⓒ 오마이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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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승용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밖으로 향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잠깐 쳐다본 후 고개를 돌렸다. 문재인 대표가 일어서는 주 최고위원의 손을 잡았지만 그는 단숨에 뿌리치고 회의장 밖으로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 문 대표가 주 최고위원의 뒤를 따라 밖으로 나갔다. 이후 문 대표는 혼자 회의장으로 돌아왔다. 주 최고위원이 앉아 있던 문 대표의 오른쪽 자리는 회의가 끝날 때까지 비어 있었다.

무거운 분위기 속에 회의가 이어졌고, 유승희 최고위원의 발언 차례가 됐다. 그는 어버이날임을 언급하며 "전날 경로당 어르신들을 찾아 인절미에 김칫국을 먹으면서 노래 한 자락 불러 드리고 왔다"라고 말했다. 뒤이어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라고 노래를 시작했다. 수석최고위원이 퇴장하는 심각한 분위기 속에서 노래가 흘러나오자 회의장 곳곳에서 한숨이 터졌다. 십여 대의 방송카메라가 그 장면을 그대로 담았다.

최고위원들 사이에서 벌어진 막말 섞인 비방전. 여기에 무기력한 당대표와 이런 상황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또 다른 최고위원까지. 8일 새정치연합의 최고위원회의를 놓고 '봉숭아학당', '새정치연합 표 막장드라마'라는 말이 나온다. 제1야당 지도부의 공개회의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장면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날의 상황은 단순히 우발적으로 발생한 일이 아니다. 현재 새정치연합 상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다.

새정치연합 계파갈등, 다시 표면 위로

새정치민주연합 정청래 최고위원의 '공갈' 비난 발언에 최고위원직 사퇴를 밝힌 주승용 최고위원(왼쪽)이 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문재인 대표의 만류를 뿌리치고 퇴장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정청래 최고위원의 '공갈' 비난 발언에 최고위원직 사퇴를 밝힌 주승용 최고위원(왼쪽)이 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문재인 대표의 만류를 뿌리치고 퇴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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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연합의 현 상태를 진단하기 위해 사건의 발단이 된 주승용-정청래 최고위원의 설전부터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앞서 주 최고위원은 지난 4·29재보궐 선거 패배 이후 비공식적으로 최고위원직 사퇴 의사를 밝혔지만 이후 의원들의 만류로 사퇴의사를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후 자신의 SNS에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라며 사퇴 가능성을 남겨놨고, "친노 패권주의를 청산해야 한다"라며 문 대표를 압박했다.

이날 발언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 그는 "중요한 것은 어떻게 당내 패권주의를 없애는가의 문제였다"라며 "패권주의의 또 다른 이름이 바로 비공개, 불공정, 불공평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거에 패배하고 나서 그대로 있는 것도 하나의 불공평이라고 생각했다"라며 "패쇄적인 의사결정 구조 바꾸기 위해 빗장 과감히 열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문 대표가 공개되지 않은 '친노그룹'에서 의사결정을 한다는 지적이다.

주 최고위원의 이날 발언은 패권주의 문제를 거론하면서 당내 계파논쟁에 다시 불을 붙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그가 최고위원이 되고 지속적으로 해왔던 방식이다. 그는 최다득표를 한 최고위원으로 문 대표를 견제하면서 비노와 호남을 중심으로 지지기반을 구축하려는 모습을 보여 왔다. 그것에 가장 유효한 방법이 곧 '문재인 때리기'였고, 선거 패배 이후 지도부 사퇴를 거론하며 더욱 날을 세워왔다.

문제는 정청래 최고위원의 대응이었다. 앞서 그는 자신의 SNS에 공개적으로 주 최고위원의 발언을 반박해왔다. 주 최고위원이 광주에서 패배한 것에 "친노 패권주의 때문에 패배했다"라고 지적한 것을 "이겼으면 친노패권의 승리인가? 비과학적 감정이입이다"이라고 반박했다. 정 최고위원은 이날 "공개, 공정, 공평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런데 사퇴하지 않으면서 사퇴할 것처럼 공갈치는 게 더 문제"라고 말했다.

주 최고위원이 말한 '공개, 공정, 공평'을 '공갈'이라는 말로 비꼰 의도가 다분했다. 이에 격분한 주 최고위원은 "내가 아무리 무식, 무능하다고 해도 당원들의 대표인 최고위원에게 할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라며 분노했다. 결국 정 최고위원의 자극은 주 최고위원이 공식적으로 사퇴를 선언하는 계기가 되고 말았다. 그는 "(공갈쳤다는) 말을 들었으니 공개석상에서 하겠다"라며 "나는 사퇴한다. 모든 지도부들 사퇴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단순히 보면 두 사람의 감정싸움처럼 보이지만, 문 대표의 취임 이후 이면에 감춰져 있던 새정치연합의 계파갈등이 분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새정치연합의 계파갈등은 이제 친노-비노, 주류-비주류의 구분을 넘어 호남-비호남의 갈등으로도 번지고 있는 모습이다. 거기에 유승희 최고위원이 때아닌 노래를 부른 것처럼 이런 계파갈등 해결에는 관심 없고 자신이 할 것만 챙기는 모습이 더해졌다고 할 수 있다.

문재인 "정청래가 적절히 사과해야" 수습 나섰지만...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공무원연금개혁특위 대책회의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공무원연금개혁특위 대책회의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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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문제는 이러한 자중지란을 해소할 만한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선거 패배로 인해 문 대표의 권위와 리더십이 상처를 입으면서 당내에서 지도부와는 다른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4·29재보궐 당시 동교동계의 선거지원 거부, 최근 공무원연금법 개정안과 국민연금 개혁과 관련한 여야 합의에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선 것이나, 원내대표 경선에서 비노-비주류 계열의 이종걸 의원이 당선 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문 대표가 "두 분(주승용, 정청래)이 각각 화합과 단합을 말한 건데, 그 방향이 좀 달랐던 거 같다"라며 수습에 나섰지만 분위기는 여전히 싸늘하다. 문 대표는 이날 어버이날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생각이 달랐다고 해서 공개석상에서 정 최고위원이 그렇게 말한 것은 조금 과했다고 생각한다"라며 "주 최고위원의 사퇴 언급은 거기에 대한 반응이기 때문에 정 최고위원이 적절히 사과 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주 최고위원이 문 대표를 비판하는 것도 자유고, 내가 옳지 못한 주 최고위원을 비판하는 것도 내 자유라고 생각한다"라며 "(주 최고위원에게 사과할 의향이) 없다"라고 말했다. 주 최고위원 역시 오전 회의 이후에 전화기를 꺼놓고 연락이 닿지 않는 상황이다. 문 대표가 두 사람을 만나기로 했지만 그 역시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새정치연합 한 핵심당직자는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문 대표가 두 사람을 만나려고 연락을 취하고 있는데 아직 만나지는 못했다"라며 "이른 시일 내에 만나서 상황을 정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 최고위원이 제기했던 문제를 수습하는 과정이었고, 그 과정을 주 최고위원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오늘 발언을 그렇게 한 건데 정 최고위원이 과도하게 말한 지점이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어찌됐던 이번 사태를 해결 할 수 있는 건 문 대표밖에 없다"라며 "지도부 전체가 다시 화합하게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 편집ㅣ최은경 기자



태그:#문재인, #주승용, #정청래, #유승희, #새정치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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