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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들어 학보가 이렇게 관심받았던 적이 있던가. 5월 4일, 이대학보가 낸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마음만큼 중요한 것>이란 칼럼은 전국적으로 눈길을 끌었다. 페이스북 타임라인은 난리가 났다. 이대학보의 실망스런 기사를 비판하는 이들이 많았다. 이 대목에서 난 참여하지 않았다. 공식입장을 충분히 듣고 반응해도 될 듯했다. 이렇게 하루가 지났다.

실망스런 사과문

이대학보는 공식입장을 내놨다. 사과문이 아닌 입장표명. 주저리 써놨지만 결국 요지는 그것이었다.

"잘못 쓴 표현은 있었지만 원래 의도는 그렇지 않았다."

지금 해당 칼럼은 MSG범벅이 된 음식이다. '이상한 논리'와 '엉망진창의 팩트'를 재료로 버무려진 음식이었다. 음식 맛은 쓰다. 고객들의 항의에 부랴부랴 MSG를 들이부었지만 본래의 맛은 감출 수 없었다. 역시 고객들은 다시 항의하고 있다. 오마이뉴스에 한 기자는 기사를 통해 학생들의 무관심을 비판했다.(당신을 위한 학보사는 없다, 당신이 버렸으니까) 그런데 한가지 의문이 되는 점이 있다. 지금 현 상황을 단순히 학생들의 책임으로 돌릴 수 있는가.

학생들의 무관심이 그들의 문제인가

학생들이 대학언론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건 꽤 오래된 담론이다. 한 기자의 말처럼 최근에 일어난 일이 아니다. 특히 지방대학일수록 그러한 일은 빈번하다. 편집권 투쟁이 문제가 아니다. 학생들이 신문을 보지 않는다는게 문제다. 그나마 서울권역의 학보사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기자도 지난 3년간의 학보사 생활은(2009~2011) 무관심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학보에 무관심하다는 것은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어쩌면 대학언론이 그들의 관심을 제대로 캐치하지 못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 스스로 변화하지 못해 그런 얘기를 못 듣고 있는지 모른다.

교내 언론을 바라보는 눈길이 곱지만 않다. 이런 상태에서 학보를 보라고 강요할 수 있는가?
▲ 영남대학교 대나무숲 교내 언론을 바라보는 눈길이 곱지만 않다. 이런 상태에서 학보를 보라고 강요할 수 있는가?
ⓒ 백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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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언론이 왜 필요해요?

5월 5일자로 올라온 영남대학교 대나무숲 글은 이런 세태를 잘 보여준다. 물론 내부적으로 갈등이 있을 거라 생각된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익명성을 통해 공공연히 말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대학언론에 대한 불신이 크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런 상태에서 학생들에게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하는 것은 소귀에 경읽기다.

학보기자 생활을 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 있다.

"대학언론을 왜 하세요?"

대내외를 다니면서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이지만 들을 때마다 웃어 넘겼다. 사실 대학언론이 필요한 이유는 많다. 하지만 그걸 현재 있는 학생들에게 설명한다는 건 어렵다. 학생들의 알 권리? 그걸 충족시켜주는 활동은 대나무숲을 비롯한 SNS에 밀린 지 오래다. 교내의 정치적 지형? 솔직히 말하자. 그걸 취재하고 알고 있는 기자가 몇이나 될까? 결국엔 대학언론에서 할 수 있는 건 중앙일간지가 다루는 아이템을 답습하는 것 뿐이다. 그런 글을 학생들이 읽을까? 나도 안 읽는다.

뭐든지 해봐야 한다

그래서 지금은 바뀌어야할 시점이다. 사람이 없다고 투덜거리고 관심달라고 떼쓰는 일을 하기에는 사태는 더 심각하다. 예전처럼 글을 읽지 않는다면 SNS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학생들이 읽고 싶어하는 지점을 적절히 찾아야 한다. 대학정치 상황을 취재해 적극적으로 기사로 내야한다. 정말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지만 지금은 그것도 안 되고 있다. 아니 그렇게 만들어 놓아도 시간이 가면 다시 원래의 형태로 돌아온다.

그래서 난 뭐든지 했다. 타블로이드에서 베를리너 판형으로 바꾸었다. 지방대학에 위치한 만큼 우리 지방에 대한 연재기사를 내리 썼다. 대학 정치사항을 썼다. 기존에 파악하지 못했던 학내 정파를 파악하기 위해 정말 열심히 굴렸다.(후배들아 미안) 그렇게 굴리고 나니 학생들이 하나 둘씩 보기 시작했다. 지역 내에서도 우리 학보에 대한 관심을 가졌다. 그렇게 봄이 잠깐 왔다. 총원이 2자리 수를 못넘겼던 우리학보 인원이 처음으로 2자리를 넘겼다. 면접다운 면접을 볼 수 있었다. 정말 하면 됐다.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대학언론이 도태되는 건 당연하다. 그것이 옳든 그르든 거부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들의 관심을 끌 새로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번 이대학보 사태는 그러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걸 대학언론 전체에 알리는 경종이라 봐야 한다.


태그:#이대학보, #학보사, #대학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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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전역한 따끈따끈한 언론고시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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