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Her> 포스터

영화 포스터 ⓒ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우린 함께 성장하고, 함께 앞으로 나아갔죠. 그렇지만 그게 힘든 부분이기도 해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성장하는 것. 서로 겁먹게 하지 않으면서 변화하고, 삶을 공유하는 것."

영화 <Her>의 주인공 테오도르는 옛 연인을 기억하며 이와 같은 이야기를 한다. 그는 남의 연애편지를 훌륭하게 대필하는 작가다. 그는 성장을 같이한 여자친구와 결혼까지 했지만, 결국 헤어짐을 선택했다.

앞서 그의 말처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사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는 사랑의 만족감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도 사랑에 두려워했다.

그는 O.S(사만다)와 사랑에 빠진다. 사만다는 그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다. 그녀는 그의 말동무가 되어주고, 고민을 들어준다. 그녀는 그의 말과 고민을 집중하고 사랑받기 위해 노력한다. 다만 자신이 그의 곁에 살을 마주할 수 없는 존재가 될 수없음에 아파한다. 살을 마주할 수 없어도 그들은 자신들의 관계를 '사랑'이라 불렀다.

사랑은 적당한 거리가 아닌 타자와 마주보기

 주인공 테오도르는 소개팅을 했다. 하지만 그는 더이상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지 못하는 혼란을 원치않았다.

주인공 테오도르는 소개팅을 했다. 하지만 그는 더이상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지 못하는 혼란을 원치않았다. ⓒ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사실 영화 <Her>는 존재-비존재간의 이질성보다, 성장이 무엇임을 말한다. 사랑은 타자와의 관계에서 발생하고, 그렇기 때문에 성장한다. 고로 영화는 사랑의 영화면서도, 성장에 관한 영화이다.

테오도르는 인간과의 관계에 대해 회의를 던진다. 인간인 타자는 그 자체로서 혼란스럽고, 여전히 혼란스러운 자신과의 관계설정에서 정답을 찾아낼 수 없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O.S와의 관계는 쉽다. 사만다는 그의 문제에 대해서만 집중하고, 곁에서 우두커니 서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만다 역시 자신의 존재에 대해 의문을 던지면서 상황은 바뀐다. 그녀는 이런 변화로 인해 테오도르와 다른 '타자성'을 가진다. 테오도르가 한 명과 대화하는 도중에도 사만다는 다른 누군가 대화를 하며, 오직 그의 혼란에 해결책을 제시하던 그녀는 이제 자신의 존재, 그 자체에 대해 몰두하기 시작한다.

이는 다른 종이 가지는 타자성에 기반한다. 사랑 역시 종의 다름을 느낄 만큼 이질성이 큰 타자와 관계를 형성하기에 테오도르와 사만다의 이질감과 다를 것은 없다.

우리는 사랑해야 한다... 그래야 성장한다

 O.S와의 사랑도 타자와의 만남이다. 그는 타자와 마주봄으로서 한단계 성장했다

O.S와의 사랑도 타자와의 만남이다. 그는 타자와 마주봄으로서 한단계 성장했다 ⓒ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본인은 인지하지 못했지만, 테오도르는 이미 과거의 사랑에서 '성장'을 했다. 회사 동료가 그에게 "남자와 여자가 반반씩 있다"라고 말할 정도로 그는 예민한 감수성을 지녔다. 그리고 그의 감수성은 문장이 되고 편지가 되어 많은 이들을 감동시켰다. 그가 가진 이 '능력'은 그가 과거 사랑에게 충실했기에, 그리고 이질적인 타자성을 '거리를 재지 않고' 마주했기에 얻을 수있는 성장이었다.

테오도르와 O.S인 사만다의 관계는 끝났다. 그들은 성장했다. 겁이 나더라도, 주저거렸더라도, 결국에는 이를 두려워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랑이 곧 성장인 이유가 이러하다. 우리는 타자를 보며, 나를 반영하고, 반성하고, 변화한다.

이는 너무나 두렵고 적당한 거리는 도무지 보이지 않는 것들이다. 그럼에도, 그 도전이 결국 파국에 치달아도, 우리는 그(녀)에게 팔을 벌렸기에 또 사랑할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 테오도르 역시 사만다와의 사랑으로 성장하고, 다음에 사랑할 자격을 얻었다.

우리는 마주하고, 겁내하고, 사랑하고, 성장한다. 꼭, 그래야 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진혁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leejin5165.blog.me)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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