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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2013년, <오마이뉴스>는 '마을의 귀환' 특별기획을 통해 대한민국이라는 '위험사회' 속에서 살아가기 위한 대안으로 마을공동체를 제시한 바 있습니다. 마을의 귀환 시즌2는 '1인가구 공동체'에 주목합니다. 독립적인 삶을 살아가는 1인가구와 마을공동체, 언뜻 잘 어울리지 않는 조합인데요. '1인가구'와 '공동체', 나아가 '마을'의 만남은 가능할까요. '탈고립', '탈가족주의', '탈자본주의', '탈도시'... 1인가구를 위한 마을사용설명서, 지금 공개합니다. [편집자말]
 씨앗 문화예술협동조합 조합원과 회원들이 4일 오전 전라북도 완주군 삼례 삼삼오오 게스트하우스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씨앗 문화예술협동조합 조합원과 회원들이 4일 오전 전라북도 완주군 삼례 삼삼오오 게스트하우스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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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오전 찾은 전라북도 완주군 삼례역 인근. 역은 일제시대 쌀을 수탈하기 위해 군산항으로 향하던 기차가 섰던 곳이다. 역 길 건너편 '협동생산 공동판매'라고 적힌 창고가 눈에 띈다. 완주군이 운영하는 삼례문화예술촌이다. 지금 이곳은 갤러리, 공방, 카페로 쓰이고 있다.

수탈의 역사가 담긴 완주 삼례에 문화를 심다

예술촌을 지나면 벽에 고양이가 그려진 1층 건물 다섯 동이 나온다. 이곳은 '삼삼오오 게스트하우스.' 삼삼오오란 삼례역 앞 삼거리에 모여 있는 다섯 개의 공간을 뜻한다. 이 건물들은 일제의 적산가옥으로, 이 중 한 집은 트럭 운전수들이 잠을 자던 여관으로 쓰였다고 한다.

게스트하우스는 지난 2013년 11월 설립된 '씨앗'이라는 문화예술협동조합이 완주군으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다. 조합은 '지역공동체의 문화예술을 창조하는 협동조합(Cooperative, Creating, Community, Culture)'을 모토로 한다. 문화로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 씨앗이 되고자 하는 바람이 이름에 담겨 있다.

조합은 게스트하우스를 기반으로 문화공간 '디아스포라', 청년귀촌포털 '비빌언덕', 토요주말장터 '꽁냥마켓' 등을 운영하고 있다. 조합원은 5명이며 20여 명이 회원 형태로 조합과 연결돼 있다.

게스트하우스 안에 있는 '디아스포라'라는 이름의 문화공간에서 2, 3년 전 귀촌한 설레(32), 다솜(25), 한승(36)을 만났다. 세 사람 모두 1인가구로 생활하고 있으며 설레는 씨앗 조합원, 다솜과 한승은 씨앗 회원이다. 대도시를 떠나 삼례에 살고 있는 이들은 좌충우돌 귀촌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설레] 하나뿐인 삼례 지도에 꿈을 담다

 서울을 떠나 전라북도 완주 삼례에 귀촌한 설레 씨가 삼례 산책길을 소개하기 위해 직접 디자인하고 만든 지도를 자랑하고 있다.
 서울을 떠나 전라북도 완주 삼례에 귀촌한 설레 씨가 삼례 산책길을 소개하기 위해 직접 디자인하고 만든 지도를 자랑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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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레 씨가 씨앗문화예술협동조합 회원으로부터 배운 우쿨렐레 실력을 뽐내고 있다.
이들은 각자 가진 소소한 재능과 능력을 나누며 생활하고 있다.
 설레 씨가 씨앗문화예술협동조합 회원으로부터 배운 우쿨렐레 실력을 뽐내고 있다. 이들은 각자 가진 소소한 재능과 능력을 나누며 생활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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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이 많은 설레. 1시간 가까이 대화를 나누는 동안 웃음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2년 동안의 귀촌 생활에 만족하고 있다는 것을 웃음이 보여주는 듯했다. 귀촌한 이유를 물었더니 거침없이 답했다.

"부모님과 30년 가까이 같이 살다가 독립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서울은 방값이 너무 비싸서 그럴 수가 없잖아요. 여기서는 월세 30만 원으로 21평 아파트를 얻었는데 말이에요. 하던 일도 쉽지 않았어요. 자정에 퇴근하고 집에 와서 코피를 쏟은 적도 있어요. 군포 집에서 종로까지 출퇴근하는 데만 3시간이 걸렸어요."

설레는 2013년 6월, 전북 남원에 일자리를 찾아 갔다가 그만두고 지난해부터 삼례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특히 중고등학교부터 배운 그림 실력을 삼례에서 발휘하고 있다. 지역 어르신들에게 그림을 가르치고, 자서전을 쓰는 강의도 한다. 마을에 벽화를 그리고 삼례 산책길 지도를 만들었다.

올해는 삼선배움과나눔재단의 청년지역활동가인턴십에 선정돼 삼례 지도 제작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열쇠가게, 중국집, 슈퍼마켓 등 가게나 건물마다 스토리를 넣어 하나뿐인 지도를 만들어갈 예정이다. 숨은 보물찾기처럼, 사람들이 모르고 지나치는 공간들을 재조명하고자 한다.

"전에 서울에서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평일에 죽도록 일하고 주말에는 종일 잠만 잤어요. 여기서는 제 스스로 시간을 쪼개서 살아요. 주말과 평일 구분이 없고 원하는 대로 시간을 활용해요. 어느 쪽이 더 좋은지는 판단 못하겠지만, 완전히 새로운 경험이에요."

한 달 수입은 50만 원 남짓. 쓰고 남는 것은 없다.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산다. 설레는 "여기에는 소비를 자극하는 것들이 적다"면서 "눈에 보여야 사고 싶고 쓰고 싶은데, 소비 공간이 편의점뿐"이라고 말했다. 문화생활도 다를 수밖에 없다.

"서울에서의 문화는 돈으로 사는 거잖아요. 여기에는 돈으로 살 수 있는 문화가 적어요. 제가 주인공이 돼야 해요. 직접 나서서 만들어가야 한다는 뜻이죠. 지금은 우쿨렐레를 배우고 있고 그림도 계속 배우고 있어요. 또 요리를 TV로 보는 게 아니라 직접 만들어요."

[다솜] 생태적 삶 지향하며 시골을 누비다

 스스로 자신의 능력을 갈고 닦는 데에 관심이 많은 다솜 씨는 씨앗 토요문화장터에서 참치캔을 재활용해 만든 향초를 판매하는 일을 시작했다.
 스스로 자신의 능력을 갈고 닦는 데에 관심이 많은 다솜 씨는 씨앗 토요문화장터에서 참치캔을 재활용해 만든 향초를 판매하는 일을 시작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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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솜 씨는 완주군으로부터 분양 받은 텃밭을 퍼머컬쳐의 정원식 텃밭으로 만든 뒤 감자, 당근, 고추를 비롯해 각종 쌈야채를 기르고 있다. 다솜 씨가 텃밭에 잡초가 자라지 못하도록 신문지를 깔아주고 있다.
 다솜 씨는 완주군으로부터 분양 받은 텃밭을 퍼머컬쳐의 정원식 텃밭으로 만든 뒤 감자, 당근, 고추를 비롯해 각종 쌈야채를 기르고 있다. 다솜 씨가 텃밭에 잡초가 자라지 못하도록 신문지를 깔아주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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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솜은 대안학교인 금산 간디학교를 졸업했다.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면서도 늘 친환경적인 삶을 꿈꿨고 시골에 터를 잡으려 했다. 대학교 3학년을 마친 지난 2012년, 완주의 '퍼머컬쳐학교'에 등록했다. 그곳에서 평소 관심이 많았던 친환경 농업과 생태적으로 자급자족하는 삶의 기술을 배울 수 있었다. 퍼머컬쳐(Permaculture)는 '영구적인'이라는 뜻의 'Permanent'와 농사의 'Agriculture'를 합친 말로 '영구농업'으로 번역된다.

지난해 2월에는 서울의 대학을 졸업한 뒤 완주에서 일자리를 얻었다. 적정 기술을 보급 교육하는 사회적 기업이었다. 자급자족에 관심이 많아 일을 시작했지만 임금 노동자로서의 삶에 회의를 느꼈다. 쳇바퀴처럼 굴러가는 삶은 자신이 바라던 귀촌과 거리가 멀었다.

올해 1월, 일을 그만두고 본격적인 문화 기획을 준비했다. 다솜의 단짝인 해원(25), 그리고 해원의 남편 바람(33)과 함께 작은 커뮤니티를 만들었다. 각각 이름의 첫 글자를 따서 '다해바'라고 이름을 붙였다. 자유롭게, 무엇이든 하겠다는 의지도 담았다. 지금은 '해바' 커플과 떨어져 살고 있지만 좋은 장소를 얻어 공동주거 실험을 해보는 것도 계획 중이다.

다솜은 군에서 분양하는 10평 크기의 텃밭을 얻었다. 1년에 텃밭 임대료 3만 원이다. 올해 기르는 작물의 종류는 다양하다. 감자, 당근, 고추, 파를 비롯해 각종 쌈야채를 기르고 있다. 여기서 얻은 작물은 서울의 프리마켓인 '마르쉐'에서 '똥부'라는 이름으로 판매한다. 참치캔을 재활용해 향초를 만들어 씨앗 토요문화장터에도 나간다. 다솜은 "지난 장터에서 향초 5만 원 어치를 팔았다"며 웃었다.

다솜은 스스로 자신의 능력을 갈고 닦는 데에 관심이 많다. 다솜은 철학자 이반 일리치의 <누가 나를 쓸모없게 만드는가>를 인용해 설명했다.

"사람에게는 저마다 사용 가치가 있어요. 예를 들어서 텃밭을 가꿔 농산물을 먹을 권리가 있죠. 현대사회에서는 그런 일을 쉽게 할 수가 없어요. 자기가 직접 노동을 하지 않고 돈으로 물건을 사죠. 나를 가치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가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돈을 모으지 못하는 것에 대한 고민은 아직 안 해요.(웃음) 나중을 위해서 지금을 희생해야 한다는 말에 거부감이 들어요. 시골에 살면서 저의 능력치, 사용가치를 높이는 게 제 노후 준비라고 생각해요."

[한승] 동네 백수가 요리로 삼례의 향을 바꾼다

 서울을 떠나 전라북도 완주 삼례에서 귀촌 생활을 만끽하고 있는 한승 씨가 직접 만든 유기농 제주 레몬청을 자랑하고 있다.
 서울을 떠나 전라북도 완주 삼례에서 귀촌 생활을 만끽하고 있는 한승 씨가 직접 만든 유기농 제주 레몬청을 자랑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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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은 30년 동안 서울에 살았지만 막연히 서울을 떠나고 싶었다. 대학에서 전산학을 전공했고 IT 회사에서 3년 동안 일했지만 회사 생활이 맞지 않았다. 카페와 주점에서 일을 하다 귀촌할 기회가 생겼다. 삼례 비비정 마을에서 레스토랑과 카페 매니저로 일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았다.

한승은 매니저가 됐고 1년 5개월 동안 자신의 열정을 쏟았다. 그 시간은 자신이 꿈꾸던 귀촌과는 거리가 멀었다. 삶은 팍팍했고 숨이 막혔다. 지난해 11월, 일을 그만 두고 백수가 됐다. 지금은 진정한 귀촌 생활을 즐기기 위해 지역을 탐색하고 있다.

한승은 씨앗 토요문화장터에서 타코를 만든다. 또 집 근처에서 작은 텃밭을 가꾸며 귀촌 생활을 만끽하고 있다. 자신의 재주와 능력을 매개로 지역의 귀촌자들을 만나 새로운 기획을 준비하고 있다. 파스타 가게를 할지 고민 중이다. 왜냐고 물었더니 "내가 만들어 먹고 싶다"며 농담처럼 웃었다.

"불편한 것도 부족한 것도 많죠. 하지만 서울보다 완주가 더 마음에 들어요. 문을 열면 바로 자연을 바라볼 수 있어요. 바쁜 스케줄에 이리저리 치이지도 않고요. 심심할 것 같아 보여도 안 그래요. 제가 만든 스케줄 대로 움직이다보면 하루가 너무 짧아요."

토리(44) 씨앗 대표 인터뷰


 씨앗 문화예술협동조합 운영을 맡고 있는 토리 씨가 4일 오전 전라북도 완주군 삼례 삼삼오오 게스트하우스에서 화창한 햇볕에 이불을 널고 있다.
 씨앗 문화예술협동조합 운영을 맡고 있는 토리 씨가 4일 오전 전라북도 완주군 삼례 삼삼오오 게스트하우스에서 화창한 햇볕에 이불을 널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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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동조합은 어떻게 시작됐나.
"귀촌한 다섯 명이 50만 원씩 돈을 걷어서 설립했다. 배당금은 현재까지 없다.(웃음) 협동조합과 이래저래 관계를 맺고 있는 회원들은 삼례를 중심으로 열 대여섯 명이다. 지금까지는 협동조합을 키울 생각은 없다. 숫자를 늘리기 보다 느슨한 연대와 협업을 통해 큰 역량을 키워가고 싶다."

- 이곳에 자리 잡은 이유는?
"완주군이 삼례를 문화예술로 특화해 개발하고 있다. 그 특화된 요지에 군이 가지고 있는 숙박시설을 저희가 위탁 운영하고 있다. 군의 기반 시설과 저희의 인적 자원 활용해서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문화 기획을 진행중이다."

- 구체적인 문화 활동 지향점이 있다면.
"삼례문화예술촌이 전시 위주로 진행되다보니까 저희는 동적이고, 시민 참여형의 문화를 만들려고 한다. 예를 들어 토요문화장터, 꽁냥마켓을 운영하고 있다. 여기서 판매자들이 매출을 많이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귀촌자들과 인근 주민들이 장터에서 관계를 맺는 장으로 활용하기를 기대한다."

- 다른 문화 활동을 소개한다면.
"이곳 문화공간을 '디아스포라'라고 이름 붙였다. 팔레스타인에서 살던 유대인이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지만 생활 습관과 문화를 유지하는 공간을 디아스포라라고 부른다. 다른 지역에 와서 살지만 문화를 공유하는 공간으로 이곳을 기획하고 있다. 요리 동아리, 기타강습, 미술강습 등을 진행한다. 게스트하우스와 이곳을 작은 공동체들, 작은 커뮤니티들의 협업하고 느슨한 형태의 아지트를 꿈꾸고 있다."

- '비빌언덕'이라는 귀촌 교육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지역에도 도시처럼 사람들이 살고 있다. 이곳 사람들은 교육, 복지, 문화, 보건, 의료 등 사람이 필요한 것은 도시와 똑같다. 그런데 이걸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청년들이 도시에서 피터지게 경쟁하고 고민하지 말고 여기서 자신의 능력을 의미있게 쓸 수 있다. 돈도 가치 있게 쓰고 소유의 욕심을 내려 놓으면 귀촌도 도시생활 부럽지 않을 것 같다. '비빌언덕'은 귀촌에 관심있는 청년이 지역으로 들어가기 전에 창구같은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

- 지역에 인적 자원이나 배경은 어떤가.
"완주를 예로 들어 설명하자면, 완주의 청소년들이 완주에 살지 않는다. 여기서 태어난 청소년들이 지역에 머무르지 않고 중·고등학교 때부터 큰 도시로 보낸다. 삼례에서 전주나 익산이 차로 10분 거리다. 이런 점들은 지역 활성화에 악순환이 되고 있다. 청년들이 지역에 필요한 일들을 할 수 있는 일들을 기획하려고 한다. 협동조합이든, 마을공동체든 청년, 청소년들이 할 수 있는 실험들을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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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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