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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제너럴모터스)이 아시아의 소형차 생산 핵심기지를 한국에서 인도로 상당 부분 이전할 것이라는 해외 언론 보도가 나왔다. GM이 한국에서 철수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줄곧 나왔다. 왜 그럴까.

한국지엠의 모(母) 기업인 미국 GM이 이를 자초한 면이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지부를 견제하려는 속셈으로도 풀이된다. 글로벌 생산체제를 구축한 지엠이 생산물량을 빌미로 각국의 정책적 지원과 함께 임금 문제 등을 풀어나가려는 꼼수로 보는 시각도 있다.

소형차 생산기지, 한국 대신 인도에?

지엠(GM)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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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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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인구 증가는 세계 최고다. 또한 인도 시장은 중국 다음으로 크며, 경제 성장 속도도 단연 눈에 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GM이 아시아의 소형차 생산 핵심기지를 한국에서 인도로 상당 부분 이전할 것이라는 로이터 통신 보도가 나왔다.

부품 2만 개를 조립하는 특성을 가진 자동차 산업은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크다. 또한 철강ㆍ기계ㆍ전자 등, 관련 산업의 발전을 선도한다. 아울러 정비ㆍ할부금융ㆍ보험 등을 포함하는 광범위한 전후방 산업과 연관을 가지고 있다. 자동차 한 대를 생산하면 다른 재화 2.93대 분을 함께 생산하는 효과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 때문에 '지엠이 인도를 새로운 글로벌 수출 거점으로 만들겠다고 했다'는 로이터 통신의 보도(5월 4일)는 세계적으로 주목을 끌고 있다. 이 보도를 보면, 인도에서 연간 300만대 생산물량을 10년 안에 800만대로 늘리겠다는 게 GM의 계획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대형 SUV 차량보다 중소형 차량의 비중이 높은 아시아 시장의 특성 등을 감안할 때 중소형 차량 생산 거점인 한국지엠의 생산물량 축소는 불가피해 보인다.

스테판 자코비 GM 해외 부문 사장은 로이터 통신 인터뷰에서 "인도의 잠재 성장이 예상되는 만큼 인도에서 승부를 걸어보겠다. 자동차업계에서 인도가 마지막으로 남은 백지일 수 있다. 인도 투자를 대대적으로 늘리겠다"고 말했다.

자코비 사장의 이 발언은 취임 후 아시아 생산기지 구조조정을 단행한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 의미가 남다르다. GM은 이미 호주와 인도네시아 공장을 폐쇄했으며, 태국에서는 생산 물량을 많이 줄였다. 이 나라들의 생산물량이 한국지엠에 비해 적지만, 공장 폐쇄 조치는 각국에 미치는 경제적 파급력이 상당하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 통신은 '연간 60만대 이상을 생산하는 한국지엠의 공장 가동률은 75% 수준으로 수익성이 너무 낮다'고 보도했다.

'한국 철수설'에 한국지엠 노동자 고용 불안

GM이 한국에서 철수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줄곧 나왔다.

대형 차량을 주로 생산한 GM은 대우자동차를 인수하고 중소형 차량에서도 세계적 경쟁력을 빠른 시일 안에 구축할 수 있었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빛을 발했다. 천문학적인 적자에 허덕이는 GM을 살려내는 데 기여했다. 한국지엠에서 습득한 중소형 차량 생산기술을 글로벌 생산체제로 구축해 중국ㆍ인도ㆍ남미와 자동차의 본고장 미국에서도 재미를 톡톡히 봤다.

이런 효자 역할에도 불구하고 GM 안에서 한국지엠의 입지는 줄고 있다. 더욱이 한국지엠은 생산물량의 90%를 수출, 국내 시장 확대보다 해외 시장에 집중해왔다. GM은 대우차를 인수한 뒤 한국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을 사실상 하지 않았다.

'티코'와 '마티즈'에 이어 '트랙스'가 대표적 사례가 될 수 있다. 한국지엠은 2012년 초부터 '트랙스'를 디젤 차량으로 출시하는 게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경영진은 이 문제를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한국지엠이 GM에서 연구개발권을 부분적으로나마 가져와 한국 시장에 맞는 엔진 등을 적기에 생산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디젤 차량을 적기에 출시하지 못하는 등의 문제를 한국지엠의 어느 누구도 제기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라이선스(=개발제품이나 제조기술 특허권의 사용 허가) 확보는 더욱 어려운 문제였다. 한국지엠의 최고 경영진에 한국 임원의 입지가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결국 한국지엠은 '트랙스'로 국내 소형 SUV 시장 선점 효과를 얻지 못했다. 이러한 과정으로 내수 점유율은 낮아, 한국지엠 노동자들은 '먹튀'(=먹고 튀어: 자본 철수)와 단순하청기지화 문제로 고용 불안에 놓여 있다.

▲ 한국지엠의 국내 주력 차종인 쉐보레 스파크. 한국지엠은 얼마전 끝난 2015서울모터쇼에서 새로운 디자인과 한층 진보된 기술로 무장한 글로벌 경차, 차세대 쉐보레 스파크(Next Generation Chevrolet Spark)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한국지엠 제공>
 ▲ 한국지엠의 국내 주력 차종인 쉐보레 스파크. 한국지엠은 얼마전 끝난 2015서울모터쇼에서 새로운 디자인과 한층 진보된 기술로 무장한 글로벌 경차, 차세대 쉐보레 스파크(Next Generation Chevrolet Spark)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한국지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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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엠노조, 임투 때 '내수 확대' 쟁점화

한국지엠은 부평(본사)ㆍ군산ㆍ창원공장에 완성차 90만대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다. 완성차 80만대와 CKD(=반조립제품) 120만대 분량을 줄곧 생산해오다가 몇 해 전부터 생산량이 축소되기 시작했다. 지난해엔 완성차 63만대와 CKD 102만대로 줄어들었다.

생산물량이 계속 줄고 '크루즈' 같은 주력 차종이 유럽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고용 불안이 엄습하자, 한국지엠지부는 올해 임금 협상에서 '내수 시장 활성화 방안'을 별도 요구안으로 제시했다.

별도 요구안의 내용은 ▲내수 판매 확대 ▲권역별 직영정비 활성화 ▲군산ㆍ춘천ㆍ대구경북 지역 직영 정비센터 신설 ▲총판제도 개선 ▲권역별 일부 지역 직영 판매체제 도입 ▲국내 소비자 요구를 반영한 내수용 옵션 개발과 적용 확대 ▲차량 인도기간 단축과 구매절차 간소화 등 판매시스템 개선이다.

이는 GM의 세계 생산기지 구조조정, 즉 외풍을 막아내고 국내에서 낮게 평가돼 판매실적이 미진한 상황을 극복해 안정적인 생산물량을 확보하자는 취지로 풀이된다.

한국지엠지부는 작년에 몇 차례에 걸쳐 한국지엠 내수 판매시스템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로컬 마케팅 부재, 판매 질서와 차량 인도 기간 문제 등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에 대해 회사 쪽은 이렇다 할 대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지엠지부 관계자는 "GM은 유럽에서 쉐보레 물량을 철수하면서 내수(=한국) 판매를 집중한다고 했지만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아, 한국지엠은 생산 포트폴리오가 상대적으로 적은 르노삼성이나 쌍용차에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라며 "노조는 장기 발전전망 확보 차원에서 내수 판매 확대에 총력을 기울일 생각"이라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isisa.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한국지엠, #지엠, #쉐보레, #한국지엠 철수설, #자코비 지엠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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