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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듣는 나지만 이리 저리 발품과 머리품을 팔아 가슴으로 정성 들여 만든 여러 음악반 중 아코디언과 우쿨렐레 반을 지난 4일 KBS가 촬영해갔다. <시사플러스>라는 프로그램에서 가정의 달 기획으로 어르신들의 1인 가구에 대한 프로그램을 만든다고 했다.

지난 6일에는 합창반에도 방송 연출팀이 와서 20년 이상 혼자 사시는 은퇴 교직자, 관절염에 시달리면서도 식당 배식 봉사를 하며 합창 하시는 어머니, 40년을 혼자 사신 어머니 등도 인터뷰해갔다.

1인 가구가 많아지면서, 특히 고령화 시대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1인 가구의 노인 우울증이 두드러지게 문제화되고 있다. 예술 분야 특히 음악을 즐기는 어르신들에게서는 우울의 흔적이 거의 없다. 혼자 사시면서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암 투병하시는 어르신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밝으시다.

그래서 나는 3가지 종류의 악기반 중 나이와는 상관 없이 음악으로 사회 봉사를 하기 원하는 20명으로 노인 음악 악기 연주 봉사단을 만들고 있다. 앞으로 체계적으로 꾸려갈 수 있도록 외부 지원도 약간 받게 됐다. 곧 창단 예정이라 설레고 있다.

음악과 거리가 먼 청각 장애 기획자라, 외부에선 의아해 보일 수 있겠지만 직접적으로 못하기 때문에 역으로 음악에 관심이 많다. 세월의 강을 헤엄친 60대에서 80대까지의 음악반의 어르신들은 약간씩은 불편하실 텐데도 그냥 나를 믿고 밀어준다. 나는 그 분들이 악기 연주 수업을 받거나 공연할 때 불편함이 없도록 눈치 코치 모두 동원해 최대한 애쓰는데, 이심전심이 통하는 것 같다.

KBS 방송팀은 자발적으로 1인 가구로 살아가는 분과, 어쩔 수 없이 반려자가 먼저 떠나거나 자식들이 타지로 가서 1인 가구로 살아가는 분들을 인터뷰했다. 혼자 살아서 좋은 점과, 불편한 점도 세세히 인터뷰했다고 한다. 나는 듣지 못해 어떤 내용이 오갔는지 모르겠다. 방송은 오는 13일 저녁 7시 30분에 방송된다고 하는데, 자막이 나왔으면 좋겠다.

봉사공연하기 전 대기실에서 긴장을 푸는 모습
▲ 아코디언 우크렐레 봉사공연어르신들 봉사공연하기 전 대기실에서 긴장을 푸는 모습
ⓒ 이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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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사는 삶에 대해 만약 내가 70세가 되어 인터뷰 한다면 뭐라고 답할까. 때로는 내가 선택한 시간들이 있었고, 때로는 선택하지 않았는데도 혼자 지낼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이야기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어르신들이 나나, 흐르는 강물처럼 순리에 따라 처세해 오늘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내가 혼자이기 시작했을때는 주변에서 안쓰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이 많았다. 그때 나는 많이 갸우뚱했다. 왜 사람들은 행복과 불행의 기준을 자기의 눈높이에서 바라보고 판단할까, 싶어서다.

가끔 우리 기관에 와서 레크리에이션 하는 어떤 강사는 가족,  건강, 돈, 친구, 일, 취미 중 3가지만이라도 충족된다면 충분히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하루 600명의 노인이 왕래하는 우리 기관의 어르신들 보면 이 중에서 2가지밖에 충족할 수 없는 어르신이 부지기수다.

그럼에도 매일 열심히 나와서 운동하고, 붓을 잡고, 노래를 하고, 친구들과 대화하며 80 고개를 향하거나 넘어서고 있다. 이제 1인 가구에 대해 색다르게 보는 시선은 크게 바뀌어야 한다. 혼자라 외롭지만 그래서 괜찮은 점도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둘이라 외롭지 않지만 그래서 불편한 점이 누구나 있듯이...

우리 청노 음악 악기반 어르신들... 암 투병과 수십 년 1인 가구 생활에도 밝다. 개인의 긍정적 성향과 인품 탓도 있지만, 나는 예술이 주는 내적 충만감이 마음의 보약 역할도 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열심히 바늘 구멍같은 좁은 외부 프로그램을 확보하기 위한 기획을 한다.

비록 알레르기로 고생인 내 눈은 더 아프고 내 등과 발은 땀으로 뒤범벅이 되겠지만, 생각만으로 그치지 않고 새로운 길을 뚫고 그 길을 즐겁게 걸어가는 어르신들과 함께 하루를 보내는 일은 무척 감사한 일이다.


태그:#청노음악단, #서예가 기획자 이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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