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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이 으스름하고 우거진 삼나무가 쭉쭉 뻗어있다. 5월 3일 아침부터 내리던 비는 의정부에서 경전철을 탈 때도, 비행기에서 내려 제주도에 도착해도, 차를 타고 구불구불 숲길을 달리던 중에도, 그리고 한밤인 오후 9시가 넘어도 부슬부슬 내리고 있다. 이국적 이미지의 제주도에 도착해 삼나무로 유명하다는 절물휴양림 편백나무실로 걸어가고 있다.

"오후에는 비가 그친다더니 한밤 중에도 계속 내리내."
"아빠, 저것 봐. 장승이야."
"그렇네. 야밤에 숲속에서 장승을 보니까 꼭 귀신 나올 것 같다. 어떻게 이런 데 집을 만들어 놓을 생각을 했지?"

저기 집 같은 게 보인다. 이제 다 온 것 같다. 한 200미터 걸어가야 한다더니 금방오는데.

절물휴양림 산림휴양관 편백나무실에 도착하니 사방 벽면을 모두 편백나무로 도배한 거실이 보인다. 편백나무실은 주방 딸린 거실 하나 방 하나에 화장실 등으로 구성돼 있는데, 목재 인테리어 벽면이 색다른 느낌과 편안함을 준다. 거실 커튼을 치니 창밖에 위로 쭉쭉 뻗은 삼나무숲이 펼쳐진다.

이번 여행은 아내가 계획했다. 겨울에만 제주도에 가지 말고 꽃 피고 날씨 적당한 5월에 한번 가보자는 생각이 들었던 것. 여기에 장모님이 은퇴해 홀로 계시니 살아계실 때 효를 다해야 한다며 장모님과 함께 가고 싶었던 것이다.

콘도 예약은 별무리 없이 다하고, 하루 정도 휴양림에서 자보자고 해 4월 1일 휴양림 예약일에 아내와 내가 동시에 오전 9시에 휴양림 예약 누리집에 들어가 예약을 하니, 나는 실패, 아내는 성공해 다행히 예약한 집이다. 콘도 등 숙박시설은 단기 방학 동안을 성수기로 취급하는데, 휴양림은 성수기로 취급하지 않아 숙박비도 저렴해 좋다. 거기에 깊은 숲속에서의 하룻밤이라는 상상이 여행의 기대를 돋궜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절물 휴양림 산책을 나간다. 처음부터 끝까지 나무테크길로 돼 있다. 전날밤까지 비가 와서인지 우거진 삼나무에서 빗물이 바람에 날려 가끔씩 떨어진다. 아내가 춥다고 해 산책을 하다 말고 들어간다. 삼나무숲은 미야자키 하야오가 만든 <월령공주>에서 우거진 숲이 나온다. 요정이 나오는 삼나무숲이 여기에도 이렇게 많이 있다. 하늘로 쭉죽 뻗은 삼나무숲길을 걸으니, 기운이 솟는다. 그것도 쭉쭉 위로.

데크길을 걷다보니 삼나무 숲이 끝나갈 즘에 탑 하나와 절이 보인다. 약사암이다. 그 옆으로 절물약수터가 있다. 절물휴양림이란 명칭은 절 옆에 물이 나오는 곳이 있다고 해서 붙여졌다고 한다. 이 약숫물을 먹으면 여러 가지 병이 고쳐진다고 해 진짜 약이되는 물이란다. 믿거나 말거나다.

휴양림 내에도 길을 많이 만들어놨다. 생이소리길, 너나들이길, 절물오름가는길 등등. 너나들이길을 따라 홀로 걷는다. 간간히 노부부, 젊은 부부 또는 등산복 입은 산행객들이 데크길을 걷고 있다. 나만 일찍 일어난게 아니구나. 이제 삼나무의 쭉쭉뻗은 침엽수는 안보이고, 연초록의 활엽수들 뿐이다. 수백 년은 됨직한 나무들. 나무에 습기가 많아서인지 이끼들이 나무줄기를 뒤덮고 있다. 침엽수가 직선의 아름다움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면 활엽수들은 곡선의 아름다움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듯하다. 이곳 절물 휴양림에서는.

아. 녹음이 우거진 연초록의 활엽수 숲터널. 길을 하염없이 걷자니 오감이 열린다. 지저귀는 산새 소리, 햇빛에 반사되는 비갠 후의 아침 물방울. 단풍보다 아름다운 연초록의 잎에 눈이 시원하고, 풀벌레 소리, 산새소리에 귀가 간지럽다. 인간의 소리는 계속 들으면 지겨운데, 자연의 음향은 계속 들어도 질리지 않는다. 산새 소리, 풀벌레 소리, 바람 소리... 아니, 저기 노루가 뛰어 다니네.

절물 휴양림의 산책길에 본 원시림이다.
▲ 절물휴양림의 원시림 절물 휴양림의 산책길에 본 원시림이다.
ⓒ 한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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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인간이 인간의 소리를 싫어할까. 그러면서 매일 인간의 소리를 눈으로 읽고 귀로 들으며 산다. 그건 본능이리라. 맛있는 것도 계속 먹으면 평범하거나 맛없는 것이 되듯이. 그래서 자연속에서의 휴식이 필요하고, 노동과의 적절한 조화도 중요하다. 인간은 무엇이든 한쪽에만 치우치면 미쳐버리는 속성이 있다.

하루는 24시간이다. 이중에 내가 가장 사랑하는 시간이 바로 아침의 시간이다. 평일에 출근할 때는 이 아침의 시간을 즐기지 못한다. 그러나 휴일에는 아침의 시간을 놓칠 수 없다. 휴일은 아침의 시간을 즐길 수 있어 행복한 시간인 것이다. 

아침식사를 하고 춥다고 다시 집으로 들어간 아내와 장모님 그리고 딸과 함께 산책길에 나선다. 삼나무 숲길에서 장모님은 맨앞에 간다. 양팔을 좌우로 크게 휘저으며. 아, 공기가 좋다라고 외치며.

절물약수터에서 몸에 좋다는 약숫물을 한 바가지 퍼마시고, 이번에는 생이소리길로 안내한다. 장모님은 이게 약에 쓰는 구뽕나무라며 요즘 먹고 있단다. 옆에 고사리가 있으니 그걸 꺾으려 한다. 아내는 이런 데서 고사리를 꺾으면 안 된다며 혼낸다. 어릴 적에는 장모님에게 많이 혼났을 텐데, 이젠 거꾸로 딸이 어머니를 혼내고 구박하는 듯하다. 이것도 다 사랑이겠지.

우도

절물휴양림을 뒤로 하고 우도로 향한다. 한라산 중산간 지역을 벗어나니 평원이 펼쳐진다. 간간히 기생화산인 오름이 보이기도 한다.  말들이 간간히 보이고 승마장이나 에코랜드 등의 이정표가 보인다. 옆에 산굼부리 이정표가  있다. 기생화산으로 산의 한가운데 분화구가 크게 있어 유명한 오름이다. 시간되면 가보기로 한다. 신혼여행 때 이길을 갈 때는 사방이 억새밭이어서 지금 같은 연초록이 아니었다. 갈색의 풍광이 이국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한 드라이브 길이었다. 아름다움은 시간과 공간 그리고 주체의 심리에 따라 끝없이 변한다.

성산항에 다가가니 성산일출봉이 보이고 유채꽃밭이 펼쳐진다. 푸르른 바다와 함께. 성수기라 그런지 성산항 여객터미널은 사람들과 차가 넘친다. 배를 처음 탄다는 딸이 매우 신기해하며 배 안에서 사진 찍기 바쁘다.

선산항에서 우도로 가는 회사는 우도랜드호와 훼미리호가 있는데, 표를 살 때 우도랜드 뱃표를 사는 바람에 남편인 나도 구박을 받았다. 훼미리호 매표소는 사람이 많이 서 있고, 우도랜드호 매표소에는 사람이 별로 없기에 우도랜드 매표소에 가서 표를 구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훼미리호는 시간대가 20분 간격이고 우도랜드호는 시간대가 30분 간격이었던 것이다. 배편이 다르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런 시간 차가 있는 줄은 모르고 그냥 표만 빨리 구하고자 했던 것이다. 덕분에 구박이란 형태로 아내의 관심과 사랑을 받았지만.

우도 천진항에 도착해 일단 배가 고프니 밥을 먹어야 했다. 딸은 우도에 가면 꼭 해물짜장을 먹어야 한다며 매일 노래를 불렀다. 그래서 유명한 반점에 들어가려니 사람이 미어터지는 게 아닌가. 옆을 보니 한가한 식당이 있다. 우리는 여기서 해초비빔밥을 먹었다. 이 식당은 처음 들어가니 한 시간은 기다려야 한다기에 다른 집에 갈려고 좀 두리번 거리다 다시 오니 30분 기다려야 한단다. 식당 안은 빈 자리가 많은데 30분을 기다려야 한다니라고 생각하면서 그냥 식당에 들어가 앉았다. 조금 지나 해초비빔밥을 가져온다. 30분은 무슨... 5분 만에 가져오면서.

우도의 우도봉이 해안과 만나 절경을 이루고있다.
▲ 우도의 우도봉에 오르며 우도의 우도봉이 해안과 만나 절경을 이루고있다.
ⓒ 한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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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이 한가한 이유가 있었다. 들어오는 손님한테 무조건 30분이나 1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며 말하니 그냥 돌아가는 손님이 많았던 것이다. 그러니 식당 안이 이렇게 한가하다. 옆집 주인은 사람들이 줄 서서 기다리는 미어터짐을 즐기고, 이집 식당 주인은 한가함을 즐기나 보다. 나도 한가한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자. 맛이 좋구나.

사람의 입맛은 다양하다. 그 사람의 취향이나 성격 또는 경험 등에 의해 입맛은 결정된다. 어떤 사람은 웰빙을, 어떤 사람은 영양을 추구하기도 한다. 자본주의 사회의 온갖 상술과 광고로 인해 사람들의 상상력은 음식을 입맛으로 먹는 게 아니라 환상으로 먹는다. 맛이 있든 없든 유명하면 다 맛있고 다 건강에 좋은 것이다.

요즘은 화학조미료로 인해 사람의 입맛을 휘어잡을 수는 있으나 건강해지고자 먹는 음식이 화학조미료로 인해 건강이 나빠짐은 그 맛있음의 댓가라 생각해야 한다. 소박한 맛을 추구하느냐, 감미로운 맛을 추구하느냐는 개인 취향일 뿐 맛의 절대적 기준은 아니다.

식사 후 우도관광을 어찌 할까 생각하다가 아내는 인터넷 검색을 하더니 천진항에 우도관광 매표소가 있다며 표를 구입하자고 한다. 우도를 버스로 일주하면서 유명 관광지에 내려주고, 관광을 마치면 다시 탈 수 있는 상품이다. 먼저 우도봉에 오른다. 우도는 소가 많아 우도가 아니라, 섬의 모양이 소가 누워있는 모양이라 하여 우도라 하는데, 우도봉은 소의 머리 부분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우도봉에서 우도섬 전체를 볼 수 있다.

우도버스를 타고 가며 아내는 차를 가지고 오지 않길 잘했다며 안심한다. 섬길이라 그런지 해안도로 대부분이 차선도 그려져 있지 않고 승용차 2대 정도가 겨우 비켜다닐 수 있을 정도로 좁았다. 주로 해안도로에는 우도 관광버스가 다녀 버스와 만나면 피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우도봉에 이르니 푸른 초원의 언덕이 드넓게 펼쳐진다. 말들이 서너 마리가 뛰어다니고 저 멀리 성산일출봉이 보인다. 바다와 직면한 우도봉 전체가 주상절리로 깎아지른 절벽을 이루며 정상에서는 우도 전체가 한눈에 들어온다. 섬 속에 섬 우도의 가장 멋진 곳이다. 곳곳의 명소엔 땅콩이나 땅콩빵, 땅콩아이스크림을 파는 노점상들이 많이 있다. 반농반어인 우도의 주 생산물은 땅콩이며 땅콩을 콘셉트로 한 가게들이 즐비하다. 땅콩아이스크림 연구소도 있다. 카페를 겸한.

우도봉을 산책하고  다음 코스인 적삼동굴을 본뒤 우도관광버스를 기다리며 있자니 땅콩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어진다. 옆의 땅콩 아이스크림가게에 들어가서...

"니하오마?"

주인이 날 쳐다본다.

"안녕하세요. 중국인인 줄 알았죠? 주변에 중국인들이 너무 많아서..."
"한국인이시군요.  요즘 제주도는 중국인 천지예요. 생김새도 내국인과 비슷하죠. 그런데 손님은 성조가 틀렸네요. 하오에 성조를 줘야 하는데."

"아이스크림은 얼마예요?"
"5000원입니다."
"뭐가 그리 비싸요?"
"땅콩을 갈아넣어 크림을 만들어서 그래요."
"그렇군요. 그럼 2개 주세요."

아줌마는 기계를 작동시켜 아이스크림을 컵에 담더니 땅콩조각을 아이스크림 위에 듬뿍 뿌리고 내게 준다. 그러면서 "니하오마"라고 말하는데 내가 한 중국어와 별 차이가 없다. 마침 버스가 와서 나와 아내가 둘이 앉아 하나씩 스푼으로 떠먹고, 뒷자리에서 딸과 장모님이 함께 먹는다. 땅콩을 갈아서 만든 아이스크림이어서 그런지 땅콩맛이 난다.

"이거 얼마야?"
"응. 하나에 5000원."
"와, 비싸네..."
"땅콩을 갈아서 만들어서 그렇대."
"비싸긴 해도 딸 생각해서 샀으니... 딸 생각하는 아빠 마음이 기특하네."

이내는 내가 대견한 듯 뒤에 있는 딸을 보면서 "민주야, 이거 5000원짜리야, 아빠가 너 생가해서 비싸도 사준 거야"란다. 집에서도 피자나 치킨을 시킬 때 딸에게 피자 먹고 싶니 물어보고 딸이 좋다하면 시켜줬더니, 이번도 딸에게 물어보고 아이스크림을 사니 딸 때문에 아이스크림을 산 줄 아나 보다. 아마 딸은 알고 있으리라. 아빠가 먹고 싶으니 괜히 내 핑게 댄다는 것을.    
  
버스는 다음 코스를 향해 달린다. 우도관광버스 기사는 운전하면서 설명을 이어간다. 지나가면서 조금 큰 동네를 지날 때에는...

"저기 농협 보이지요. 저기가 우도 금융가입니다."

조금 더 가니 조그만 창고 크기의 마트 하나가 보인다. 거길 보면서는...

"저기 저 마트 있는 곳이 우도에서 제일 큰 쇼핑가입니다. 우도 인구는 1500명쯤 되고요. 해안선 길이는 17km정도 되지요. 이젠 세계에서 하나밖에 없는 산호초해변으로 갑니다. 그 해변에 가서 모래 가져 가시면 안 됩니다. 산호초로 된 모래라 가져가면 구속돼요. 산호초해변에서 나올 때는 신발 탁탁 털고 나오세요."

우도관광을 끝내고 이젠 숙소로 돌아간다. 지난 겨울 제주 여행 때는 한 콘도에서 4박을 했는데, 이번 제주 여행은 날마다 숙소가 다르다. 이날은 조천면 함덕해수욕장에 있는 콘도에서의 하룻밤이다. 해안가에 있어 바다 전경을 방안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방 안에서 바다를 바라보면 해변에서 수평선 멀리까지 그라데이션이 펼쳐진다. 하얀 백사장에서 서서히 녹색으로 다시 파랑으로 남색으로. 빛이 만들어내는 생생한 아우라다.  

아침에 함덕해수욕장 해안가를 걷는다. 역시 이국적 분위기를 연출하는 야자수로 공원을 조성해놨다. 해안가를 따라 올레길 조성돼 있고, 현무암 주상절리가 이곳에서도 펼쳐진다. 해변에는 모래 백사장이 하얀색의 도화지에 간간히 미역줄기류의 해초가 녹색의 그림을 그려놓고 있다.

아침이라 추울 텐데 외국인 여성이 두 명, 사내 하나가 비키니와 팬티만 입고 배구공을 주고받는다. 물에 들어가 해수욕을 하는 것도 아니고, 바람 쌀쌀한 해변에서 비키니 입고 공놀이를 하는지 궁금하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하고싶은 것을 하는 모습이 좋아 보인다. 빨간 팬티 입은 외국여인이 더 매력있군. 사진 한방 찍어주자. 초상권 침해가 문제 될 수도 있으니 뒷모습만...

아침 해변 산책을 했고 전날 서부 해변을 돌았으니 이젠 동부 해변쪽으로 가보자.

해안도로를 따라 이효리가 결혼해 살고 있다는 애월읍을 지나고, 제주 동부에 이르렀다. 여기는 대평원이다. 한라산이 저 멀리 보이는 듯한데, 한라산과 오름으로 이루어진 화산섬에 이렇게 거대한 평원이 펼쳐지다니. 평원에는 대부분 마늘이 자라고 있고 여기 저기에서는 양파를 수확하는 농부들의 모습이 보인다. 여기는 한라산이나 오름의 절경보다는 해안선의 절경이 빼어나다. 이런 평평함 속에 살짝 솟은 오름이 있으니 송악산과 산방산이다.

송악산에 오른다. 높이는 100미터 조금 넘는다. 송악산 둘레길을 걷다보면 산방산이 보이고 형제섬이 보이다가 조금 더 걸어가면 가파도와 조금 더 멀리 마라도가 보인다. 가파도는 조금 크고 마라도는 조금 작다. 머리 속에서는 마라도 하면 제주도 본섬에서 배타고 한2시간 가야 될 정도로 멀리 떨어져 있는 줄 알았는데... 제주도에서 아주 가까이 있구나. 마라도에 있는 초지의 풀색이 녹색이구나 할 정도로 가깝다. 가파도에는 건물이 20여 채 정도 모여있는 게 보인다. 마라도는 건물이 한두 채 밖에 없네.

송악산에서  산방산과 형제섬이 보인다.
▲ 송악산 올레길에서 바라본 산방산과 형제섬 송악산에서 산방산과 형제섬이 보인다.
ⓒ 한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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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악산 해변은 전부가 깎아지른 절벽 즉 현무암의 주상절리로 돼 있다. 예전에 변산반도를 여행하면서 채석강이 유명하다기에 채석강을 찾아갔는데 채석강에 있는 주상절리는 별로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제주의 송악산 주상절리는 크기와 높이에 있어서 채석강과는 비교할 수 없다.

어릴적 금강산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다기에 금강산을 사진으로 보고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했는데... 웅장함과 크기에 있어서 장가계와 비교하면 금강산은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TV에서 제주도 수학여행을 보여줄 때 화면에 주상절리가 있는 해변을 보여주곤 했다. 저곳이 제주도 어디에 있나 생각했다. 바로 송악산이었다.

서귀포 올레시장에 들러 방어와 사촌인 부시리를 사고 한화콘도로 간다. 여행 내내 스마트폰에 빠져 있는 딸은, 그렇게 서귀포 올레시장에서 사 먹고 싶다는 수제로 된 감귤건조과자를 노점상에서 아빠가 한무더기 사주니 "아빠 최고"라면서 즐거움에 빠졌다.

한라산 중산간 초원에 우뚝 서 있는 콘도는 예전에 오래 머물러 있어서인지 내 집 같은 휴식처다. 갈색의 초원이 이제 녹색의 초원이란 차이뿐. 장모님은 여행의 마지막날 오전에 오름의 초원에서 고사리를 한바구니 끊었다며 제주 고사리맛볼 생각에 즐거워한다.

여행을 마치고 집에 오니 멍하다. 그동안 뭐했지. 기억이 감감하다. 새로움 찾아, 맛 찾아 헤매다가 일상을 잊었구나.

송악산 올레길은 절벽과 주상절리가 휘감고 있다.
▲ 송악산의 해안 절벽 송악산 올레길은 절벽과 주상절리가 휘감고 있다.
ⓒ 한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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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봄단기방학을 맞이하여 장모님과 가족이 떠난 제주여행에서 장모님과 딸의 사랑을 만끽하고 왔다.



태그:#송악산, #우도, #절물휴양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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