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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7일 아침, 울산 북구의회 안승찬 의원(무소속)에게서 연락이 왔다. 북구의회가 지금 1차 추경예산을 심의 중인데, 북구의회 의장(새누리당) 전용차량 교체비용 6000여만 원을 다수당인 새누리당이 강행하려 하니 이를 취재해 달라는 것.

하지만 두 시간 뒤 다시 연락이 왔다. 북구의장 의전용 차량 예산은 여야의원들의 토론결과 전액 삭감하기로 했다는 것. 추가예산을 통해 북구의장의 의전차량을 바꾸는 문제는 일단락 됐지만 이 일을 계기로 울산지역 기관장(지자체장, 의회 의장)들의 관용차량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울산지역 기관장 전용차량 대부분 최고급

울산지역 12개 기관장 전용차량 현황
 울산지역 12개 기관장 전용차량 현황
ⓒ 안승찬 북구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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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승찬 의원 조사와 <울산저널> 정보공개 청구 자료에 따르면, 울산시 기관장들은 모두 배기량 2000cc 이상의 관용차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2명의 기관장 중 울산시장과 울산시의회 의장, 북구의회 의장을 제외한 9명의 기관장은 모두 3000cc이상 대형 고급차를 관용차로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20만 시민의 수장인 울산광역시장은 "권위를 없애자"며 3000만 원대인 9인승 카니발을 사용하는 반면, 기초지자체장과 의회 의장들은 대부분 6000만 원 대고가의 제네시스나 K9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들 기관장들 중 일부가 무상급식을 축소하거나 아예 기초지자체 무상급식 지원비를 한 푼도 책정하지 않아 시민사회의 비난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안승찬 의원은 7일 "울산시와 교육감, 시군에서도 규칙을 지키는데 이를 어기면서 차량을 교체하려는 북구의장과 새누리당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서였다"면서 "지난달 24일 언론에 이 사실을 먼저 알리고 강하게 반대하자 격론 끝에 북구의장 전용차량 예산이 삭감된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울산지역에선 광역시장과 의장, 교육감보다 기초지자체장과 의장들이 더 고급 차량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울산시장은 지난해 지방선거 당선 직후인 7월, 9인승 카니발을 임차해 사용하다 지난해 말 구입했고, 울산시의회 의장은 올해 초 올뉴카니발을, 울산시교육감은 2010년 에쿠스로 전용차량을 교체했다.

하지만 남구청장은 2012년 K9을 6372만 원에, 남구의회 의장은 2010년 제네시스로 차량을 교체했다. 중구청장은 2012년 6085만 원에 K9을, 중구의회 의장도 같은 해 제네시스를 6166만 원에 구입했다. 남구와 중구는 올해 무상급식 지원비가 0원이다.

울주군수와 울주군의회 의장은 지난 3월 똑같이 K9으로, 북구청장은 2012년 제네시스로 교체했고, 북구의장은 현재의 그랜저를 6000만 원대 K9으로 바꾸려다 제동이 걸렸다. 동구의장은 지난 3월 K9를 구입했고, 특히 동구청장은 지난해 6.4 지방선거에서 당선되자마자 추경을 통해 9월 제네시스를 구입해 논란이 일은 바 있다(관련기사 : 무상급식 축소, 의전차량 교체... 이상한 울산 동구).

현재 공용차량 관리규칙에는 차량관리, 운행기준을 초과한 경우 교체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즉, 최단운행연한이 차량의 최초 등록일부터 7년을 경과하고 최단주행거리 12만㎞를 초과한 경우다. 이번에 교체를 시도한 북구의회 의장의 차량은 3000만 원 대 그랜저로 지난 2006년 9월 8일 구입해 현재 8만8000㎞를 주행했다.

안승찬 의원은 "울산시장의 경우 6년 11개월 사용 후 에쿠스를 카니발로 교체하고 에쿠스는 의전용으로 전환하여 사용하고 있다"며 "주민들이 동의할 수 있는 저렴한 차를 구입했기 때문에 교체 시기가 한 달 정도 남아도 큰 문제가 되진 않는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북구의장의 경우 8년 8개월 운행해 7년을 경과했지만 12만㎞를 초과하지 않아 교체의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울산시는 "김기현 울산시장은 전임 시장이 사용하던 에쿠스가 권위적이라는 점과, 외부출장이 잦아 차 안에서도 업무를 하고싶다는 이유로 다목적 차량인 9인승 카니발을 구입했다"고 밝혔다. 김기현 시장은 당선 직후 '길위의 시장이 되겠다'고 공언한 바 있고, 현재 국가예산 확보를 위해 중앙부처를 수시로 방문하는 등 장거리 출장이 잦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안승찬 의원은 "근래 들어 기관장들이 좋은 차 타는 것이 관행인양 마치 경쟁이라도 하는 것 같다"며 "좋은 차를 탄다고 권위가 생기는 것도 아니데,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으로 본다"고 말했다.


태그:#울산 기관장 차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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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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