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 물은 썩는다. 변하지 않으면 도태된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예외없는 불변의 진리다. 프로야구에서도 시즌 초반 과감한 혁신과 구조조정으로 과감한 변화에 나서고 있는 구단들이 있다.

KIA와 한화는 6일 4대 3 트레이드를 발표했다. 투수 유창식과 김광수, 외야수 오준혁과 노수광이 한화에서 KIA로, 좌완 임준섭과 우완 박성호, 외야수 이종환은 KIA에서 한화로 이적했다.

한화는 현재 16승 13패로 5위, KIA는 13승 16패로 8위다. 만년 꼴찌에서 벗어나 올시즌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한화로서는 상위권 진입을 위한 동력이 더 필요했고, 5할 승률이 무너지며 위기를 맞은 KIA로서는 더이상 밀리면 안 된다는 절박함이 컸다.

트레이드의 핵심인물... 유창식과 임준섭

올 시즌 프로야구에는 유난히 대형 트레이드들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일에는 롯데와 KT가 무려 9명의 선수를 주고받는 초대형 트레이드를 단행하기도 했다. 한화는 지난 4월 넥센과의 2대 1 트레이드로 양훈을 내주고 이성열-허도환을 영입한 데 이어 또 한 번의 깜짝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실패에 대한 부담을 의식하지 않고 오직 전력 보강을 위해서 비중있는 선수들도 매물로 내놓는 상황이 잦아지면서 과감한 트레이드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번 트레이드에서 핵심이 되는 선수는 유창식과 임준섭이다. 유창식은 2011년 1라운드 전체 1번으로 한화에 지명돼 계약금 7억 원을 받고 입단하며 류현진(LA 다저스)에 버금가는 잠재력으로 많은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더딘 성장과 잦은 잔부상, 부진으로 한계를 느낀 한화는 결국 유창식을 트레이드 매물로 내놓는 길을 선택했다. 현재 유창식의 시즌 성적은 8경기에서 승리없이 2패, 자책점이 무려 9.16에 이른다.

임준섭은 2012년 KIA에 2라운드 15순위로 입단해 선발과 중간계투를 오가며 활약했다. 올시즌은 심동섭, 최영필 등과 불펜 핵심전력으로 활약하며 17경기에 나서서 1승 2홀드 자책점 5.05을 기록했다.

양 팀 모두 이번 트레이드를 통해 필요한 부분을 충족했다. KIA는 에이스 양현종과 필립 험버, 조쉬 스틴슨의 뒤를 받쳐줄, 4~5선발이 부족했다. 한화에서 비록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아직 젊은 데다 좌완이라는 메리트가 있는 유창식의 잠재력은 기대를 모은다. 한화도 선발과 롱릴리프, 원포인트를 오갈수 있는 전천후 계투로서 임준섭은 김성근 스타일에 잘 부합할만한 투수다. 권혁-박정진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한화 불펜에 새로운 활력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형 트레이드의 효과... 좀 더 지켜봐야

두 팀의 변화는 트레이드에서 그치지 않는다. 한화는 6일 외국인 타자 나이저 모건의 웨이버 공시를 요청했다. 2015시즌 들어 외국인 선수의 퇴출은 두산의 내야수 잭 루츠에 이어 두 번째다.

화려한 메이저리그 경력과 독특한 쇼맨십으로 주목받았던 모건은 스프링캠프부터 1·2군을 오가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고, 4월 10일 롯데전을 끝으로 더 이상 1군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모건이 남긴 성적은 10경기에 출전해 타율 0.273(33타수 9안타) 5타점 2득점에 그쳤다. 기행보다는 부진한 타격이 퇴출의 결정적인 빌미가 된 것으로 보인다.

한화는 조만간 모건의 대체 선수를 물색할 예정이다. 모건의 퇴출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미치 탈보트-쉐인 유먼의 두 외국인 투수에게도 경고의 메시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기태 KIA 감독도 칼을 뽑아들었다. 최근 슬럼프에 빠진 KIA 중심타자 나지완을 비롯해 포수 차일목과 외야수 김다원을 6일 2군으로 내려 보냈다. 대신 투수 임준혁, 내야수 김민우와 최병연을 1군으로 승격시켰다. 2군행을 통보받은 선수들은 하나같이 타격과 수비에서 모두 극도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 분발을 촉구하는 징계성의 의미가 강해보인다.

특히 개막전 4번 타자였던 나지완의 2군행은 의미가 크다. 아시안게임 병역혜택 이후 부상 후유증과 극도의 부진속에 논란에 휩싸인 나지완은 올 시즌 타율 1할 7푼 3리, 1홈런 5타점에 그치고 있다. 지난 5일 마산 NC전에서는 좌익수 겸 6번 타자로 선발출전했으나 3-3으로 팽팽했던 4회 말 수비에서 이호준의 평범한 타구를 시야에서 놓치는 뼈아픈 수비실수로 2루타를 만들어준 게 결정타였다. 계속된 부진에도 나지완에 대한 신뢰를 잃지 않았던 김기태 감독으로서도 공수양면에서 집중력이 해이해진 간판타자에게 채찍을 꺼내들 수밖에 없었다.

공교롭게도 트레이드와 선수단 재편 직후 치른 첫 경기에서 한화와 KIA는 나란히 뼈아픈 역전패를 경험했다. 한화는 역시 트레이드로 전력보강에 성공한 신생팀 KT에게 10연패 탈출의 제물로 전락하며 시즌 4승째를 헌납했다. KIA는 마무리 윤석민이 블론세이브를 기록하며 NC에 5연패를 당했다.

하지만 KIA 유니폼을 입은 오준혁-노수광, 한화 이종환 등이 이적과 동시에 새로운 팀에서 데뷔전을 치르며 빠르게 눈도장을 찍는 모습을 보여줬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번 선수단 개편이 두 팀의 성적 반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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