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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영국 총선의 시작을 알리는 BBC 뉴스 갈무리.
 2015 영국 총선의 시작을 알리는 BBC 뉴스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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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역사상 가장 뜨거운 총선의 막이 올랐다.

영국은 7일(한국시각) 하원 의원 650명을 선출해 새 정권을 결정하는 총선을 치른다. 정권을 지키려는 집권 보수당과 5년 만의 정권 탈환을 노리는 제1야당 노동당이 물러설 수 없는 대결을 펼친다.

'의회 정치의 모델'로 불리는 영국은 과반 의석인 326석을 차지한 정당이 정부를 구성할 수 있다. 누구도 과반을 차지하지 못하면 소수 정당에 손을 내밀어 연립정부(연정)를 구성해야 한다.

따라서 총선이 끝나도 새 정권의 등장까지는 조금 더 기다려야 할 전망이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총선은 전반전에 불과하고, 연정 구성이라는 후반전에서 승부가 갈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파이낸셜타임스> 역시 "역대 총선 가운데 가장 예측하기 어렵다"고 강조할 정도다.

이번 총선도 5년 전에 이어 '헝 의회(Hung Parliament)'가 될 것이 확실시된다. 강력한 다수당이 없어 공중에 매달려 있는 것처럼 국정 운영이 불안하다는 의미다.

보수당 승리하면 '브렉시트' 현실화?

지난 2010년 총선은 보수당 305석, 노동당 255석, 중도 성향의 자유민주당(자민당) 61석으로 누구도 다수당이 되지 못했다. 65년 만에 처음으로 '헝 의회'가 등장했다. 당시 보수당은 자민당과 연정을 구성해 정권을 잡았다.

이번 총선은 보수당과 노동당의 대결이 더욱 치열하다. 지난 2일 BBC가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보수당은 34%, 노동당은 33%의 지지도를 기록하며, 오차범위 안에서 각축을 벌이고 있다.

연임에 도전하는 보수당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오는 2017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행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만약 보수당이 승리한다면 '브렉시트'(Britain+Exit : 영국의 EU 탈퇴)는 더욱 힘을 얻게 된다.

영국의 EU 가입 이후, '역내 거주 및 이동의 자유'에 따라 다른 유럽 국가에서 영국으로 들어온 이주민이 대폭 늘어났다. 이들 상당수가 실업 상태에서 복지 혜택을 누리고 있어 영국의 재정 악화로 이어졌으니, EU 보조금을 늘려주지 않으면 탈퇴하겠다는 게 보수당의 주장이다.

캐머런 총리는 지난 5년간 무난한 경제 성적표를 받았으며, 2012 런던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이끌었다. 그러나 지난해 스코틀랜드의 거센 분리 독립 열기로 영국 연방의 결속력이 흔들리면서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

반면 노동당은 긴축정책을 완화하고 최저임금 인상, 국민건강보험(NHS) 강화 등 노동자를 위한 공약을 내걸었다. 부족한 재정은 고소득자 세율을 높이는 '부자 증세'로 채우겠다는 전략이다.

영국을 대표하는 마르크스주의 학자 랠프 밀리밴드 교수(1924∼1994)의 아들로서 '정통 좌파'를 자처하는 노동당의 에드 밀리밴드 당수는 "노력이 보상을 받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노동당은 '스타 총리' 캐머런에 비해 밀리밴드 당수의 낮은 대중적 인지도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다. 캐머런 총리와 밀리밴드 당수의 일대일 TV 토론이 보수당의 거부로 끝내 성사되지 못한 것도 뼈아프다.

진보는 진보끼리, 보수는 보수끼리 경쟁?

그러나 보수당과 노동당 모두 과반을 장담하지 못하면서 군소 정당들이 '귀하신 몸'으로 떠올랐다. 이들은 150년 넘게 영국 의회를 이끌어온 '양당제'의 그들에 가려져 있다가 이번 총선을 계기로 한껏 몸값을 높이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는 과반이 되기 부족했던 보수당이 자민당을 끌어들여 연정에 성공했다. 이번 총선에서는 자민당의 인기가 떨어진 대신 스코틀랜드독립당(SNP)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SNP는 지난해 스코틀랜드 독립 주민투표를 주도했다. 비록 승리하지는 못했지만, 자치권 확대라는 큰 성과를 거두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이번 총선에서는 SNP가 노동당의 텃밭이었던 스코틀랜드 지역구를 대거 빼앗아 제3당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SNP는 캐스팅 보트를 활용해 노동당과의 연정을 구성해 중앙 무대에 입성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스코틀랜드 독립에 반대하는 밀리밴드 노동당 당수는 "SNP와는 연정하지 않고, 정치적 거래도 없을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노동당이 정권을 탈환하기 위해서는 자존심을 접어두고 같은 진보 성향의 SNP와 손잡을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여론조사를 봐도 노동당-SNP 연정이 정권을 잡을 확률이 가장 높다.

보수당도 같은 고민에 빠졌다. 연정 파트너인 자민당의 인기가 날로 떨어져 의석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반이민 정책을 내건 극우정당 영국독립당(UKIP)이 보수층 표심을 갉아먹고 있다.

위기감을 느낀 캐머런 총리는 TV 유세에서 "UKIP을 위해 투표하는 것은 곧 노동당에 표를 주는 것과 다름없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결국 지지층 결집을 위해 진보는 진보 정당끼리, 보수는 보수 정당끼리 서로 경쟁하는 형국이 만들어진 셈이다.

이처럼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양당제가 흔들리는 이유 중의 하나로 공약의 차별성이 사라진 점이 꼽힌다. 이번 총선에서 보수당은 진보 성향의 정책을, 노동당은 보수 성향의 정책을 내걸었다. 서로의 지지층을 빼앗기 위한 전략이다.

또한 양극화가 깊어지면서 급진 세력이 주목을 받았다. 반대로 이민자 유입으로 실업률이 높아지고 테러 증가로 인한 안보 이슈가 떠오르면서 극우 세력 역시 득세하게 됐다. 이처럼 보다 극단적인 좌우 정당이 지지도를 확보하는 것 역시 영국 양당제가 흔들리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권을 지키려는 '엘리트 보수' 캐머런 총리와 빼앗으려는 '정통 좌파' 밀리밴드 당수의 한판 대결, 그리고 새로운 세력들의 부상이 얽힌 가운데 과연 누가 영국의 차기 정권을 잡을지 주목된다.

○ 편집ㅣ곽우신 기자



태그:#영국 총선, #보수당, #노동당, #스코틀랜드독립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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