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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운 날인데도 파주출판도시를 한바퀴 돌았습니다~
▲ 자~여기서 한 컷 합니다~ 더운 날인데도 파주출판도시를 한바퀴 돌았습니다~
ⓒ 김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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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째 비가 내리더니, 오월이 시작되면서 화창한 봄날이 시작됐습니다. 지난달엔 도서관행사가 많았습니다. 도서관 견학에다 행사, 그리고 새로 시작하는 프로그램을 챙기느라 도서관 선생님들과 바쁜 날들을 보냈지요. 이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나니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도서관 행사도 끝이 났습니다. 저는 다른 타 도시 책잔치 견학을 다녀오기로 예정이 되어 있어서 그 일정을 맞추느라 여전히 바쁜 일상을 만났습니다.

다름 아닌 도서보수팀 선생님들과 파주출판도시 어린이 책잔치와 서울도서관 견학이 그것이었습니다. 작년엔 구에서 하는 북페스티벌 때문에 이래저래 가지 못하고 추운 겨울에 견학을 다녀온 탓에 다들 올해는 따뜻한 봄날에 가기를 원했지요.

"샘, 날 좋은 날로 잡아 보이소~지난 때는 넘 추버서 고생했으니까요~"
"안 그래도 이번엔 우짜든동 따신 오월에 그것도 파주 책잔치 하는 날에 맞춰 가입시더~"


이렇게 저렇게~자 사진 한 장 찍어봐요~셔트를 누르면 언제든지 포즈가 나와요~
▲ 얼른 멋진 포즈를 취해보이소~ 이렇게 저렇게~자 사진 한 장 찍어봐요~셔트를 누르면 언제든지 포즈가 나와요~
ⓒ 김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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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해 시작하면서 도서관 담당자를 볼 때마다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번에는 꼭 5월에 견학을 갈 것이라고 말입니다. 다행히 도서보수팀의 회원 모두 파주어린이책잔치가 시작하는 1일에는 견학이 가능하다는 말을 듣고 서둘러 일정을 잡았습니다. 어른을 모시는 회원도 있었지만 이날만큼은 남편 분이 어른을 돌보기로 하고, 모두가 가벼운 마음으로 견학 날을 기다렸습니다.

모처럼의 나들이입니다. 도서보수팀 다섯 명의 회원이 이렇게 모두 견학을 다 갈 수 있는 것은 드문 일입니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가고 싶은 곳으로 견학을 가게 돼 떠나는 전날까지 설레었습니다. 이 분들을 인솔해서 하루 동안 아무 탈 없이 잘 다녀와야 한다는 책임감을 안은 저와는 달리 도서보수 선생님들은 일상을 벗어나 다른 곳으로 도서관 견학을 간다는 것에 기분이 좋은가 봅니다.

견학 가는 날 아침이었습니다. 도서보수 샘들은 울산 동구 방어진에서 울산역까지 한 시간을 버스를 타고 나와야 하는데 마침 한 샘의 남편분이 울산역까지 태워줘서 좀 편하게 도착을 했습니다. 연휴 시작하는 날이라서 그런지 울산역에는 많은 사람들이 오고갑니다. 그 틈에 끼여 도서보수 샘들도 간단한 아침 요기로 김밥과 빵을 샀습니다.

"샘~오늘은 보온병에 물 담아 커피 안 챙기고 그냥 왔심더~"
"이제는 우리도 편하게 몸만 댕기오는 걸로 하입시더. 맨날 가방 무겁도록 챙기가 다니지 말고~ 오늘은 그냥 묵고 싶은거 한번씩 사 묵고 그랍시더~"
"예~예 그동안 도서관 다니면서 활동한다꼬 고생많았는데~그래야지요~ 묵고 싶은거 다 사묵고 그라고 돌아옵시더~ 그란데 잘 보고 와서 앞으로 더 도서관 활동 열심히 해야하는 건 알지요~"
"암만요~ 알다마다요~ 우리 사서샘 앞에선 공짜가 없다카이~ 잘 보고 댕기와서 열심히 봉사할끼요~"


시끌벅적 소란스러운 건 어디를 가나 쉽게 고쳐지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조금의 예산이 있어서 '작은도서관 자원봉사자 대상 선진지 견학'이라는 이름으로 일 년에 한 번 다녀오게 되었지요.

본인들의 사비를 들여서라도 다른 지역의 도서관을 다녀오고 싶어 했기에 준비를 했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봉사활동도 열심히 하면서 나름 동아리활동으로 '책보수'라는 것을 시작하고, 지역의 열악한 학교도서관은 물론 작은도서관을 대상으로 훼손된 책들을 수선하는 교육은 물론 누가 시키지 않아도 매월 따로 모여 도서보수에 관한 의견들을 모으고, 활동하는 모습들이 구청 관계자에게도 큰 의미를 전해주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저런 사정으로 힘들게 이끌어 오던 도서보수팀이지만 이제는 이 분들 나름대로 공공도서관이나 타 지자체 도서관으로 자원봉사자 대상 도서보수교육을 하고 있어서 더 많은 선진지 견학이 필요한 때인 셈입니다.

웃어보세요~그래도 안 웃네요~~도서관 앞이라 긴장했나봐요~
▲ 여기가 서울도서관~ 웃어보세요~그래도 안 웃네요~~도서관 앞이라 긴장했나봐요~
ⓒ 김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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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나들이가 몇 번 되는 샘들도 있었지만 처음 동행하는 샘들도 있었습니다. 저 역시 서울길이 낯설진 않지만 그렇다고 잘 알지도 못합니다. 핸드폰으로 인터넷 검색해가며 찾아갈 정도지요.

기차 안에서는 어김없이 표정들이 밝습니다. 다른 분들은 피곤해서 잠을 청하는데 유독 울산 아줌마들은 소근거립니다. 아침에 남편이 당부한 말이 생각났습니다. 기차 타면 꼭 소곤거리는 말 하지 말라고 말입니다. 제일 듣기 싫다고 그렇게 당부했는데, 어쩔 수 없나 봅니다.

그렇게 설레는 마음으로 서울역에 도착하고, 파주출판도시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지하철을 두 번 갈아타고 그렇게 버스정류장에 도착했습니다. 휴일이라서 그런지 책잔치 가는 사람들의 줄은 이미 길게 늘어졌습니다. 자칫하면 오전 중으로 도착하지 못할 것 같았습니다.

"샘요~너무 줄이 긴데요~우짜지요~"
"그래도 다른 방법이 없다 아인교~일단 시간은 좀 있으니 몇 대 보내더라도 앉아서 가입시더~"


입석으로 간다면 충분히 탈 수 있었지만 휴일이라 가는 도중 차가 밀릴 수 있다는 생각에 좀 기다렸습니다. 그렇게 버스를 두세 대 보내고 나니 겨우 우리 샘들이 앉을 수 있었습니다. 햇볕에 30분가량 넘게 서 있다 탔는데도 샘들의 얼굴은 여전히 해맑게 웃었습니다. 좋은가 봅니다.

그렇게 차는 점심시간 전에 파주출판도시에 도착했습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식당을 찾았습니다. 예전에 한 번 먹어보았던 맛집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식당을 찾아들어갔습니다. 아직 점심시간 전이라 사람들은 많이 없었지만 한참 더위에 버스 기다림에 지친 허기를 채우고 있으려니 차츰 사람들이 들어왔습니다.

아무래도 어린이 책잔치이다 보니 가족끼리 나들이 나온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렇게 점심을 든든하게 먹고 서둘러 책축제 안내서를 챙겨들고, 가까운 출판사부터 쭉 둘러보았습니다. 파주출판도시는 이색적인 건축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출판사로 이루어진 작은 도시를 만들고 있다는 것부터 책을 이용한 다양한 것들을 볼 수 있다는 것이 해마다 이곳으로 발걸음을 옮기게 하는 이유인 것 같았습니다.

"와~아~이런 곳이 있었네요~"
"좋죠~ 근데 책축제가 오늘부터이긴 하지만 행사를 많이 하진 않네요~"
"일정을 보니 토요일부터 많이 하던데, 할 수 없죠~"
"그래도 맨날 책 보수 하던 책 출판사가 어디고~ 이 책은 와이리 허술하노~ 출판사 전화 해야겠네~ 뭐 이라더니 실컷 보이소~"
"히히~그러게요~그랬는가요~"


평소 책 보수하면서 익숙한 이름의 출판사를 지날 때마다 샘들은 이런 저런 이야기로 한바탕 웃었습니다. 파주에 이어 다음 여정으로 서울도서관으로 갔습니다. 옛 서울시청사를 도서관으로 했다는데 어떻게 변화되었나 싶어 궁금했습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서울도서관 앞 광장은 근로자의 날을 맞아 집회가 한창이었고, 그런 광경을 TV에서만 보다 직접 보니 그저 어리둥절할 뿐이었습니다. 샘들과 함께 도서관을 돌아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휴일인데도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멋진데요~포스가 장난이 아니네~~
▲ 아이고~시장님(?)~ 멋진데요~포스가 장난이 아니네~~
ⓒ 김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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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러운 가운데도 개의치 않고 책을 읽고 있어서 조심스럽게 도서관 전체를 둘러보았습니다. 서가마다 책을 꽂아둔 것이며, 뭔가 다른 도서관과는 다른 특별한 무엇이 있는지 한참을 그렇게 둘러보고 3층으로 올라가니 옛 시장실이 있었습니다. 그곳에서는 방문하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드나들며 관람할 수 있었고, 직접 옛 시장님의 의자에 앉아 볼 수도 있었지요.

"샘~얼릉 앉아 보이소~이런데 언제 앉아 보겠노~"
"와~샘이 앉으니 멋있는데~시장님 같데이~~"
"사서샘도 와서 함 앉아 보이소~"
"내사 싫심더~뭐할라꼬~"


앉아 보라는 걸 싫다고 하면서 은근슬쩍 의자에 앉았습니다. 기분이 꽤 괜찮았지요. 서울도서관 앞 광장에서 멋지게 사진 한 장 찍고 싶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대충 적당한 곳에서 사진을 찍고 아쉬움을 뒤로하고 그렇게 도서관을 나왔습니다.

해가 으스름해질 무렵, 덕수궁을 한 번 둘러보고 서둘러 서울역으로 돌아와 이른 저녁을 먹은 뒤 기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빠듯한 일정에 더군다나 더운 날씨여서 힘들었을 텐데 싫은 내색 않고, 어색한 인솔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잘 따라준 샘들이 고마웠습니다. 울산아줌마들의 모처럼 서울나들이가 앞으로 도서관으로 행하는 발걸음을 좀 더 가볍게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태그:#도서보수팀, #꽃바위작은도서관, #견학, #파주출판도시, #서울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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