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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유 사랑공원의 하트 조형물. 여기서 산수유마을과 서시천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산수유 사랑공원의 하트 조형물. 여기서 산수유마을과 서시천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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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자락에 있는 '산수유 사랑공원'이다. 해마다 이른 봄이면 샛노란 산수유꽃으로 꽃대궐을 이루는 곳이다. 노랗게 물드는 산수유마을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다. 지난 4월 26일 이 곳을 찾았다.

산자락에 둥지를 튼 마을이 예쁘다. 지리산 만복대에서 내려온 산줄기가 수려하다. 연녹색의 산야도 한결 짙어졌다. 그 사이로 계곡이 흐르고 있다. 전라남도 구례군 산동면 소재지에서 내를 이뤄 섬진강의 품에 안기는 서시천(西施川)이다.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만큼 이름과 관련된 얘기가 다양하게 전해진다. 먼저 중국 진시황과 관련된다. 진시황은 중국의 만리장성을 쌓게 한 인물이다. 지리산에서 불로초가 자란다는 소문을 듣고 사신을 보내 불로초를 구해오도록 했다.

산수유마을을 가로질러 흐르는 계곡. 지난 봄 산수유꽃으로 노란 꽃대궐을 이뤘던 곳이다. 서시천의 발원이 되는 계곡이다.
 산수유마을을 가로질러 흐르는 계곡. 지난 봄 산수유꽃으로 노란 꽃대궐을 이뤘던 곳이다. 서시천의 발원이 되는 계곡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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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자락 산수유마을을 가로질러 흐르는 계곡. 산동면 소재지에 이르러 서시천을 이룬다. 진시황의 사신이 불로초를 찾으로 찾았다는 얘기가 전해지는 천이다.
 지리산 자락 산수유마을을 가로질러 흐르는 계곡. 산동면 소재지에 이르러 서시천을 이룬다. 진시황의 사신이 불로초를 찾으로 찾았다는 얘기가 전해지는 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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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 일행은 3000여 명이나 됐다. 이들은 모두 9척의 배에 나눠 타고 지금의 다사강을 따라 올랐다. 다사강(多沙江)은 모래가 많다고 해서 붙은 섬진강의 당시 이름이다. 이들은 다사강의 지류인 천을 따라 지리산으로 들어갔다. 그 하천이 여기다.

당시 사신의 이름이 서불(徐巿). 이름에 쓴 슬갑 불(巿)이 저자 시(市)와 똑같다. 서불천으로 불려야 할 이름이 '서시천'으로 됐다는 얘기다.

비슷한 얘기가 또 있다. 지금으로부터 2200여 년 전이다. 중국을 통일한 진나라 시황제가 불로초를 구해 오라고 서시 장군을 보냈다. 500여 명을 데리고 이곳을 찾은 서시 장군은 내와 계곡을 건너 지리산으로 들어갔다. 그래서 서시천이 됐다고 한다.

중국 월나라의 미인 서시와 관련된 얘기도 있다. 당시 월나라 왕 구천은 냇가에서 빨래를 하던 서시를 보고 한눈에 반해 후궁으로 맞았다. 월나라의 서시처럼 아름다운 아낙네들이 냇가에서 빨래를 많이 해서 서시천이 됐다는 설도 있다.

구례군 계척마을에 조성된 만리장성. 산수유 씨앗을 가져온 중국 산동성의 처녀를 기리며 만들어 놓았다.
 구례군 계척마을에 조성된 만리장성. 산수유 씨앗을 가져온 중국 산동성의 처녀를 기리며 만들어 놓았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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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척마을에 있는 첫 산수유나무. 중국 산동성에 살던 처녀가 시집오면서 가져와 심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계척마을에 있는 첫 산수유나무. 중국 산동성에 살던 처녀가 시집오면서 가져와 심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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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해지는 이야기가 많은 건 그만큼 경물이 아름답다는 반증이다. 실제 서시천이 흐르는 산수유마을 일대는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돌담과 어우러진 마을이 산자락의 논밭두렁과 조화를 이뤄 호젓하다. 계곡의 너럭바위와도 어우러져 매혹적이다.

중국과의 인연이 서시천하고만 연결되는 게 아니다. 이 일대의 산수유나무도 중국에서 전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산동성에 살던 처녀가 시집 오면서 씨앗을 가져와 심은 게 첫 산수유나무라는 얘기다.

계척마을에 그 나무(始木)가 있다. 수령 1000년쯤 됐다. 시목지 주변에 만리장성을 쌓고 한반도와 중국 지형을 형상화한 것도 이런 연유다. 이 마을 이름 '산동'도 여기서 유래했다는 얘기다.

산수유가 지역 특산물이 된 건 조선시대다. 임진왜란 때 피난 온 사람들이 정착하면서 산수유나무를 많이 심었다. 깊은 산골이어서 농사짓기가 녹록지 않은 탓이다. 기후 조건도 산수유나무가 자라기에 제격이었다.

지리산 자락 구례군 산동면 소재지의 산동교 아래 풍경. 지리산 자락에서 발원된 계곡물이 여기서 서시천을 이룬다.
 지리산 자락 구례군 산동면 소재지의 산동교 아래 풍경. 지리산 자락에서 발원된 계곡물이 여기서 서시천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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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자락의 구만저수지 풍경. 섬진강을 향해 흐르는 서시천이 잠시 쉬어가는 곳이다.
 지리산 자락의 구만저수지 풍경. 섬진강을 향해 흐르는 서시천이 잠시 쉬어가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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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자락을 노랗게 물들인 산수유꽃이 지면 서시천 둔치는 하얀 벚꽃으로 황홀경을 연출한다. 개복숭아 꽃도 만발한다. 여름이면 다시 원추리로 꽃길을 이룬다.

둔치를 따라 이어지는 길도 단아하다. 눈에 보이는 경물도 아름답다. 지리산 왕시루봉에서 노고단, 만복대로 이어지는 능선이 넉넉하다. 산자락에 들어앉은 마을과 들녘도 살갑다. 서시천에서 다슬기를 잡는 마을사람도 정겹다.

서시천변에서 만나는 운흥정(雲興亭)도 운치 있다. 정자 아래로 흐르는 물길이 바위벽을 휘감고 돈다. 오래된 팽나무가 정자와 어우러져 있다. 우리밀 가공공장도 알토란같은 곳이다. 사라질 위기에 놓인 우리밀을 살리려고 농민들이 만들었다.

서시천이 쉬어가는 구만저수지와 치즈랜드. 다리 건너 치즈랜드는 젖소를 풀밭에 놓아기르는 체험목장이다.
 서시천이 쉬어가는 구만저수지와 치즈랜드. 다리 건너 치즈랜드는 젖소를 풀밭에 놓아기르는 체험목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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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 서시천 둔치. 지난 봄 하얀 벚꽃으로 활짝 피어난 길이다. 여름엔 노란 원추리를 꽃피운다.
 구례 서시천 둔치. 지난 봄 하얀 벚꽃으로 활짝 피어난 길이다. 여름엔 노란 원추리를 꽃피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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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치즈랜드는 젖소를 풀밭에 놓아기르는 체험목장이다. 친환경 축산에다 체험까지 어우러져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6차 산업화의 전형을 만들고 있다. 구만저수지를 가로질러 목장과 이어주는 구름다리도 멋스럽다.

서시천 둔치를 따라가는 길은 남도 이순신길 백의종군로에 속한다. 모반 혐의로 의금부에 붙잡혔다가 1597년 4월 1일 풀려난 이순신이 백의종군하면서 걸었던 길이다. 트레킹 코스로 각광받는 지리산 둘레길 구간이기도 하다.

구례공설운동장에 중국식 전통 정자 '지주정'이 서 있는 것도 중국과의 인연이다. 구례군은 인구 159만 명이 사는 중국 안휘성의 지주시와 자매결연을 맺고 있다. 중국과 여러 인연으로 엮이는 구례군이다.

구례 공설운동자에 서 있는 지주정. 중국 지주시가 자매결연을 기념해 구례군에 세워 기증한 것이다.
 구례 공설운동자에 서 있는 지주정. 중국 지주시가 자매결연을 기념해 구례군에 세워 기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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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서시천, #산수유마을, #산수유사랑공원, #진시황, #불로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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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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