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이란 스토리(story)와 텔링(telling)의 합성어로서 '이야기하다'라는 의미다. 상대방에게 알리고자 하는 바를 재미있고 생생한 이야기로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행위다.

'부평학 스토리텔러'들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그들을 만나러 4월 29일 부평구어울림센터를 찾았다. 부평의 역사를 술술 풀어내는 그들을 보면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부평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다.

부평을 사랑하는 사람 '다 모여라'

 박금희 총무와 박명식 회장
 박금희 총무와 박명식 회장
ⓒ 김영숙

관련사진보기


부평구는 2013년 4월, 스토리텔러 양성과정에 참여할 사람을 모집했다. '지속가능한 부평'의 모토에 맞게 부평구의 어제와 오늘을 익히고 내일을 도모하자는 취지였다.

"정원 30명 모집 공고를 했는데 100여 명이 지원했어요. 관내 구민이면 모두 수용하겠다고 해서 그 이원이 다함께 공부했죠." 부평학 스토리텔러들의 모임 박금희(51) 총무의 말이다.

4월부터 3개월간 부평의 기본적인 역사에서부터 문화·환경·생태 등을 배운 수강생들은 7월 말께 스토리텔러 검증과정을 시연했고, 이를 통과한 15명이 부평구로부터 부평학 스토리텔러로 위촉됐다. 2014년 초, 2차 양성과정을 운영했고, 1차와 같은 과정을 거쳐 10명이 추가로 위촉됐다. 이들이 모여 모임을 만든 것이다.

"여기 모이신 분들은 연배가 40대에서 70대까지이고, 하는 일도 다양해요. 문화나 관광 해설사도 있고, 현직 교사도 있고, 직장인과 주부도 있습니다. 저는 사회복지사로 얼마 전까지 장애인복지관에서 일했어요. 모임 회장님은 현재 농협 비상임 이사로 계십니다.

다양한 직업군이지만 공통점이 있다. 부평을 사랑하고 아는 만큼 더 많이 알리고 싶은 욕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1기에서 위촉된 15명은 2013년 겨울, '부평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책을 만들기도 했다. 이 책은 이들이 교육을 할 때 교재로 사용하기도 한다.

"부평이란 이름을 고려시대 충선왕 때부터 사용했대요. 예전에는 부평이란 이름으로 포괄하는 지역이 계양구와 부천은 물론 서울 구로구와 양천구까지였어요. 놀랍죠."

서울에 살다가 2000년에 인천 연수구로 이사 온 박 총무는 처음부터 부평에 매력을 느꼈던 건 아니다. 알면서 애정이 생겼다고.

"부평에 대해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삼릉이라는 지명을 알았어요. '릉'이라는 말에 호기심이 생겨 그 동네를 직접 가봤는데 상대적으로 낙후한 지역인 것 같아 실망했죠. 부평의 이곳저곳을 다니다 양성과정 교육을 받았고요."

2013년 양성과정 교육을 받을 때 박 총무는 고등학생과 중학생 자녀를 두고 있었다. 엄마가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공부하라'고 말로 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가 있을 거라는 생각에 시작했다. 박 총무는 지금은 부평구 삼산동에 산다.

마지막주 수요일에 모이는 '마수회'

부평학 스토리텔러들의 모임 애칭은 '마수회'다. 마지막주 수요일에 모인다는 말을 줄여 그렇게 부르고 있다. 예전에는 오후 7시 무렵에 모여 직장인도 참여할 수 있었는데, 모임 공간을 빌리는 게 여의치 않아 낮 시간대로 바꾼 후 모이는 인원이 좀 줄었다.

"처음 모임 할 때는 제가 바보 같았어요. 다른 회원들에 비해 아는 게 너무 없는 거예요. 어떤 분은 부평 지역의 산맥과 지류의 이름을 줄줄 외우시더라고요. 자극을 받아 저도 더 분발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마수회 정기모임이 있는 날 찾아가봤다. 그날은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분야를 나누고 자료를 준비해 와 발표하기로 한 날이다. 모임이 끝난 후 부평역사박물관에서 현재 진행하고 있는 '강화역사 아카데미'에도 참가해 배움의 열정을 더 태울 계획이란다.

내 고장 의식과 예절교육을 동시에

 박 회장이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박 회장이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 김영숙

관련사진보기


인천시 도시기획과 산하 시민참여위원회 역사문화분과 회의를 마치고 부랴부랴 온 박명식(54) 회장은 인터뷰 약속 시간보다 조금 늦었음에도 회원들 간식거리로 떡을 사왔다. 부평에서 가장 맛있는 떡집에서 만든 거란다.

박 회장은 "오늘 회의에서 역사문화분과 위원장을 선출했는데, 제가 추천됐어요, 하는 일이 너무 많아 고사하면서 간사를 맡았죠"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부평5동에서 태어나 부평4동에서 자랐고, 현재는 부평1동에 살고 있다. 5대째 부평에서 살고 있는 토박이라고 본인을 소개한 박 회장은 스토리텔러가 돼 학교에 강의를 나가기 전부터 부평1동 주민자치위원장을 하면서 부평서초등학교와 부원초등학교에서 역사수업을 했다.

"초등학교 4학년 과정에 '내 고장 바로알기'가 있어요. 역사교육과 함께 예절교육을 하고 싶어 자처해 아이들을 가르친 적이 있습니다."

몇 년 전, 전철 안에서 어린애가 노인한테 막말을 하는 모습을 본 박 회장은 아이를 혼내는 게 아니라, 어른들이 제 역할을 다하지 않아 생긴 문제라 생각하며 기성세대가 혼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후 아이들을 직접 만나기 위해 학교에 간 것이다.

유치원뿐만 아니라 초·중·고교와 성인들 모임에서도 교육 의뢰가 들어온다. 의뢰가 들어오면 담당 공무원이 회원들에게 공평하게 강의를 배분한다. 회원들은 대게 일주일에 한두 차례 강의하는데, 반응이 좋단다.

"특히 초등학교의 경우 교사들이 같이 수업을 듣는데, 교사들이 집중해서 수업을 듣더라고요. 그 모습에 학생들이 영향을 받아 수업을 더 잘 듣기도 합니다."

강사비는 별도로 없다. 재능기부 형식으로 진행하는 거라 교통비 정도 지급된다. 스토리텔러로서 자긍심이 있어 가능한 일이다.

부평미군기지, 역사와 문화예술이 살아 숨 쉬는 곳으로 변모해야

박 회장은 캠프마켓에 관심이 많다. 2011년에 결성한 '부평미군기지 조기 반환 추진위원회'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부평구의 성장 동력은 부평4공단과 캠프마켓이었어요. 미군기지 18만 평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관건인데, 어떤 사람은 아파트를 짓자 하고, 어떤 이는 일부 땅을 팔아 병원을 짓자 하는 등, 다양한 의견이 있어요.

저는 역사와 문화예술이 살아 숨쉬는 곳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제나 미제의 잔재도 하나의 역사예요. 감추고 없애는 것이 아니라 보존해서 '다시는 이런 치욕을 겪지 말자'는 교육의 장이 돼야 합니다.

그리고 매해 풍물축제 할 때 길거리 막지 말고 미군기지 안에 상설 문화공간을 만들면 부평에서도 제2의 '싸이'가 나오지 말란 법이 있나요? 독일에 갔더니 무너진 베를린 장벽이 그대로 남아 있는 곳이 있어요. 거기에 자유롭게 그림도 그리면서 남겨두는 거죠."

그는 부평의 역사를 알리는 역할뿐만 아니라 캠프마켓에 묻혀 있는 역사를 발굴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미군기지 안에 땅굴이 있다는 얘기와 백금이 200통 묻혀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고 한다.

박 회장은 "부평의 역사를 발굴해 시민들한테 알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애들이 볼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싶기도 합니다"라고 말했다. 부평을 사랑하는 만큼 하고 싶은 일도 끝이 없는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작성한 글에 한 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태그:#마수회, #부평학스토리텔러, #박금희, #박명식, #부평구청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